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시작되어학원을다니는데내가타는버스정류장다음에서웬남자가꾸준히타는걸알게되었다.
그는빨간셔츠에꼭끼는청바지를입고있었고얼굴은하얗고그때한참여학생사이에유행하던만화책"캔디’
에나오는안쏘니처럼생긴얼굴이었다.코가아주높고반듯하고귀족적으로생긴.
난주위에친척도별로없고내가맏딸이라그당시엔재수생하면무조건공부못해서재수하는걸로알고있던
시기였다.그는학원을가는재수생의모습을하고있었고잠시잠깐그의용모에매력을느꼈던내감정이
싸늘하게식으며’저러고다니니재수나하겠지….’하는조금은시니컬한감정으로돌변하였다.이것도지금
생각해보며그저내자신에게보내고싶었던위로가아니었을까싶다.그런거신경쓸때가아니라는….ㅎ
아무튼그렇게그의얼굴을익히게되었고서서히내기억에서지워졌다.
난방학을마치고다시학교로돌아가게되었는데어느가을날.그러니까대충9월중순,아님말경에나랑
버스를같이타고집에오는친구(별로그다지친하지않았단뜻이다.)중한명이내게성당도서실에가서
공부를하자고제안하는거였다.사실그때당시나역시마음이불안하기도하고공부도더안되는듯해서
마음이많이흔들릴때였다.그아이의말을듣고보니다들공부하는분위기에서하는게집에서혼자머리
싸매고있는것보단나을듯해서한번성당에같이가보기로하였다.
그리곤그아이와성당도서실이란곳엘가게되었는데사실분위기가그리좋은것같지도않고내가버스에서
보았던그재수생이떡하니아이들관리한답시고도서실입구에앉아있는거였다.난속으로코웃음을쳤다.
‘저러고있을시간에지공부나할것이지…ㅉㅉ’하면서…보통은남학생들이날쳐다보면조금은관심을갖는
태도를취하는데이남잔그저아무런느낌이없는듯그렇게무심히쳐다보는거다.아고~지가감히???
하여간약간은그남자에대한호기심도생겼고일단도서실에서공부를해보기로하고그날부터공부한답시고
성당도서실을드나들게되었다.결론부터말하자면그도서실드나들던그싯점부터내성적은곤두박질쳤고
더열심히해도모자랄판에정신은온통딴곳에있었고나를거기로이끌어그남자와의인연으로까지연결시켜
준그친구는결국수녀가되었다.난성당이라는곳엘첨가본것이었고그렇게인연은엵일수있다는걸후에
깨달게되었다.다시그다음얘기로돌아가서,
학교를파하면집에돌아가뭔가를먹고곧바로성당도서실로가는일이그후부터나의일과가되었고그렇게
드나들다보니마침내그남자도날아는척하게되었는데관심을많이드러내는다른남학생들과는확실히
차이가나게밍숭밍숭한거다.내자존심엔이미금이확가버렸고이걸그냥하는괘씸한생각이들면서너가
얼마나그렇게갈지두고봐야겠단어이없는다짐까지하게된거다.그전까진그런감정은너무도하잖고
유치하다고거듭다짐하고지내던내자신조차이해할수없는그럼감정의소용돌이에여지없이휘말리게된거다.
지나고내친구중하나가내게이런말을들려준적이있다."정생아.난그때너가넘생소해보였어.평소의
너라면너무도이성적이었다고생각했는데학교에오기만하면너그오빠얘기했던거아니?너정말그때왜
그랬던거야?난너무도이상했지만너가정신이조금나간듯도보여그냥안말안하고보고만있었어.ㅎㅎ"
문제는성당도서실을다니기시작하고얼마가지나고나서급기야터졌다.성당에다니던여자아이들이나와
내동생이성당에다니기시작하고성당의남학생들이우리에게너무나도주의집중하고있는것에질투심이
하늘을찔러우리들을따시키면서자기들끼리작당을한거다.우리가오기전엔오빠들의어텐션을한껏받던
여자아이를중심으로우리가어찌성당에도안다니는비신자이면서도서실을이용할수있냐는거였다.
성당도서실멤버들사이에논란의여지를마련하고일부는(물론남학생들)반대하고대다수의여학생들은맞다
란쪽으로지들끼리결론을내버렸다.나와동생은그때인간에대한실망감을또한번찐하게느끼면서쟤네들
정말너무유치뽕이다.그지??했지만어차피해결하고넘어가야할일이었다.그때그냥거길무소의뿔처럼
묵묵히걸어나왔다면내인생은분명달라졌을텐데…아쉽거나후회는아니지만지금그저쓴웃음이나온다.
