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이야기 5

그런일(?)이있고나서부턴많은분들이짐작하시다시피서로더욱죽고못사는사이가되었다.

지금은생각이많이달라졌지만그때당시엔사랑하는사람은그사람의모든걸다소유해야한다고생각했던때라

그저서로딴눈팔지는않는지아니더나아가그사람의머릿속에들어있는생각까지도소유하고싶어애걸복걸

늘마음을팽팽하게터질듯지니고다녔던것같다.그를만나고헤어지면바로몸을돌리는그순간그의얼굴이

미치게보고싶고마음이아파오고집에서도전화기만쳐다보며도대체나의이성은어디로사라져버렸나싶을만큼

몽매한인간이되어버린내자신을발견하는나날이었다.

또한조금이라도틈새가보이거나미심쩍으면닥달을하고못미더워하고그러다보면늘말다툼이일어나곤했다.

그런모습이어른들의눈에는심하게보이실수도있고이해가안가실수도있는거지만당사자인우리둘에겐

일생일대가장중요한일이되었고공부는뒺전에다그저서로에대해알아가고탐닉하는것밖엔할수있는게

없었다고봐야할듯싶다.나만그랬다는게아니고서로가똑같이그랬다.

한번은이런일이있었다.내가그의집을갔더니그가머리를자르러이발소에갔다고해서거기에가보게되었고

그가머리를자르고있는데거기있는아가씨하나가그가담배를피고싶어하니담배를갖다주면서담배에불을

붙여주는거였다.그걸보는순간알지못할감정이폭발해눈물을흘리며거리로뛰쳐나왔다.후에그가쫒아

나와나를달래며왜그러냐고했지만내감정은이상하게가라앉을수가없었던기억이있다.단순한질투

아닌뭐랄까왜그가내앞에서굳이여자의불을받아들였을까에서부터도대체나이가뭣인데자기보다위인

여자의불을받아들이는행동을보이는걸까또왜저여자는저렇게살아야하는걸까라는복잡한심정이되었던

기억밖에없다.이날까지도그때의그감정의정체를솔직히모르겠다.아주복잡미묘했다는것외에는….

사실부모님들께서도젊은시절사랑의감정을느껴보셨고그런과정을지나오셨겠지만사람에겐일종의간편한

‘망각’이라는장치가함께하기에내입장과네입장이다르고또세월의위력과경험이라는터널을지나오신분들

에게서나오는특유의여유로움이랄까아님객관성이랄까그런반응을보여주셨다.특히우리어머니께서그

오빠를아들처럼이뻐하시고사랑하는건맞지만절대사윗감으로는생각치않는다못을박으셨고그이유또한

내가납득못할정도는아니었다.착하긴하지만그릇이크지못해대범하지않고너를이끌어줄만해보이지

않는다는….그리고한동네에서들은소문으로그의어머니께서너무깐깐하시다는….

나는어려서부터아들없는집의장녀로서또다리불편하신어머니를내가아들노릇하며모셔야겠다고생각했던

처지에서도나역시결혼을하고싶은마음은없었다.우리집의특이한환경에괜시리남자하나를끌어들여

부담을주고짊을지게하고싶지도않았고그때부터결혼이란당사자들끼리만좋아서되는문제가아니고집안과

집안의만남이란생각이확고했으니그쪽집안을보아서도결코녹록치않은환경탓에엄두를낼생각을할수도

없었고그러고싶지않았던것이었다.대신쿨하게멋지게사랑은열심히하자가나의모토였다.

내가살아가며가장사랑했던남자로서언제든기억해낼수있고나의모든것을다주어일말의후회도느끼지

않으려는결심을굳혔고사랑하나에올인한다는그마음으로어찌보면조금무모하고담대하게나의길을향해

걸어간것이었다.생각해보면너무이기적이었을수도있고세상의잣대나눈길에너무지나치게의연한것일

수도있으리라.그사람의생각엔아랑곳하지않고(이말은사실이아니다.늘농담이아닌진지하게이런

말을했다.우리열심히사랑하고헤어지게되면나중에만나신선생님,이여사하면서옛이야기나하자고…)

또세상사람들의입방아나눈초리에는신경쓰지않고나의의지대로가겠다고마음을먹었으니까.

그중에서도사실가장걸림돌이되는건나의어머니였다.모든역경을디디고자식들잘길러보겠다는일념으로

오늘까지지탱해오신분을배반한다는마음의갈등이가장컸고그때까지어머니말이라면무조건불구덩이에도

들어갈만큼따라오던큰딸이자신의의지대로어머니의기대에어긋나는행동을해야한다는마음의고통이너무도

컸다.

이게무슨말인지이해가안되시는분들을위해부연설명을드리자면남녀간의사랑이단순한플라토닉한면만

있는것이아니고시간의경과나아님감정의리듬을타고손을잡다보면입맞춤을하고싶고또발전되어서로의

몸을만지고도싶고하나가되고싶다는자연스러운과정을겁은났지만그사람의소망을거절하고싶지도않고

나또한경험해보고싶었단얘기다.

그러자니엄하신어머니의얼굴이떠오르고내안에서일어나는감정의갈등도나의발목을잠시잡기는하였지만

내가이사람아니고도다른누구와결혼하려는마음을가졌던것도아니고그저이사람과결혼만은안하겠단생각

이었기에굳이피하고하지말아야할일(?)이라곤생각치않았던거였다.

그리고어머니문제만해도내인생은이제내가알아서해야하고책임져야한다는의식이살아나고있었고….

거기에무엇보다그를무안하게만들수가없었다.겉으로보기에범생이같은그였지만그또한끓어오르는

열정으로나를가지고싶어했고난평소의내모습과는정반대로차갑게"노"라고외칠수가없었다.어떤일이

일어나게되면그후의일까지를늘생각해오던나였지만그때만큼은그런모든관념의틀에서벗어나나를

온전히마음가는대로맡기고싶었다.많은소설과영화와글에서보았던완벽한남과녀의합일을나또한꿈

꾸었고어느날드디어우린실행에옮겼다.바로그의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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