추억을 더듬으며(일곱번째 얘기)

몬트리얼공항에는어머님과그이이모부께서나와계셨습니다.

처음뵙는이모부께서는조금벗겨진머리에사람좋게생기신분이셨는데처음보는저를안으시며프랑스식

뽀뽀를해주시는거였습니다.처음겪는일이라당황했지만정신없는상태에서그저당하는(?)입장이었지요.

아이들도처음뵙는할머니와이모할아버지께어색한인사를나누며조금멋적어하더군요.비행기여행의여독이

아직남아있기도하지만이제부터전개될새로운미지의세계에발을들여놓았음을느꼈다고나할까요.

아이들의표정이얼떨떨하면서도예사롭지않음을느낄수있었습니다.

짐이워낙많다고그이가벌써얘기를해놓아서밴을가지고나오셨더군요.

그이는또회사에서제공해주는차를픽업하러갔는데한참만에오더니맞는차종이없어서업그레이드된차를

가지고왔다고하는데보니’링컨타운카’인것입니다.아이들이무슨차가이리크냐면서좋아하더군요.역시

애들은애들임을다시한번느꼈습니다.방금전엔침울하고걱정스러워보였는데금새괜찮아지니말이죠.

지난가을에는이쁘게만보이던곳이밤이지만바깥풍경을통해보니여기저기눈이쌓여있고지저분해보이는

게여기에정붙이고살수있을까하는우려도들더군요.하지만날씨로살아지는건아니니까이런생각하고있는

제자신이조금우스워보였습니다.

저희들은그이회사에서제공해준아파트로곧바로갔는데그곳은시내중심가에서가깝고가구까지완비된곳

이었습니다.일단한달은회사에서아파트비를내주니그후엔저희들이알아서더살던다른곳으로옮기던해야

하는거였습니다.복층으로되어있는데그저아담하면서괜찮았습니다.아이들은또아파트가이층이라신기해

했구요.

어머님께서는저희들이배고플까봐간단히먹을것들을미리준비해오시는자상함을또보여주셨습니다.

몸도피곤하고정신도없어서제대로감사하다는인사를드렸는지도기억이나지않았는데그렇게짐을옮겨주시곤

어서쉬라시며곧가셨습니다.

드디어우리가족만남게되었고짐정리대충하고잠자리에드니또감회가새롭더군요.

이제부터여기가내가살곳이고우리아이들이뿌리를내릴곳이라는생각을하니비장함도느껴지며쉽게잠이

오지않는것이었습니다.이런저런생각으로뒤척거리다가까스로잠이든것같습니다.

아이들역시시차에다낯선곳에서의잠자리가편치않았는지새벽부터깨어나선TV를보고있더군요.

만화채널도있고여러채널이있으니좋아하면서둘이여기저기를훝어보고있었습니다.저역시조금은멍하게

앉아이제부터살아갈생각을하며상념에또젖어들게되었구요.

그렇게이곳에서의생활이시작되며그이와어머님댁도방문하고쇼핑도하면서시간을보내고있는데어머님

댁에서크리스마스파티를하게되었고저희는그저한국에서가지고온선물들을가지고방문하였는데멋지게

장식된트리앞엔온갖선물꾸러미가한가득있는거였습니다.

어머님께서준비하신많은요리에,처음먹어보는요리까지맛만좋은게아니라보기에도너무앙징맞고이쁜데

그걸다혼자준비하셨을생각에한국식며느리의입장에선굉장히송구스러웠지만어느누구도그런눈치주는

사람은없고저희애들과저에게많은배려를해주시는겁니다.

드디어먹을것다먹고선물교환과개봉시간이되었는데여기식(式)은한사람한사람이돌아가면서선물을주고

그걸풀어보면서함께즐거워하는거였습니다.눈치껏다른사람선물증정이끝나면내가또다른사람에게주는

그런식으로말입니다.

어머님께선우리아이들을위해남편과합하셔서X-Box게임기를사주셨습니다.그리고게임팩두요.

게임기가너무비싸서그이도좀사기를망설였지만애들이당분간학교도안가고집에만있어야하니무료할것

같아큰(?)결심을하게된것이었습니다.아이들은물론너무나좋아했습니다.

저는어머니께저의친정어머니께서보내주신선물까지다드렸고어머니께선꼼꼼하시게도세가지나되는선물을

주시더군요.지난제생일때그러신것처럼요.시누이와도주고받고시아주버니,여자친구에게도선물을

드렸는데이상한건물론애들에게는선물을주셨지만시아주버니께선저와남편에겐선물을안주시는겁니다.

뭐그럴수도있지싶었는데그후로도저희는꼭챙겨서드리는데(사실남편이아니고저가다하는거였지만)

시아주버니께선저희부부에겐절대선물을안주시는거였습니다.남편과만나도인사도안하고말도안하는

처지인것알지만이런날을빌려서로마음을틀수도있는데무슨내막인지두사람은서로에게그리차갑지도

않고그저존재자체를무시하는듯해보였습니다.

참난감하고신경쓰이는문제더군요.저는특히그런어정쩡한관계는견디지못하는성격이라어떻게가족끼리

그리지내는지이해가안되었습니다.보기싫으면확실히안보던지아님풀던지해야지요.무슨일인지는

몰라도어머니앞에서자식들이보여야할태도는아니다싶으며그이나형님이나다원망스럽더군요.

아무튼그렇게파티를마치고집으로돌아오면서또한번더남편에게말했는데그이대답은역시그문제는말하고

싶지않다는거였습니다.무슨고집들이그리세고형제끼리원수질일이있는지전그저유구무언이되고말았지요.

밖에서볼땐아들둘에다딸하나를두고남편은의사셨다돈많이남겨놓고가셨으니유복해보일저희시어머님

께서실지론그아들둘이서로냉담하게지내니얼마나가슴답답하실까하는동정이들면서참행복이란누가알아

볼수있는성질이것이아니라본인스스로그리느끼는것이라는게가장정확한말이라는데다시한번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보내고난후,곧나가올연말이브에는시누이남자친구가빌려놓은몽트랑블랑에서함께보내기로

했다는소식을듣고저희는겨울방한부츠와여기날씨에어울리는두툼하고보안이잘되는점퍼를사러쇼핑을

하는등분주하게그날을기다리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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