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나는이제하나의남자와여자로서서로를느끼고사랑하고있었다.
달콤한쵸콜렛을먹을때의그런기분으로그와의사랑의식을행했고난그저그가즐거워하는모습을보면
그걸로족했다.어쩜그가즐거워하는지아닌지잘은몰랐지만당연히행복할거라고믿었는지도모른다.
그에게나의모든걸아낌없이주고싶었다.그가행복해한다면지옥불이라도뛰어들수있을정도의각오와
열정이내게있었던시기였다.
우리는서로참으로미숙했지만함께배워나갔고함께사랑의울타리를만들어갔다.그와나는서로를기쁘게
해주기에조금의주저도없었고주는것이행복임을깊게느꼈다.오롯이두남녀가하나가되는일만이
서로에대한사랑의궁극이라는데에도일말의의심이없었다.우리는주고또주고서로의갈증을채워주는데
우리의온노력을집중했다.그리고사랑의샘물은역시나퍼낼수록더욱달콤하고깊어져갔다.
그당시공부는정말뒷전이었다.그와만나서도대체무엇을했는지도지금에와선솔직히기억에없다.
그저붙어있는게좋았고그렇게미래에대한대책없이늘시간이우리들을기다려줄줄알았다.
그당시나의마음을역시나가장혼란스럽게한것은나의사랑론과부모님의기대,특히나장녀로서의의무
사이의괴리감이었다.그러면서왜내가온전히나만일수가없나하는가족에대한(솔직히다른사람보다는
어머니)부담감과내행동에대한당위성의문제,혹시라도이게훗날후회되는불장난이면어쩔까하는두려움등
복잡한심사가되었고그러니더욱더공부에집중할수도없었다.
또한그에게못을박았고나의마음이어느정도확고하게서긴했지만과연내마음속의또다른내가그를사랑
한다면서도내치려고미리선수치고있는것은아닐까란죄책감도있었다.그의미래가그리밝아보이지않으니
사랑의순수성을운운하며그와의결혼을피하려는심리는혹아닐까하면서말이다.그러다가또고개를저으며
다시한번다짐하길여러번이었다.난그를사랑은하지만절대사랑은현실과혼동되어선안된다면서…
그의군입대까지가우리의사랑의유한기간이었다.마음속으로이렇게다짐하면서도그를보면또모든걸잊고
그를좋아하고행복해하다가드디어그가군대에입대하는날이되었다.그의친구가따라오겠다는걸말리곤
그저나와둘이만우리는춘천을향하는기차에올랐고춘천에도착하여그는머리를빡빡밀고그렇게내눈앞에서
사라져갔다.
나의가슴엔거대한썰물의파도가밀려나간뒤의허허한백사장만남았고난갈갈이찢겨진듯한심장을붙들고
겨우돌아오는기차에오를수있었다.눈물이흐르다못해콧물까지범벅이되어버린내얼굴을살필틈도없이
언제도착했는지도모르게기차안에서진을다빼고난비틀거리며집으로돌아왔던거였다.
그리움이란걸그토록이나철저하게느껴본적은이전에도또그이후에도없었던듯하다.그를적어도일년
정도는못볼것이라생각하니숨이탁막혀왔고내쓰린가슴엔그야말로커다란동굴이뚫려버린것같은휑휑함
만이숨죽이고있었다.그가없는앞으로의내삶은어떻게진행될것인가가가장코앞에닥친문제였다.
왜나는그와의이별을준비했음에도불구하고이런감정의도가니에휩싸였던것일까?마음속으로이미다
정하여진그과정대로가고있는것임에도불구하고평소이성적이라믿었던나의정신과육체는예정대로움직여
주질않는거였다.정신적공황을가장철저하게경험한것도역시나이때였다.난살아있으되온몸에서기가다
빠져버린꼭두각시같은몸짓으로그렇게한참을보내야했다.
그가군대에입대한후얼마동안은열심히위문(?)편지도써주고그를기억해내며겨우잠자리에들고마음을
추스리면서시간을보내다가역시나나의결심대로난서서히그와의헤어짐을실행에옮겼다.마음도편지도
뜸해지면서나는그전까지소홀했던공부에집중하고나만을위한시간을더욱늘려나갔다.
가끔은그를기억해내며그리워하며미칠것같은감정에빠져들때도있었지만내스스로마음을다잡았고
냉정을유지함이나의사랑을영원히아름답게간직하기에가장좋은수단이라는걸의심치않았다.나역시도
흔하디흔한한인간에불과하기에나의노력은힘은들었을지언정어차피누구나처럼그렇게되어가고있었던
거였다.
그러다그가첫휴가를나오게되었고그당시는막상그를보니까반갑고기쁜마음이었지만내마음속에
간직했던다짐까지를꺽을만큼은아니었기에그에게성심껏잘해주는것으로나의도리는다한것이라고스스로
위로하며시간이지나가길기다린것같다.그도역시나시간이필요하고시간이모든걸해결해줄거라고믿으면서
말이다.그렇게속절없이세월은흘렀고나는그를내맘속에서서서히지워가며나만의인생을묵묵히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