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

지난금요일아침일찍출발하여미국시어머님을뵈러갔다.이곳에선어머니날이둘째주일요일
인데일요일에성당미사참석하고레지오마리애까지참석하고나면너무늦을것도같고또일요일

이주는부담감때문에일찌감치금요일에찾아뵙기로한거였다.토요일엔한인학교가야하니
그것도여의치않고말이다.

어머님과만나점심식사를하면서이런저런얘기를나누는데우리옆테이블에노부부로보이는
커플이사이좋게음식을나누어드시고디저트까지나누어드시는모습을보면서어머님께조심

스럽게말씀을드려보았다.남자친구랑가끔은데이트도하고그러셔야지않겠느냐고.어머님께서

당신도최근에야그런생각이좀들긴하지만새롭게알게된사실이남자들이자식과함께산다고
하는걸별로라고생각하는것같다말씀하신다.지금시누이와함께사시니이리말씀하시는건데
일단데이트만원하는남자는별로없고다들합쳐서서로의외로움을달래고싶은데그게여의치
않으니힘드실것같단말씀이셨다.그리고어머님당신도막상혼자편히지내시다새로운남자를
알게되어살림을합친다는것도썩내키시지않는다시면서그러자니가뜩이나기회도없는데다가
선택조건에맞지않는다하신다.말씀중에느낄수있는것은확실히자식이좋고딸이어머니를
위하고다독거려도외로움까지는어려운것이로구나!라는거였다.

젊은사람들도이것저것따지다보면어려운것인데인생의황금기에들어서신분들이경거망동

하기도그렇고살아온세월의힘과경험에서축척된자신의성(城)을허물기가얼마나힘드실까란

공감이느껴졌다.특히나미국에서일년중6개월을지내시니더욱힘드실듯하다.식사를하시면서

완전우스개소리인것만은아닌것이여기미국남자들은너무무식한것같단말씀을하신다.하긴

의사남편에다일류로만지내셨던분께서미국시골구석의노인네들이눈에들어오실리만무하시겠지….

정말다그나이대로새로운사람을만난다는게어려운일이라는걸절실히느낄수가있었다.젊으면

젊은대로,나이들면나이든대로다여건과사정을고려해볼때새로운사람을만난다는것은절대로

녹록한일이아니란걸깨달게되었다.그러면서도같은여자입장에서볼때늘그렇게혼자만의

시간을가지심이안되어보이고때론사랑도받고싶으실텐데하며안쓰럽다.어찌보면참으로

역설적인것이내자신은혼자이고싶다는욕망을때론깊이느끼면서이렇게혼자계시는모습이

안되어보이는심리는또무얼까싶다.

꽃도안겨드리고점심도대접하고선물까지드리고기뻐하시는모습을뵈면서나또한빗길을뚫고
온보람을느꼈고오랜만에어머님과둘만의시간으로공감대를나누며기꺼운마음이되었다.사람

산다는것이정말큰것보다이렇게자잘한일상에서기쁨과보람과행복을느끼는것임을,또한
그런느낌은동,서양이다르지않고만국의공통되고보편화된인간애라는걸느끼며돌아오는
빗속의운전이웬지여유로움을더한듯도하다.조심스러웠지만웬지모를안정감과내마음에
흐르는비를느끼는듯그렇게촉촉함을선사한시간이었다.

토요일한인학교에선글짓기대회준비용작문을학생들에게시켰는데그간배운한글로는좀

어려움이있는것도사실이지만무리를해서라도시도해보라했었다.아직모르는표현도많으니

줄곧내게이런건한국말로뭐라하느냐는질문이쉴새없었지만이번학기학생들은유난히적극적

이고뭔가를해보려는의지가강하기에힘들어보이지않고차라리아주즐기는듯보였다.뭐가

그렇게신나는지자기들끼리웃고의논하고서로가르쳐주고배워가며새로운것을알아간다는기쁨을

여실히보여주었고다들열심히문장을만들어갔다.결국내가손을많이봐주어야완전한문장이
되었지만시도만으로도이미충분히훌륭한노력이었고이런학생들의모습이너무도대견스러워
나또한흥에겨운하루였다.

오늘일요일조카들과미사에참석했는데왜오늘은유난히도마음에분심이많이들고집중이안
되는것인지.내내내마음을나도모르겠다는어정쩡함으로미사에참석한것조차주님께죄송스런

마음이들었다.이런마음으로과연성당에앉아있어도되는것인지.아니면이런마음이들수도

있고그래도참석하는게옳은것인지아니면이럴땐차라리빠지는게옳은것인지부터미사내내

다른생각들로마음이어지러웠는데그나마위안이되는것이강론말씀중에내가듣고싶은귀절이

다행스럽게도귀에들어왔다는거였다.살다보면이럴때저럴때가있고진정무사히잘넘기는

지혜만가질수있어도큰축복이겠다싶었고.사실오늘은레지오마리애도참석하고싶지않았던

것이솔직한심정이었지만그래도역시나의보잘것없는의지보단도리와습관에이끌리어참석하였고

결론은잘했다는것으로스스로에게위안을내렸다.

궁금한것은이런마음이갑자기인것처럼드는것이과연나의어떤의지와연관이있는것일까,
아님주님의섭리실까,또아님악마의소행일까,그것도아님나의무의식저밑바닥에있는어떤
연유로부터일까란의문점이다.이럴때나는과연어떻게대처해야하고나를다잡고다스려야
하는것인지,또나는무엇때문일까를잠시유보하고그저시간이흐르기를,저절로치유되기를

기다려야하는것인지아님나의보잘것없는머리로라도싸매고고뇌해야하는것인지정말모르겠다.

이런과정이모두한인간으로서의나의진면목임은분명하겠지만그안에서있는내자신으로선참으로

힘든시간임에분명하다.이럴때과연지혜로운자들은어찌하는지….바로내가알고픈것은이러한

것들이고이런걸속시원히알고파서나는오늘도사유하고글을읽고글을쓰고사람을그리워하며

끝없는진리를찾아나서는것같다.

결국나는내가서있는이곳에서가장쉽고도가깝게만날수있는사람들에게매달리고그들로부터

조그만진리의편린이라도줏어듣는모든행위를소망하게되는데이런목마름자체가바로주님과

가까와지는것이아닐까란내식대로의결론을내려보았다.아직도나는내가모르는것과아는것의

차이를모르겠고그게그렇게나중요한것인지도모르겠고이렇게주님을언급하는내가지금맞는말을

하고있는것인지도모르겠다.역시오늘나는알면서모르겠고모르면서도알것같은지독한패러독스

(역설)에허우적거리는내모습을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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