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늘어머니께전화드리고목소리가힘이없으신듯하여한인학교가서도기분이찜찜했어요.
무슨일있으신건아니죠?
저희가걱정할까봐항상괜찮다고하시구그러다보면그게아니었음을나중에야알게되고…
어머니의마음지금어떠실지전잘알고있어요.참으로복잡하신그마음을…
이모가그렇게된것도어찌우리인간의힘으로막을수가있었겠어요?
하지만할때까진최선을다해야함은그저인간적인처사라서라기보단당연한거란생각이들어요.
그동안아무리여러우여곡절이있다한들이모의한영혼의가여움을위해서라도말이죠.
어머니께서도그리생각하시지만하다보면사람인지라또그간의곡절로인하여갈등이심하시리라여겨져요.
그래도또그마음을다잡으셔서끝까지잘해나가시리라는것도요.
어머니!
저가어머니를아무리이해한다고하더라도한계가있음은엄연한사실인듯해요.
전어머니의얘기를듣고그저이해하는것이고또무엇보담도어머니의입장이진실로되어보지못했으니까요.
어머니께서한참때인처녀시절계단에서구르시어척추를크게다치시고그좋은시절을병원에서갇혀계셔야
했던시간들…그리고결국엔의료술의부족으로척추장애자가되신것등…저가아무리이해한들어찌그고통의
시간들을어머니의만분의일이라도이해할수있겠어요?
그때곁에부모님이라도계셨다면마음의위안이라도받으셨을테지만그또한주어지지않은현실을얼마나외면하고
싶으셨을까요?그렇게막다른길에서계셨던어머니께서그나마정신을차리시고앞으로의살길을모색했던그
위대한정신력까지.전도저히말이안나옵니다.어찌서울대학병원장에게편지쓰실생각까지하셨을까요?
어머니!
전다른무엇보다도어머니께감사드리는것이바로어머니의그런강한정신력이에요.
있는현실을받아들일줄아시고그걸뛰어넘으시는어머니의강인함…
그리고그토록힘든시간속에서도특유의유머와낙천성을잃지않으셨던어머니의정신력을요.
그건단지유전적요인이라고말하긴좀부족하지않나싶어요.분명어머니의정신력이빚어낸처세의한방법
이었음을깨달은것도저가많이크고나서였답니다.그때까진그저어머니는그런분이시겠지정도로밖엔
어머니를몰랐었던거지요.죄송해요.그리고생각할수록부끄러워집니다.큰딸이라는게고작…
어머니!
전어렸을땐어머닐이해한다곤했지만엄격한어머니의모습이싫기도했어요.
어머니께서저희들에게그리엄하시고또다른애들과달리’어머니’라고불러야하는저희들을생각해보면너무
어머니께서자기식대로자식을만들려고하시는게아닌가하며의심을품었었죠.
하지만어머니께서저가중학생이된후론제게많은결정권을주시고옆에서지켜봐주심으로해서전또다른
어머니의쿨한면을보곤’역시우리어머니야…’했었죠.겉만이아닌속까지너무도멋지셨던우리어머니….
그래도어쩔땐여전히엄격하신어머니에대해사춘기특유의반항을느낀적도한두번이아니었음을고백합니다.
그리곤자라고보니그게다우리들을위해서하셨던것임을.그리고그덕에어디에가서도나쁜소리는듣지
않는그런사람들로성장했음을깨달고깊이통한의눈물을흘렀었답니다.
바로어머니의깊은사랑이라는실체를깨달게된것이지요.말로만이아닌바로마음으로말에요.
어머니!
저가이젠어머니가되고보니어머니의마음이더느껴진다면누구나하는그런말로들리시나요?
아직도어머니가저희들을사랑하시는것에만분의일도못하고있음을느끼면서부끄럽고또한편으론그럴수밖에
없다고어머니탓으로돌려버리는저희들이이해가안되시나요?
하지만저희들은이젠더이상어머니흉내도낼수없음을알아버렸고이젠포기하고그냥그건우리들의또다른
복이라고생각하기로하였답니다.그러면서어머니께나우리자식들에게나’그리못해주는우리들을용서해’그냥
이렇게말하면서위안을받는데익숙해져버렸습니다.이를어쩌지요?
그러다얼마전부턴이래선안되겠다는생각이들면서이젠저가그야말로제힘으로일어나어머니께효도해야한다는
절박감을느끼고있습니다.이제시간이그리많이남지않았음을깨달게된거지요.그러면서마음이너무바빠지는
데그런데문제는어떻게해야할지를잘모르겠다는거에요.
효도를드리자면그냥우리들잘살면된다라는얘긴설득력이없어요.제게는…전좀더구체적이고가시적인것을
원해요.얼마남지않은시간을제가벌어서어머니와뜻깊은시간을함께하고싶어요.그러자니돈이필요하고
돈을벌어야하니방법이생각안나고그래서요즘마음이무거워요.어떻게해야돈을벌수있지하면서요.
정빈이와도만나면하는얘기가그거에요.우리돈많이벌어서어머니께좀뭔가해드리자…응?이러면서요.
아무리돈이대접받다천대받다하는시대라도지금제겐너무도귀하고필요하답니다.또이렇게말씀드리면
다필요없고너네들이나잘살아…하시겠지만안돼요.이번만큼은….
분명히목표가있고의지가있으니기회만좀보였다하면정빈이와정말행동으로나설거에요.그래서돈많이
벌어어머니와의시간을꼭마련할거에요.그리고너무도자유롭게하고싶은것들하면서어머니와의영혼의합일
을향한여행을하고즐거운시간을갖고….바로그게지금저가꾸는가장급하면서절실한꿈이랍니다.
사랑하는내어머니!
그때정말이모도함께했으면너무좋겠는데그게가능할지아닐지는아무도모르니참으로답답합니다.
어머니와이모그리고정빈이,나이렇게넷이함께했던오래전그시간들이너무도그리운요즘이에요.
그여름우린퍼모스트아이스크림을매일밤사다먹으며재미있게테레비를보면서깔깔거렸던귀한시간이었는데…
누가제게돌아갈수있는시간을허락한다면그때가바로그시간인데…
그때왜그렇게도그시간들이편했을까요?
곰곰히생각해보니오랜시간아버지의병환으로온가족의몸과마음이지쳐있다가아버지가돌아가시고슬픔에
젖었던시간이지나가고그리고나선모처럼찾아든여유로움에우리의영혼이휴식을취했던시간이어서인듯해요.
어려움을함께보내고난후찾아온일치감….바로그거요.
어머니!
절대우리이모도빼놓지말고함께다시한번그시간으로돌아가요.꼭이요.
그날이올때까지어머니께선그저건강만지키세요.이번엔저와정빈이가다알아서할께요.어머닌그저가만히
건강만지니고계시면되는거에요.이번엔정말아무것도하시지말고다만건강만챙기시라구요.아셨죠?
어머니!
자식이죽으면가슴에묻는다는그말땜에절대저가먼저가는일은없게해달라는기도가제기도의일부가되고
있는요즘.전이제죽어도여한은없지만절대어머니앞에가는일만은없게해달라는절실한기도열심히드리면서
어머니께효도할수있는단한번의기회를달라고또청하는요즘.전이젠더이상의욕심은부리고싶지않아요.
다만그두가지기도…바로그두가지를위한기도뿐.어머니….사랑합니다.내목숨보다도훨씬많이…
2005.5.8아침일찍
어머니를생각하며큰딸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