난드디어중요한(내딴에는)결심을하고신부님을면담하였다.내가지금성당도서실을이용하고있는데일부
학생들이그건정당치못하다고생각하는것같다고.그러나난지금공부를해야할시기이고교리공부에매달릴
형편이안되니(물론전적인핑계지만)일단공부하고대학을간다음에교리공부도하고영세도받으면안되겠냐고.
신부님께선요맹랑한여학생의말씀을들으시고그럼그약속을지키겠냐고하신다음결국은윤허해주셨다.
난의기양양하게이문제를해결하고아이들에게공표한다음잠잠하진않고그래도여전히웅성거리는아이들을
뒤로하고동생과함께도서실로입장을하였고.그때의그자만심은지금돌이켜보면너무도우습고나의운명
으로걸어들어가는몸짓이었던것같다.하느님께서주신대로의내운명.결코돌이킬수없고숙명으로정해진
운명말이다.
난그것도모르고속으로쾌재를부르며그렇게계속성당도서실을드나들었고아까말한대로정신은다른데
팔면서나의소중한시간을그렇게보냈던것이다.공부안하던아이들도가장혼신의힘으로집중하여
마지막피치를올리는그런귀중한시간을말이다.당연그래서내고3성적이내신들어갈때가장많은퍼센트를
차지함에도불구하고젤로안좋고그덕분에나의내신은당근떨어지게되었다.
그런데그런일이있은그다음날도서실에갔더니아까말했던그남자가(그때까지도난오빠라고부르지못했다.
오빠가없어봐서나이만무조건위라고오빠라고부를용기가없었던거다.내친척도아니고말이다.할수없이
이름을붙여00이오빠이렇게불렀다.이제부터편의상’현’이라고부르겠다.)날부르는거다.그러면서하는말이
너가여기와서별로공부도더잘되는것같지않으면그냥집에서공부하는게더낫지않겠느냐고.괜히성당
안에불화만만들고너한테도좋지않은것같다면서잘난척(그땐정말속이뒤집어지는줄알았다.)하는거였다.
날다른사람들처럼그렇게알아주고환호해주지않아그러치않아도속이편치않았는데이젠성당에나오지말라
고까지말을하니내이성은급기야자제력을잃고만것이었다.그래서요즘유행하는말로"니나잘하세요."
이러고싶은맘을간신히자제해서"괜찮아요.걱정해주는건고맙지만됐어요.전계속나와서공부할거에요."
이렇게대답하고말았다.그때현의말을들었었다면역시내인생은많이는아니더라도달라졌을것같다.
이젠신부님께서도인정하셨고난아무꺼리낌없이성당의도서실을드나들게되었고이젠내놓고오빠들이
우리두자매를편애하니나머지여자아이들의마음이갈갈이찢겨질걸우린신경쓸마음조차없이그냥정신
없이지냈던것같다.그리고공부끝나면어울려떡볶이나오뎅도먹고다니면서다른여자아이들을유유히
따돌리고그렇게정신없는고3의시간을죽이고있었다.물론내동생은겨우중3이었지만말이다.지금도
이해되지않는나의행동이었다.물론가끔은이래선안되는데…하기도했지만멈출수는없었던그런.
그러다결국운명을결정짓는’예비고사’날이다가왔다.그날따라긴장해서잠많은내가새벽에일어났다
다시잠이들었고가족들도긴장을했었는지우리이모가깨우고보니조금늦은듯하여당황하며고사장
으로향했다.아빠가차로데려다주셨지만또수험표를잊고와서다시돌아갔다하면서온갖초장부터불운의
느낌이짙더니만결국은시험도엉망으로치고거기다너무나낙담되고긴장을하여서일찌감치펜으로답지에
표시를한후그대로책상위에엎드려버렸다.안좋은느낌을가지고그렇게시험장을빠져나오고그리곤답을
맞추어보며많이좌절하고그경향에도성당에나가다른아이들과이런저런얘기를나누었다.역시현도그
자리에있었고뭘하며저녁시간을보냈는진기억에없다.이미주사위는던져져버렸고허무한마음만가득한
채그렇게결과만을기다리고있었다.
***여기묘사된감정은지금이아닌바로그당시의감정이었음을밝혀둡니다.ㅎㅎ
지금은그때같은공주병환자아니랍니다.그땐정말뭘몰랐고자만심과열등감이묘하게교차된그런때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