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교수
강준만교수는사건에내재한옳고그름,장점과단점,빛과그늘을모두말한다.그래서그는자기편이없다.그에게“당신은어느쪽이냐?”라고물으면그는“이쪽도완전히옳지않고,저쪽도완전히틀리지않는다”라고응수한다.황희정승식의“그래,네말도옳다”가아니다.어느쪽의입장에도기울지않은평형을유지하며,각각의명암을가려낸다. 그를‘회색론자’나안좋은의미의‘절충주의자’로오해하지않길바란다.그런단어들은자신의주장에결코책임지지않는,어영부영하는이들에게나붙일라벨이지,그처럼치열하게자료를읽고,책을쓰고,기꺼이논쟁에뛰어드는사람에게쓸말은아니다. 그렇게보실수도있겠지만,제겐일관된작업입니다.그간제가주로문제삼았던연고∙학벌∙차별등의주제는 한국인에대해책을쓰게된특별한동기가있으신가요? 제가그간늘해왔던일입니다.특별한동기라거나문제의식은연세대조한혜정교수의다음과같은말씀으로대신하는게좋을것같군요.제가전적으로공감하는말인데다실감이워낙뛰어나그대로소개하겠습니다. “나는1986년에안식년을영국케임브리지대학에서보냈는데,그곳에서인류학자와사회학자와역사학자들이금요일저녁에하는작은규모의토론회에참석했었다.그런데세미나내용을담은책들이다음해에출간되어학회에서논쟁을일으키고전세계의대학에서주교재로사용되는것을보면서‘아차!’를외칠수밖에없었다.그들몇명이벌이던열띤토론,곧자신의사회가나아갈길과개인적고민이어우러져만들어진‘소서사’가순식간에‘보편적진리’가되고있는것이다.” 실제로‘메이드인서양’사회과학이론과의제들을접하고공부하면서우리현실과의괴리를느낄때가많았습니다.그런문제의식이한국인탐구로나아가지않았나생각합니다. ‘한국인바로알기’라고하면대부분의사람들은뿌리를찾는과정,잊고있었던전통적인것을바로알고새롭게계승하는과정으로생각하고있습니다.선생님에게‘한국인바로알기’작업은어떤것입니까? 맞습니다.제문제의식도바로그것입니다.그간‘한국인바로알기’는문화인류학,민속학,국문학,심리학전공자들이많이해오셨는데,이분들의연구는사회분석과는선을그었지요.저는그게그분들의겸양때문이라고봅니다.반면현재의공공이슈들을다루는정치학자와사회학자들은그런연구성과를활용하지않지요.제게있어서‘한국인바로알기’작업은한국사회와한국인의특성에관한연구가현실적인사회분석과는따로놀고있다는점에이의를제기하면서그걸통합해보는일도필요하다고역설하는겁니다. 그런의의에대해선이미여러분들이많은말씀을하셨습니다.물론그분들이지금제가하는 “왜현실은엄연한한국의현실인데강단의언어는외국어인가?이것은12년반동안이나내가익히알고지내던바로그외국어가아닌가?형식만한국어를뒤집어썼지내용은외국내용그대로가아닌가?그런데우리에게는그언어의전제가되는현실이없지아니한가?여기가어디미국의51번째주라도된단말인가?그때나의눈앞에는너무나도한국적인도서관현장이처연하게땅위에누워있는데강단의언어와처방은외국어로하늘을날고있었다.병은보통의한국병인데처방은턱없이고급이었다.그것은첨단의수입외제처방이었던것이다.나는정말혼돈스럽고괴로웠다.나는자문하지않을수없었다.과연우리가이러고있어도되는것인가?” 책에서논한단일성과밀집성이라는두조건과획일성,집중성,극단성,조급성,역동성이라는한국인의다섯가지속성을독자들이어떻게받아들이길원하십니까? 그두조건과다섯가지속성은한림대김영명교수가지적하신것입니다.물론저도동의하고요.그걸안다고해서크게달라질게없다하더라도저는자의식은갖는게바람직하다고생각합니다.예컨대,매우독선적인사람이그독선이라는‘병’은완치하지는못한다하더라도자신에게그런‘병’이있다는걸아느냐모르느냐하는건자신의독선을어느정도통제하는데있어서매우중요하다는거지요.자신의장점도마찬가지입니다.이세상엔의외로자신의장점을모르고살아가는사람들이많이있습니다.그렇게되면그장점을계발을못하게되지요. 우리나라에서한국과한국인에대한탐구가빈약한것은우리의지식풍토가과도하게서구지향적이며과도하게분업지향적이기때문이라고말씀하셨습니다.이두비판에대해좀더자세한설명을듣고싶습니다. 