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바람은 그대쪽으로’
나는더이상나뭇가지를흔들지못한다
단하나의영혼을준비하고발소리를죽이며
나는그대창문으로다가간다
가축들의순한눈빛이만들어내는희미한길위에는
가지를막떠나는긴장한이파리들이
공중빈곳을찾고있다
끼어들때면창틀에조그만램프를켜다오
침묵은언제나이리저리나를끌고다닌다
그대는아주늦게창문을열어야한다
불빛은너무약해벌판을잡을수없고
갸우뚱고개젓는그대한숨속으로
언제든나는들어가고싶었다
그나뭇가지뒤에몸을숨기고나는내가끝끝내
갈수없는생의벽지를조용히바라본다
흐려지는어둠속에서몇개의움직임이그치고
지친바람이짧은휴식을끝마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