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 2

철이들어가면서인간의삶을이루는것은과연무엇일까에대해꽤나골몰한철학적사유를’선택’

했었는데대부분이그렇듯약간은냉소적이며그로테스크한,또그러면서도굉장히’explicit’한
면을좋아하는극단성을보였던듯하다.아마이건내안에있는’나다움’을가장적절히표현한
말일듯.’냉정과열정사이’ㅎㅎ난정말극단적인면모가두드러졌던듯하다.실제의나와

보여지는나,그리고어쩜그것보다는더욱극명한대립을보이는내안에서의양면,즉내안에

존재하는차가운이성과불같은뜨거운감성의이중주가바로지금의나를만들어왔다고보여진다.

때론조화롭게,때론많이삐꺽거리며그렇게…

당연히종교에대해서,신에대해서난회의적이면서도나만의논리,즉개똥철학을만들어나갔다.

그래서때론신을믿는친구들과의설전도꽤여러차례가졌었고홀로외롭게그러면서도한편으론

구태의연하지않는나의발상에자부심을느끼며나만의자유로움과만족감을지녔었다.그렇게될수

있었던근본적인원인을찾자면아마도나의범상치않았던환경이거의다를차지하지싶다.거기에

내스스로더욱부풀린’비련’이일조를더하였고말이다.어려선정말나만무지특수한환경에처해

있단믿음이거의확고했었으니까말이다.’너희들이슬픔이뭐고아픔이뭔지알아?’하며되지도않은,

비극적운명의가장큰희생자로내자신자처했던시기였다.내스스로를’비운의주인공’으로’선택’

했던것이다.

그런’비련의대가’가씩씩하게세상을헤쳐나가면언젠가는승리의기쁨을맛볼수있고세상은

뿌리는대로,노력한만큼쟁취할수있다는것을믿어가며열심히지금의불행을훗날의행복으로

만드려는데온갖힘을쏟기를또’선택’했다.내가할수있는건나의마음을선하게유지하고공부

열심히하는이라여겼다.그래서그렇게했다.지금의아픔쯤은미래의보상에비하면댈것

아니란걸거의맹신적으로믿어가면서말이다.꿈이있었고뭐든펼쳐질수있어보였던그시기

지금돌아봐도참으로아름답고기꺼웠던시기였던것같다.’꿈이있는자!그대는행복한자여라~’

가맞는것같다.

나의일생을여러단계로나누어본다면아마대학을입학하는그시기가다른대부분의사람들처럼
내겐중요한한분기점(分岐點)이될것이다.난그때나의일생이역시나평탄과는거리가멀거란
걸어렴풋이짐작할수있었다.왜냐?평소잘해나오다가어떤기회에약한듯보이는내전반적
느낌에확실한종지부를찍었던사건이있었기에말이다.다름아닌수능시험날너무긴장해서인지
일찍일어났다늦잠을잤고허둥지둥이름표까지잊고차를타고가다다시집으로돌아가는등여러

징크스를보이다가결국시험도죽을쑤고말았으니말이다.아주중요한순간에난모든걸다포기

하고싶은마음이들면서여지껏놓지않았던긴장의끈을순간놓아버렸다.그리곤될대로되란

기분이되며실지로도시험도중일찌감치답안지를대충메꿔놓고책상에누워버렸다.지금까지

내의지를담금질했었다면바로그순간난그간쌓아왔던,나의견고해보였던’성’을대책없이허물기

를’선택’한것이었다.

예상대로모의고사때보다훨씬못미치는성적을가지고별로고군분투도하지않으며그렇다고다시

해보겠단건전혀고려해보지도않고그저이역시운명으로받아들이겠다는’선택’을하고난내가

원치도않았을뿐만아니라한때속으로비웃기까지했던한여자대학을들어가게된다.당연히그런

마음으로대학을입학했으니공부와는담을쌓고실컷’연애질’만했지.ㅎㅎ이전부터또한운명으로

받아들였던한남자를’선택’해서그와미래에대해선구체적인생각도없이(아니사실없었던건아니고

내맘대로결정해버렸지)그저희희낙락만하고지내는걸’선택’한거다.

이왕이렇게된거실컷연애하는거지,뭐하는심리가바탕에깔렸었고난동창들을많이우습게

보면서내스스로를아웃사이더로만들어갔다.어떤학과외활동도하지않았고그들과어울리지도

않았고친구를만들어가지않았다.그저학교땡치면그를보러갔고온통내마음속엔그에대한

생각만들어차있었다.그때또’선택’한게바로’일부가아닌전부다를주자’였다.흔히하는말로

사랑에빠지면눈에콩깍지가씌인다고하는데바로그꼴이정확히나였다.난그가온전히내맘에

차는게아닌걸뻔히알면서도그저내가가지고있는모든걸다주고싶었다.이전의나에서180도

달라진내자신을바라보는것도과히나쁘지않군!하면서그런의외성을무척이도즐겼던듯하다.

아니어떻게완벽에가깝다생각했던내자신을그렇게도허물수있었던것인지지금이야이해하지만

그당시는그저의식없이사랑이란이름의그물에나의이성을통째로내맡긴것이었다.

내가기억하기로아마그때의내감정의혼돈이내생애몇안되는큰딜레마에속하는듯하다.

사랑을쫒자니내생명의근원이자내존재의당위로만여겨왔던내어머니가여간걸리는게아니었다.

무슨말이냐면사랑을내생각대로해나가자니나를금지옥엽길러주신어머니의의지에反하는일(?)

해야할게너무도많았단얘기다.난그야말로거대한’도그마’에빠져버린것이었다.
‘어찌해야하오리까?절대자시여~’가늘내머리를움켜잡고놓아주지않았던시절…구체적종교의

이름을갖지않았었지만난이미내맘속에절대자의존재는오래전부터’선택’해왔었고그에게끊임

없이물었다.’정녕이런일이어머니와그사람둘중하나를택하는그런선택이맞고그래야만하는

것인가요?’라고말이다.대답을들은것같진않지만난그래도과감한’선택’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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