한국사회와한국인의특성에관한연구가현실적인사회분석과는따로놀고있다는점에문제의식을갖는걸전제로하여그렇다는거지요.서구지향성에대한답은위에인용한조한혜정교수와김정근교수의말씀으로대신하기로하고,분업지향성에대해서도이미많은연구자들이문제제기를해왔다는걸말씀드리고싶습니다. 예컨대,지난해2월인문사회연구회연구진은자연과학,인문과학,사회과학으로구분짓는이른바‘과학의3분리모델’을극복해야한다고주장했지요.세분야가서로높은담을쌓고지내는바람에‘수많은정보들만바다를이뤄흘러갈뿐지식으로재가공되지못한채폐기되고,구체적현실분석에서출발하지않은탓에사회적복잡성의증대에대처능력을상실하는’결과를가져오고있다는겁니다. 그걸알면서도왜극복이어려운가?대학을잘들여다보십시오.‘칸막이이기주의’가매우심하지요.특히대학개혁이라는이름하에교수들에대한논문압력이심해지면서교수들은‘서바이벌게임’에매달리게되었다고해도과언이아닙니다.논문은‘좁고깊이있게’다루는걸원칙으로합니다.학자개인차원에선‘전문주의의축복’일수있지만,사회차원에선‘전문주의의재앙’일수있지요. 특히‘대학경쟁력강화’라는미명하에외국학술지에논문을싣는걸우대하는건좋은점도있지만좀웃기는면도있습니다.김종엽한신대교수가경제학분야를예로들면서이렇게말한적이있지요. “미국의A급저널에논문을싣기위해서는미국경제학계의논의의맥락에충실해야한다.그것은국내학술지에게재할논문을쓰는것과는전혀다른연구방향,이론적지향,문체,자료수집을요구한다.다시말해우리나라경제학자가미국학술지에논문을싣는다는것은좁은국민적맥락을넘어서보편성의세계로나아가는것이아니라또다른국민적맥락속에깊이발을담그는것을의미하며,그것에대한사회적우대는세계체제의위계적질서가학문세계안에서관철되는한양상이다.” 저는전문주의로가는학자들이다수를차지하는가운데‘가로지르기’를하는사람도소수나마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다양하게공존하는게필요하다는거지요. 최근,민족성이나국가성이‘허구’이거나‘조작’이라는주장이제기되고있습니다.민족이나민족의식이근대가만들어낸일종의‘신화’에가깝다는것인데요,그러한주장에대해서는어떻게생각하시는가요? 그러한주장에전적으로동의하진않지만,동의하는편에가깝습니다.많은분들이민족주의∙국가주의비판과‘한국인탐구’는상충하는게아니냐는생각을할법도합니다만,제생각은전혀다릅니다.민족주의․국가주의비판은‘당위’를역설하는것일뿐현실분석은아닙니다.당위를역설하면서도현실에대한분석을병행하는게필요하지요.그렇게하지않으면당위론이공중에붕뜨게됩니다.속된말로당위론을역설하는사람만고고하게되는꼴밖엔안된다는거지요. 이번황우석사건도마찬가지입니다.저는황우석지지자들과는다른생각∙입장을갖고있지만그들을‘파시즘’,‘사교집단’,‘광신도’,‘스톡홀름신드롬’등의단어로비난하는것엔동의하지않습니다.그게바로현실분석이결여된당위론의한계라고생각합니다. 책에서언급된한국인의특성은개인의특성이아니라,대집단으로서의한국인의특성이라고말씀하셨습니다.대집단이되는과정에서다양한‘화학반응’이일어난다고하셨는데,그러한화학반응은무엇인가요?그리고거친질문이되기도하겠지만,책에언급된특성을갖고있지않은한국인들은‘한국인’이아닌걸까요?(무례한질문인듯해죄송합니다.) ‘화학반응’은한국인들의타인지향성이강하기때문에집단이되는과정에서나타나는양상들을가리킨겁니다.‘쏠림’과‘소용돌이’를생각해보십시오.한국사회에난무하는각종‘신드롬’과‘유행’도마찬가지입니다.개인개인에게물어보면지역감정가진사람거의없지만,집단이되면전혀다른결과가나타나지요. 두번째질문은거칠지도않고무례하지도않습니다.‘범주의폭력’가능성에대한당연한짜증이라고생각합니다.‘범주의폭력’,그거정말짜증나지요.남자는어떻고여자는어떻다느니,경상도사람은어떻고전라도사람은어떻다느니,서울대학생들은어떻고고대학생들은어떻다느니,한국인은어떻고일본인은어떻다느니등등우리는매일일상적으로그런말들을하고살지요.그렇지만그집단의범주에속하는사람중엔그집단의대표적특성을갖지않은사람들도있을것인바,그들이느끼는스트레스가만만치않지요. 