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추억여행 6

<어제는남편과라기보단차라리동생과의시간이라고부르고싶다.>

드디어구멍뚫렸던하늘에계신분께서아래에있는선량한인간들에게긍휼을베푸시어

하늘구멍을막으셨나보다!~그렇게나반가운햇빛이살짜쿵모습을드러내었다.비록아주

오래가진못했지만말이다.하여튼넘반가운마음에그동안의원망을다뒷전으로미루고

오늘은모처럼의건조함을즐기고자남편과동생과친정근처인’우이동계곡’을찾았다.

물론그전에온가족이다함께점심으로수유역근처맛난칼국수집에서만두와칼국수를먹고

적당히배부른후부른배도꺼질게할겸또운동한다는좀거창한의의도되새기며셋이나선

것이었다.사실남편과는오래전에도선사근처까지가본적은있었지만우이동쪽으론첨가

보게된것이었고.

집에서부터도보로그곳을가기로했는데가는도중세종대왕의부마인양효안공과둘째딸

정의공주의묘소를지나게되었고,연산군묘소는겨우오던길에발견할수있었다.한나라의

왕의묘소가부마와공주에비해허술하니,웬지모를질곡의역사의한편린을본비애감이

솔솔피어난다.아무리군으로봉해졌다지만,그래도한나라를한때나마통치했던왕이었는데말이다.

부마양효안공과둘째딸정의공주의묘소

연산군묘소

그런데또그런동정론이고개를들다가도한나라의왕으로서제대로왕의노릇을못했다면

사후의이정도대접도분에넘치지,싶어지기도했다.굳이멀리까지역사를거슬러올라갈

필요없이한나라의운세를책임져야할위치에있는사람이자신의영달(榮達)과하나영양가

없는공명(功名)에만치우쳤을때어떤결과가벌어지는지는이미똑똑히목도하였기때문이다.

그런사람에겐넘치는그자릿값(?)을되돌려받는게도리가아닐까싶기도하면서또화가

풀풀올라온다.어울리지도않는나라걱정은이것으로각설하기로하고….

우리는조금은끈적끈적한’기’를느끼며둔덕을넘고물건너서우이동계곡쪽으로진입했다.

걷다보니계곡을흐르는물소리도들리고제법시원한기운이감도는데아무리찾아봐도계곡에

이미자리를차지한수많은’먹거리집들’을통하지않곤계곡쪽으로발길을돌릴수가없었다.

큰계량컵에팥빙수를가져다주어첨엔한참웃었다.ㅎㅎ

쭉조금더걷다우린포기하고근처카페안으로들어섰다.주말인데도불구하고예상외로

사람들이번잡하지않은건아마대다수가교외로빠져나갔기때문인지아님이제우이동쯤은

더이상사람들의관심대상에서벗어난것인지잘은모르겠지만아무튼우리입장으로선아주

다행스럽게도사람의그림자를별로느낄수가없었다.

기꺼운마음으로우리셋은자리를잡고처음엔(나중엔이해가되었단얘기다)입이떡~허니

벌어질만큼비싼냉커피와팥빙수를주문할수밖에없었다.한철장사여서일수도있고아님

으레이런곳을찾는사람들을대상으로하는일종의자릿값차원에서일수도있겠지만상식을

좀벗어난듯한가격앞에선고개가갸우뚱해진것이다.

그런데일단주문을해놓고계단을통해아래물가로내려가발을계곡에담그고보니그런대로

기분이좋아져서마음이아량을되찾을수있게되었고전혀꿀꿀하지않은평상심으로흥겹게

팥빙수를동생과나누어먹었다.맛은그저그랬지만웬지시원한물을옆에두고시원한바람을

맞으며이런자리를함께한다는기쁨이우리들의가슴을시원하게확뚫어준것이다.

발을담그니첨엔시원하다조금있다보니발이시릴정도가되었다.

동생이바지에묻은빙숫물을씻어내고있다.

우리랑한참수다를떤귀여운아가씨

그곳에서조금시간을지체한후귀여운꼬마아가씨와대화도나누고그녀가건네어준방금

구워온듯한호일에쌓인감자까지얻어먹곤자리를떴는데왜케기분이쌈박해지는것인지…

아마도순간적이지만모처럼의동심을되찾기때문이아니었을까싶기도하고또동생과좋은

대화와교감을느껴서였기때문인듯하다.우리는계속이야기를나누며그린파크수영장

쪽까지올라갔다지금은황폐해진’훼미리랜드’란놀이동산앞을지나왔던길로되돌아왔다.

파산된것으로보이는놀이동산훼미리랜드

불이났었는지가게터하나가황폐해보였다.

동생과나는참많이비슷한듯,또그러면서도참많이다른듯한데그래도넘다행스러운

것은서로를많이이해하고또이해하려고애쓴단점이다.그런점에서확실히잘통하고

서로를신뢰하고배려하고사랑한다.무릇모든인간관계도그렇겠지만자매가딱둘이라고

해서꼭사이가좋으란법도없는데우리자매는남들이보기에뿐만아니라간혹은친정어머니

까지샘나실정도로서로를아끼고있다.아마도힘들고어려운시기를함께겪어와서일것이고

또서로를무조건적으로사랑하기때문이기도할것이다.

그런데도때론서로에게말로선표현안되는조금의섭섭함이나다름에서오는언잖음도물론

있는데아직까진그런대로잘풀어나가고있고대화를나누다보면해소되고더욱정이각별하고

돈독해짐을느끼게된다.예전에는미처생각치못했지만때론남편들조차약간의’따’를느낄

수도있겠다싶어요즘은주의(?)하려고애도쓰고말이다.아고!~사람살아간다는일이역시

절대로만만한건아니다란걸뼈속깊이실감하게된다.이렇게만말씀드려도알아들으실분들은

다알아들으시리라믿으며…ㅎ

오랜만에땀을쫙빼고돌아와선풍기앞에앉으니마음이평온해지고남편은샤워하러욕실로

동생은옆에서쿨쿨하고난또이렇게습관적으로컴퓨터앞에앉아있게되어버렸다.사람은

역시다생긴대로하던대로늘자신의아우라를벗어나지못하며그렇게살아가고있는게맞는

것같고그렇게가다보면조금씩눈에보이지않는발전이나변화가일어나리라여겨진다.

다시한번동생과나누었던종교이야기까지상기해보며오늘을서서히마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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