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정식
어제는남편과함께조블의이웃분과미리해놓았던점심약속에나갔다.
그분은오래전부터서로알게된이웃분은아니셨지만나의글을그간쭉읽어보셨다고하셨고
나의어머니뻘되시는연배의분이셨는데내가한국에도착하고나서부턴내안부게시판에종종
글을남겨주셨던분이셨다.
그분과만나기로한장소에가보니이미차로우릴마중나와계셨고오랜만에쏟아지는햇살
속에서나는또다른첫만남의설레임으로그분곁으로다가가첨에는조심스럽게인사를드렸다.
차에올라보니은은한올드팝이우리를맞고있었고역시음악을좋아하시는분이시구나!하고
재확인할수있었다.
남편과나를서울대안에있는한식당으로안내해주셨는데이미말씀하셨던시원한’메밀정식’을
주문하고그분과나는대화에열심히빠졌지만옆에서우두커니앉아있는남편은나오는음식에만
관심을가지고있었고.ㅎ
참으로신기하고묘한것은어쩜처음보게된인연임에도불구하고전혀낯설지않고대화가술술
풀려나가고편안한것인지…나는사실처음만나면온전히나를드러낸다고볼순없는,일종의
익숙해지기에시간이걸리는사람인데이상하게도글로먼저만난후만나는분들과는마음이
금방열리며친근감을강하게느끼게된다.지금까지만나뵈었던거의대부분의이웃들에게서
그런친밀감을느꼈었다.
사실음식이라면열일젖혀놓고달려드는내가맛난음식맛도제대로감상할시간없이신나게
그분과의대화속으로퐁당빠져들었고그분도나도우리는마치오래전부터알고지낸것처럼
대화를이어가게되었다.그분께서도나에게이미알고지낸사이처럼낯설지않고편안하다
하시며글에서느꼈던이미지와정확히일치한다고하셨다.
또한번느끼는것은사람과사람의만남과인연이라는것은어찌보면꼭물리적으로가깝게
지내고자주봐야더욱돈독해지는게아니고서로에게느껴지는동질감이나공감대를통해
더욱깊어질수있다는거였다.거리나공간을뛰어넘는사유의인식이무엇보다가장중요한
요소이고서로를강하게묶을수있는확실한촉매가되는게맞는것같다.
그래서그분과첨만났지만이미오래도록알아왔던사이처럼대화가물흐르듯아주자연스럽게
흘러서미처남편을살필여력(?)도없이쏜살같은시간을아쉬워하며이별을고할수밖에없었다.
헤어질때는그분과크게’허그’한번하면서다음기회를기약했는데죄송스럽게도그분께선
점심도사주시고선물까지준비해오셨다.고구마를깎아,찌시고,또거기에공들여말리신
‘쫀득쫀득고구마’를주셨고몸에좋다는’선식’도우리를위해특별히맞춰주셨는데그저받기가
넘죄송스러워꼭한번은더만나뵙고답례를드려야겠다고결심하게되었다.
돌아오는길에남편과다시’교보문고’에들러남편이읽을소설을사오고우리는또이마트도
들러장을봐왔는데점점더찌는듯한날씨에힘은들지만고국방문의보람역시점점강하게
느끼며인연의오묘함과삶의운명적힘을되새기게되었다.우리들은과연무엇의힘으로인해
안보이는듯,잘알지못한다고여길만한사람을이해하고급기야는소통의기쁨에전율하게
되는것일까?
그분을뵈면서내가장차되고싶은바로그모습을확인하곤또한번삶의경이로움과무어라
설명하기힘든운명적만남을인식하게되었고돌아오는내내나는현실을떠난조금은엉뚱
하면서도마냥가슴속에차오르는보랏빛흥분감을맛보게되었다.
김신옥님!
어제는정말너무도많이감사했고보람되었던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아직저의이기분을충분히표현해낼만큼제게정신적여유가없는듯합니다.아마도
제가몬트리얼에돌아가서울에서의추억을떠올릴그날더욱그윽하게되돌아볼수있으리라
여겨집니다.아마도제가슴어딘가에고이간직했다꼭필요한그때되돌리며혼자미소를흠뻑
지을수있으리란걸압니다.
참이상하지요?아직도어리둥절한건어쩜그렇게모든게어떤부자연스런흔적없이유연하게
스며들고꼭맞는느낌을줄수있느냐는것이었습니다.마치오래전헤어졌던큰이모를만난
듯한느낌.어쩜내미래의모습을볼수있는타임머신을탄듯한느낌.좋기만하고절대로혼동
스럽지는않았던충만함바로그것이었답니다.제게이런기회를주신것에대해다시한번깊은
감사를드리며어제주셨던많은말씀을소중히간직하겠습니다.늘편안하시고건강하세요.
그리고꼭다시뵙길소망합니다.
그전날맛본애호박전과좁쌀동동주
FaustoPapetti-FaustoPapetti
***김신옥님께서좋아하실것같은음악을선곡해보았는데즐겁게감상하셨으면좋겠습니다.
1LaRagazzaConLaValigia
2TrustMe
3EstateViolenta
4MareIncantato
5Till
6EbbTide
7Words
8WonderlandByNight
9TheGreenLeavesOfSummer
10SeptemberInTheRain
11Stardust
12ntermezzo
13Tracy’sTheme
14Temptation
15Perf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