그런데비극은그런범주화가인간이사회생활을하는한피해갈수없다는겁니다.그래서무엇을위한범주화냐가중요하지요.저는성찰을위한‘한국인코드’를이야기한겁니다. 외국인이쓴한국인연구에대한책도이번책을집필하시면서많이읽으셨나요?읽으시면서어떤느낌을받으셨는지요? 제가미처몰라서빠뜨린것도있겠지만,거의다읽었고지금도그런책은나올때마다악착같이사서읽습니다.외국인은‘낯설게보기’가가능한분들이라그분들의한국사회관찰에서얻을게많습니다.물론역사적․정치경제적배경에대한이해가없거나부족해피상적인관찰로끝나는경우가많지만,그건굳이문제삼을필요가없다고생각합니다.‘피상적관찰’도중요한가치가있는것인바,그것만으로도큰기여를했다고봅니다. 맞습니다.늘그것때문에욕을먹고많은비아냥선물을받기도하지요.제팬을자처하는어떤분은그런비아냥이억울하니인용을좀줄이면안되겠느냐고조언까지하더군요.그렇지만제게도이유가있거든요.크게보아세가지입니다. 첫째,제가전적으로공감하는경험중심의실감나는말을널리알리고싶어서입니다.제말로바꿔써선실감이살지않습니다.많은인용을못마땅하게생각하는분들은저자의위상을높게평가하는‘작가주의’취향의독자들인데,저는‘작가주의’를거부하는실용파거든요.저자신의위상이나이름보다는독자들에게서비스를제공하는‘지식소매상’노릇만잘하면그만이라는거지요. 둘째,제가생각을얻은원문을제말로바꿔쓰는게불편하게느껴지는결벽증때문입니다.신문기사하나라도그걸어떤기자가썼는지그걸꼭밝히고싶어합니다.심지어는제가스스로생각한것이라도나중에그와비슷한글을발견하게되면그글을인용하는걸로대체할정도로‘자기비하’(?)가심하지요. 셋째,저자과대평가에대한거부감때문입니다.독일의극작가베르톨트브레히트는감정이입적연극에반대하면서관객이줄거리를의심할수있어야한다고주장했지요.저는그원리를변형시켜책의저자에게도적용할필요가있다고봅니다.우리시대의저자들이어떤글쓰기스타일을구사하건사실상‘사전편집자’에지나지않는다는‘저자의죽음’론을상당부분수용해야한다는거지요.저는디지털시대에책이라는매체는연극이나영화와는달리그자체로완결된작품이어야할필요가없다고봅니다.나쁘게말하면책을우습게아는것이고,굳이좋게말하자면겸손하고정직한거지요.제글쓰기방식에대한비판도저를과대평가하는기반위에서출발한것이기에어찌생각하면고마울따름이지요. 사람들중에서는학계에몸담은사람이현실사회에대해지나치게논쟁적인발언을하거나,그러한현실정치에뛰어드는것을학문의순수성을해친다고하여꺼리거나멀리하는경향이있습니다.그런시각에대해어떻게생각하십니까? 교수의현실참여엔세가지유형이있는것같습니다. 저는첫번째유형입니다만,두번째세번째모두소중한기여라고생각합니다.물론세가지유형모두에다부작용은있지요.최근서강대사회학과김경만교수는한국교수들을향해“제발상아탑에갇혀지내라”라고촉구했지요.교육학계원로인장범모한림대석좌교수도그런취지의말씀을하셨지요.저는이분들의말씀이옳다고봅니다. 앞서한말에비추어모순아니냐고요?아닙니다.교수들이죽어라하고상아탑만지켜도그로인한부작용과문제는나타나지요.위두분의말씀은지금교수들의참여양상에나타나는많은문제들을지적한거라고봅니다.제가생각하는해법은‘각론’비판입니다.‘실명비판’을하면더욱좋고요.물론총론비판도좋습니다.적어도방부제의가치는있습니다.‘주고받는비판속에명랑사회싹튼다’라는게제생활신조지요. 선생님은정력적인집필가로도명성이높으십니다.바쁜일상중에수많은집필을가능하게한비결이궁금합니다.끊임없이많은책을쓰게하는원동력은어디서나오시는지요. 리눅스의아버지라할리누스토발즈의 “어쨌든나는이상주의자는아니었다.나는오픈소스를보다나은세상을만들기위한방편으로생각했다.하지만내게더중요한것은‘재미’였다.재미를즐기는방편으로서오픈소스를생각했으니,분명이상주의적인견해는아니었던셈이다.나는항상이상주의자들을재미있지만다소따분하고,가끔은무서운사람들로생각했다.” 토발즈는자신이쓴책의제목을‘그냥재미로’라고붙인이유에대해“적어도우리가충분히진보할가능성이있다고한다면우리가하는모든일들은결국우리의즐거움을위한게된다”라고했더군요.