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의 그 운명의 수레바퀴…

[원문]사랑하는나의가족이야기

예전에는가족하면사랑하는가족의이미지와더불어인연의끈을억지로이어나가야하는모순덩어리의가족도

있다고생각했었습니다.그러면서저의가족의치부가너무도부끄러웠던적이있었지요.

하지만이제는깨달았습니다.가족은그저가족이고어느누구도탓하거나손댈수없는그런불가침의영역임을…

가족은그저운명적으로이루어진,한숙명의굴레를뒤집어쓴구성에다름아님을깨달게된게그리오래되지

않았고아마그때부터저의말하기가조금씩시작되지않았나싶네요.부끄러워하지않으며담담히말할수있게

됨이…

저의어머니는고등학교를마치시고대학시험을치르신다음사고로계단에서굴러떨어지셔서서울대학병원에

입원하시게되었습니다.조실부모를하시고엄격한외할머니밑에서타고나신지혜와정신력으로슬픔을느낄겨를도

없이그렇게강인하게성장하셨죠.그런분을운명은또한번극한상황으로몰아넣었지요.

저의아버지를병원에입원하시고계시는동안만나게되셨는데이미저의아버지는아내를갖고계셨던분이셨고

나이또한아버지뻘되시는분이셨습니다.두분의나이차는30년도훨넘습니다.저의큰어머니(아버지의부인)가

무슨병으로같이입원하시게되었는데병실을들락거리면서서로보시게된거였습니다.

저의어머니께선부모님도안계시고외할머니도이미돌아가신상황에다가고향에계신오라버니와는거리상으로도

멀고의지할곳이없었던마음에부모같은두분이가깝게느껴지셨다고합니다.

진실은저도잘모르겠고아직까지저의어머니와깊은대화를나눈적은없습니다.그러나결과적으론그두분은

저의어머니를전혀다른방향으로점찍으신듯합니다.저의아버지야새파랗고미모인저의어머니에게호감과

사랑을느끼셨을수도있지만아이를가질수없었던저의큰어머닌그저씨받이로쓰고싶었던것이죠.부모도안

계시고몸도성치못하니얼마나만만했겠어요.

저의어머닌이미척추를다치셔서혼자는걸으실수없는상황이었고몸은그렇다할지라도영민해보이는모습에다

때묻지않은순수한모습이두분껜좋아보였든지아님아주손쉬운상대로보였겠죠.

물질적도움도주시고챙겨주시니저의어머니로선너무도감사하고은혜로왔겠지요.어찌은혜를갚을까싶을

만큼요.그런데그러던관계가어느날졸지에아버지의강압으로저의어머닌절덩커덩가지시게됩니다.

저가아들이었으면하고두분은바랬겠지만어쨋든저가태어나고당연히저만빼앗으려는큰어머니의의도와는

점점거리가생기는일들이발생하면서저의어머닌후처로서의삶을시작하시게되었습니다.

저를가지셨을때곁에서돌봐주었던남동생에게도처음엔들키지않게노심초사하셨고그모든걸숙명으로

받아들이고나선그저이번엔오라버니의눈치를보시면서저를배안에서기르신거죠.저의큰외삼촌께서서울로

오셔서아기의옷과기저귀를발견하시곤말씀없이그저눈물만흘리셨다고하더군요.

저의외할아버지께선강릉군수를지내시고절름발이결혼식에고통을느끼시다사고로돌아가셨고곧이어외할머니

께서도돌아가시고졸지에고아가된어머니와형제자매들은무식하지만강단센외할머니손에서자라시게되셨죠.

친가쪽에서다고개를흔들정도로그렇게대가세신외할머니밑에서무척이도엄하면서저의어머니를제외하곤

엄청구박도받으시면서요.저의어머니께선비위도잘맞추시고영리하셔서눈에거슬릴일이별로없었지만특히

바로위외삼촌과막내외삼촌에대한구박은엄청심하셨고그래서두분께선외할머니산소도가기싫어했을

정도였습니다.딸네재산들을다관리하시면서아들네로다갖다주셨다고하니얼마나원통들하셨겠어요?

