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서 옷깃을 스치는 것보단 훨씬 깊은 인연을 회고하며…

여기시간으론오늘이8월의마지막날이다.
오늘아침일찍산책을하였는데날씨가아주싸한게내가젤로좋아하는초가을의느낌이

강했다.정신이번뜩드는데이런날난웬지모르게외로움도느끼지만그래도’이런적조로움

이역시내취향이맞지~’하면서설레임으로마냥걸었다.

지나온올여름은정말다사다난했다.아니굳이다난이라기보다는多喜했다는편이더맞을것

같다.좋고뜻깊은일이정말많았다.보고싶은얼굴들도많이보고또첨본얼굴에서도깊은

공감과행복감을아주뭉근하면서도푹고이게느꼈다.어찌사람의만남이란게꼭예정된것처럼

보일수만있으랴?겉으로보기에아무의미없어보여도꼭한번이상만나게되어있고만나면

그냥기쁘고흐믓한그런만남이란것도분명있는것을….세상의오묘한이치는생각할수록

더욱오묘해진다.

첨으로참석했었던이번교육지도자연수기간동안에도실로좋은인연을많이맺고옷깃을

스치는것보다훨씬더깊은그윽함을충분히만끽했었다.세계에퍼져있는우리의훌륭하신

선생님들이넘많았고그런분들과함께할수있었던건내겐분명큰복이었고귀한소득이었다.

그곳에서만나뵈었던모든분들과의인연이소중하였지만그중에서도또특별함으로다가오는

몇몇분이계셨는데연수첫날부터같은분임이되고내바로옆에앉으시게되어나와짝지가

되신이영주선생님에대한감회는남다르다.

우선그분께서내가알고있던’안트리오’라는세자매로구성된유명한재미클래식연주가의

어머님이시란것으로부터시작된놀라움은당신께서이미재미수필가로활동중이시란사실을

알게된후글쓰기에대한동경과꿈을가진내게벅찬흥분으로다가왔다.또한조블에서이웃으로

잘알고지내는분과도막역한사이시란걸알게된후엔더더욱친근하게느껴졌고게다가또우리

아이들고모와도여고동문이신거였다.세상은넓기도하지만동시에좁기도하단걸또알게되었다.

이영주선생님과는첫날이후로계속같은분임인데다또말씀을나누다보니까너무도활기차시고

삶에열정을지니신것등시쳇말로코드가잘맞아내가내내따라다니는사이가되었다.밥먹을

때도,버스에올라이동할때도,특강을들을때도.첨엔낯을좀가리고혼쾌히내맘을잘표현

못하지만워낙좋아라하면눈치없이퐁당빠져버리는나는행복한마음을기꺼이표현하면서어쩜

귀찮게해드렸을지도모를일이다.그래도내가"넘귀찮으시죠?"하면늘선생님은"아니!~

얼마나이쁜데?~"해주셨다.후후….

이번연수에서최고령이시고살아있는한글교육의선구자라여겨지고또모스크바당국에서도
많은훈장을받으신러시아에서오신엄넬리선생님또한내의식의밑바닥에오래도록기억될
훌륭하신선생님이시다.외모에서부터풍기는찐한카리스마와넉넉하심으로역시일정내내
우리들의대모이자전범(典範)이되어주셨다.오래전이주한한인4세라하시는데어찌나우리
한글을잘구사하시고한글에대한애정이넘치시는지섣불리한글교육을운운하는나같은사람을

많이부끄럽게만드셨다.다정다감하시고위트가넘치시고열정이팍팍품어나오는것이이영주

선생님과막상막하라고나할까?ㅎ

사실이두분말고도이번연수에참가하셨던많은선생님들은실제나이보다훨씬젊어보이시고

실질적으로도여러가지면에서젊은이들의혀를내두르게만드시는등의욕과에너지가하늘을

찌를정도였다.감히숫자에불과한나이로그런분들을기죽게(?)만들생각은아예꿈도꾸지

못할정도로초장부터막장까지확실히보여주셨고젊은우리들을숙연하게만드셨다.왜케재능

뛰어나시고거기에운좋게(아님필사의노력으로)넘치는에너지까지소유하신분들이많은것인지

웬만한대충대충꽈는명함도못내밀고찌그러져있을판이었다.ㅋ

나보다밥그릇면에선떨어지지만역시열정면에서나를또한방에날린여인이있었으니이름

하여박성순선생님이다.그녀는이번참가자중유일하게아프리카출신(ㅋ)이고한눈에생에

대한탐구심과영민함이느껴졌는데역시나대화중범상치않은삶의질곡을알게되었다.

부모님의반대를무릅쓰고한국에유학중이던현재의남편을만나아프리카까지따라가살림을

차린당찬여인이고모든게거의불모지인가봉이란나라에서용기백배,의기충천하며신의

소명을다하고살고있는’대한의여인’이었다.믿음은또얼마나좋던지?많은걸배웠고느꼈고
또깨달았다.

그밖에도언뜻생각나는선생님들이넘많은데간단하게회고해보면멀리아르헨티나에서오신
재미나고뭐에든관심이많으셨던윤상순선생님,차분하시고이지적이셨던이인경선생님,큰언니

같이잘챙겨주셨던남현신선생님,목소리가아주이쁘셨던장은영선생님,침착하고여유로워보였던

이인자선생님,친오라버니처럼푸근하셨던최광섭선생님,악동처럼천진난만하게늘우리들을

즐겁게만들어주셨던최경환선생님,논술선생님답게달변이셨던뱅쿠버의민완기선생님,늘웃음을

잃지않고어른스러우셨던이정일선생님,무뚝뚝해보이는외모완달리재미있고마음씨좋으셨던

최경옥선생님,나랑동갑이셨던두분김경욱선생님,황인원선생님,내룸메이트이자사근사근

속삭이는목소리로소녀같으셨던심수영선생님등등모두가그리운이름들이다.

사람이살아가면서만나게되는인연에는말로는설명하기어려운호연과악연이씨줄과날줄처럼

그렇게얽히게되어있다고믿는데그러다보면어느새나는전혀의식도못하면서그런중요한

인연의한가운데서있기도하다.어제도오늘도내일도난그렇게가고있고갈터이지만나날이

더욱빛나는그런인연으로내주위를밝히고싶다.나를기억하는분들이나를떠올리며미소라도

날리신다면더할나위없이큰기쁨이겠고바로나의존재의이유가될성싶다.짧다면짧고길다면

긴인생길에서굳이나와의인연이악연이었다고그렇게기억하게할이유는없지않을까?

본심을다하고최선을다해열심히살아간다면분명그렇게자부할수있는충분한근거가되리라

여기며이여름의끝자락에서,밤의끄트머리를잡고상념에또빠져본다.

오랜만에집주위를찍어봤다.좀이른시간이었는데도아침형인간들

이꽤나되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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