사실즐거움없는‘진보를위한노력’은많은부작용을낳게마련이지요.제가책을쓰는원동력은‘그냥재미로’정신입니다. 지금까지‘학문과현실의경계’를넘나드는성역없는글쓰기작업을계속해오셨습니다.그런글쓰기를하시면서느끼는애로는없으신가요? 한국사회의‘고정관념’이가장큰애로지요.그러나원래‘선구자’(죄송!)는외로울수밖에없다고생각합니다.욕먹는것도당연하고요.다말로만욕하는거지,직접찾아와서때리진않거든요.우리나라정말좋은나라입니다. 선생님께서는지금까지명암론(明暗論)적인태도때문에오해를많이받으신것으로알고있습니다.그런오해들에대해서어떻게생각하시는가요?그리고명암론이가지는한계도있지않을까싶습니다만…. 그런오해는위에서말씀드린것과는또다른유형의비판으로귀결되는데,전비판을하는자는자신에대한비판을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알면서살아야한다고생각합니다.최근한겨레김효순편집인이쓴칼럼중에서아주감명깊은대목이하나있었습니다.다음과같은내용이었지요. “평소눈여겨보던한중견기자가사직을하고기업으로옮겨갔다.소속언론사에서눈에띄는자리로만옮겨다니던그가이직을하게된배경이궁금했는데,당사자에게직접사연을들어보니예상하지않았던답이나왔다.기자로서남을비판하는일의부담이버거워졌다는것이다.” 전그기자가정말양심적인기자라고생각합니다.남을비판하면그비판은늘부메랑이되어자신에게날아오지요.그런데비판을하는사람들은의외로그이치를외면하면서살아갑니다.자신에대한비판엔너그럽지못한경우가많지요.저도한동안그랬었지요.제불만은비판이정확하지않다는이유때문이었지만,정확하지않은비판이라도다그럴만한최소한의근거는있기에소중히여겨야한다는쪽으로생각이바뀌었지요.그래서‘그런오해들’을늘고맙게생각하면서제작업에반영하려고애를쓰지요. 명암론의한계는‘운동’이나‘세력화’가어렵다는점이지요.예컨대,저는보수언론에대해서도3∙7제나4∙6제를주장하거든요.제가보수언론에반대해도그반대는7이나6에대한것이지3이나4의몫은흔쾌히인정한다는겁니다.그런데그반대가‘운동’이나‘세력화’의단계로접어들면0∙10제가되고맙니다.정치도그런식이지요.전그게영불편합니다. 한국교수사회에서는전공에대해벽이높은편입니다.선생님께서는신문방송학을전공하신후,사회과학이나역사쪽의연구를하고계신데요.힘들지않으신가요? 앞서말씀드리긴했습니다만,한국사회엔‘가로지르기’의풍토가참척박하다는생각을많이합니다.‘칸막이문화’가발달한탓일까요?그러나현실을보십시다. 정치학과나사회학과에역사연구만하시는분들이많이계십니다.예컨대,서울대사회학과에계시다가한양대석좌교수로가신신용하교수님은평생역사연구만하신분인데그분은역사학자일까요사회학자일까요?한국전쟁에대한탁월한저서를쓴연세대박명림교수는정치학전공자인데정치학자일까요역사학자일까요?한국언론사연구에큰업적을남긴한국외국어대정진석교수는언론학자일까요역사학자일까요? 역사학자가따로있긴합니다만,어느분야에서건역사는연구해야지요.예컨대,출판학자중누군가는인터넷서점의발달사를꼭써야하지않겠습니까? 『한국인코드』이후집필계획이궁금합니다. 저는지금1990년대의현대사를쓰고있는중이며,이어개화기와일제강점기의역사까지쓰려고합니다.언론사∙커뮤니케이션사∙문화사∙집단의식사에무게를둘것이니,주제넘다고흉보는분들이적기를바랄뿐입니다. 선생님은연구하고계신주제에대한자료를가능한한모두섭렵하시는것으로유명하십니다.특별히개인적인즐거움을위해독서를하시는지,그럴때에는어떤분야의책을주로읽으시는지요? 저의모든독서는다즐거움을위한겁니다.그래서제기준으론제가편식을많이한다고생각합니다.제연구주제와조금이라도관련이있겠다싶으면무조건책을사들이고보지요.예컨대,최근한연주씨가쓴 대학에입학한신입생들에게특별히권해주시고싶은책이있으시다면알려주세요.
첫째,오직말과글로만참여한다.
둘째,말과글은아끼면서몸으로참여한다.(직접정관계진출을하거나각종공적위원회에참여한다.)
셋째,말과글은물론몸으로도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