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의 ‘시래기’를 읽으며 봄을 생각한다.

시래기

저것은맨처음어둔땅을뚫고나온잎들이다.

아직씨앗인몸을푸른싹으로바꾼것도저들이고

가장바깥에서서흙먼지폭우를견디며

몸을열배스무배로키운것도저들이다.

더깨끗하고고운잎을만들고지키기위해

가장오래세찬바람맞으며하루하루낡아간것도

저들이고마침내사람들이고갱이만을택하고난뒤

제일먼저버림받은것들도저들이다.

그나마오래오래푸르른날들을지켜온저들을

기억하는손에의해거두어져겨울을나다가

사람들의입맛도바닥나고취향도곤궁해졌을때

잠시옛날을기억하게할짧은허기를메꾸기위해

서리에맞고눈맞아가며견디고있는마지막저헌신

우리주위에시래기가되어

생의겨울을나고있는것들은얼마나많은가.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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