그렇게힘겹게살아온인생이또한번힘겨운삶을살게되니저의큰외삼촌의슬픔은이루말할수없으셨겠죠.

저는어렸을적엔저의아버지를도저히이해할수가없었습니다.어찌그렇게자기의욕심만차렸을까하고요….

불쌍한여자의인생에대해선책임감없이보였던아버지의모습과그저한번의실수였는지진정한사랑이었는지

또사랑이었으면끝까지그래도지켜야하지않았을까싶었던아주복잡한감정으로아버지를미워했죠.

물론어머니도어느면에선이해가안된점도있었지만같은여자이고또어머니의여건상다른방법도없었겠다

싶은동정이많이들었었습니다.그모든걸그저운명이라는이름의수레바퀴에가두고그렇게그저돌아가게해야

한다는일종의의무감도느끼면서요.전어려서부터굉장히조숙했었죠.그모든어른들의얘깃거리가이해가

되었으니요.

강짜가심하고심술스러운큰어머니도어찌보면불쌍한운명의여자인듯싶어동정심이느껴졌었구요.

제동생은어려서부터절대옆에도가기싫어했는데전순순히가고말도잘듣고비위도잘맞춰귀염을받고

큰집과저의집을들락거렸죠.두어머니를다어머니라고부르면서…

종로5가에있는아버지가살고계시는집은대궐같았는데저의어머니가살고계신집은그에비해작고초라해서

속상하기도했고떠올려보면어린시절제가슴에깊이새겨진슬픈이야기들이꽤나많습니다.

제여동생이전에사내아이도임신하셨는데어머니께선큰어머니의손에이끌리어병원에가셔서낙태를하셨다고

하더군요.마치소설속에나오는얘기같지요?이런일이바로저의어머니의실화라는게믿어지지않기도하지만

인생이란이렇듯기구하면서파란만장한일들로이루어질수도있음을전곁에서아주확실히목도하면서자랐죠.

저가하고싶은얘기는그저가족이란상처도아픔도다아우르면서그렇게함께할수밖에없는운명의공동체요

너무도애닯고애처로운관계라는겁니다.말로는도저히표현할수없는…

저의집같이드라마틱하진않더라도가족은다작든크든그들만의비화와슬픔과애환이서려있는슬픈운명의

수레바퀴를함께돌리는그런존재들이죠.미워하고싶어도결국은그미움이사랑으로변할수밖에없는관계…

그게정확히사랑이라기보단어쩜사랑을뛰어넘는더끈적한그무엇….무어라이름을붙일수있을까요?

처절함…통한…애닯음…그저있음그자체???

저역시저의아버지를이제는사랑한다고말할수있고이해한다고도감히말할수있게되었습니다.저가어렸을

적동생이더가엾게느껴져서였는지동생을편애하시고제겐큰기억도별로남기지않으셨던아버지지만그래도

절있게해주신분이시고아버지또한회한이얼마나많으셨을까를생각하면가슴이저려옵니다.

그모든게말로는표현할수없는감정이고또한그러했던모든상황역시그누가단죄하고함부로언급할수있나

하는깨달음이있습니다.인생은각자의선택일수도있지만그또한운명의손아귀에서그렇게자유롭지못할수도

있음을저역시나이가들어가며느끼게되니까요.다저마다의얘기가있는것이고그렇게우리들의삶은계속되는

것이니까요.

그저가족의얘기를말한다기에저역시슬프지만저의가족얘기가하고싶어졌습니다.

짧은지면상못다한얘기가훨씬많지만기회가되면더자세히글을쓸수있는그날이오겠지요.그저묻어두어도

그만이구요.그저제맘에있었던저의마음한구석에깊이박혀있던그기억을떠올려보고싶었습니다.

횡설수설한듯도하고괜히심려를드리는것같기도하지만이런생도있구나하고그저봐주시면감사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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