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나들이. 그러나 아주 흡족했던 하루…

좀시원찮아보이는사과들은기계로사과껍질을깍아잼이나소스로만드는것같았다.

오늘일요일,아침부터날씨가넘좋았다.
어제사실한인학교끝마치고시어머님계시는미국의섬머하우스로갈까했는데비도스물스물
내리고그래서마음이내키지않은남편이가기싫다고해서못가고대신오늘하루만다녀오기로

했다.그것도사실은갈까말까했는데나도그렇지만동생과조카들이그곳에가고싶어하기에

어쩜이번여름의마지막기회가될지도모른다고남편을설득해오늘가기로결정한거였다.

성당의미사보는문제가좀걸리긴했지만그래도정말이번여름이다가기전한번가볼기회가

더없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과그냥참고있기엔오늘의날씨가넘좋았다는핑계를댈수밖에

없겠다.그래서우리는가벼운맘반,무거운맘반으로미국을향해출발했다.

이른시간이라서인지사람들도국경에별로없고이미한국을다녀오면서우리식구들은다미국

비자를받아놓은상태이기에국경에서여권만보여주곤통과가되었고어머님댁으로가기전에

잠깐쇼핑몰이모여있는플라스벅이라는곳에들러쇼핑(나와동생과조카들은옷이나그밖의

가정용품을,남편은음식을)도좀하고마침내시어머님의섬머하우스에도착하게되었다.참,

그전에한군데더,자기들이직접기른사과도팔고옥수수도팔고홈메이드파이나쿠키도파는

시골의한가게에들러사과나무도사진찍고펼쳐놓은호박들도사진찍고난후에말이다.

멀리요트한척이홀로외롭게항해를하고있었다.

동생과조카들이한가로이휴식을취하고있는모습

바람이조금불어호수에파도가일렁이기도하지만자못평화로우며시야가탁트이는시원한
모습이눈앞에펼쳐지니지상에이렇게평온한곳도많지는않겠다싶어온가족이모두탄성을
내지르게되었다."바로이런맛에이곳을찾게된다니까~"하면서내동생이거들고나도역시
‘여기서드넓은호수를내다보며책이나읽고글이나쓸수있으면정말짱일텐데~’하다가곧
마음을고쳐먹었다.넘부르조아틱한사고라반성하면서…늘일할생각보단편하게쉬고놀
생각만하는내자신이조금부끄러워졌다고나할까?그러다가도또’그래도사람이욕심은
낼수도있는거지,뭐~’금세또이렇게변하곤한다.ㅎㅎ

아무튼시어머님과시누이는점심을들고계셨는데우리가왔다고우리먹을것까지챙기시기
시작하며졸지에조용하던집안이수선스러워졌다.우리아들둘은빠졌지만그래도갑자기
다섯식구가들이닥치니분위기가화기애애를넘어분주해졌다는느낌이확연하지않았을까?
그래도기껍게우리들을맞아주시며이것저것준비하신다.늘너그러우시고베푸시기만하시는

울시어머님…정말복없이도사실좋은분이시다.

패시오에앉아호수를내다보며간단하게점심을먹고대화도나누고내가가져간탠저린(일종의
귤인데우리나라한라봉처럼아주맛난걸사게되어몇개가져가봤다.)도나누어먹으며여유로운
시간을함께했다.그동안못나누었던우리들한국방문얘기며오다들린곳에서의쇼핑얘기며
또얼마전어머님과시누이도그곳에가서쇼핑한것까지일일이다가져와보여주시며여자들만의

즐거운수다를한껏풀어헤치고있었는데남편은괜시리주변을왔다리갔다리하며마치여자들만의

왕국에불청객이된모습이다.ㅋ

조금있다웬카누를탄나이지긋하신노인한분이우리쪽호숫가로오시며내조카에게로프를
잡아달라고해서시누이와남편이그쪽으로갔는데이분은카누하나를타고뉴욕시티까지가려
고한다며잠깐자세가불편해내려서재정비강화하곤다시카누에오르셨다.우리어머님께서는
나이도드신분이저렇게가시기엔좀무리실텐데하면서도처음가는사람같아보이진않는다고
하시며그래도걱정스런얼굴을하시고우리들도덩달아그분이무사히뉴욕시티에도착하시길
기원하게되었다.떠나는그분이또뒤꼬랑지에달아놓았던미국기를물속에빠트려시누이가
다시주워다주고마치한참을집에방문했던손님을떠나보내듯이여러명이함께배웅을해주
었다.조금은의외의인연이기도한데그분은오늘중으로무사히도착했을지모르겠다.

또다시우리들만의대화를이어가다이번에시어머님께서당신혼자타일도다붙이시고새로
단장하신욕실을우리들에게보여주신다면서우리들을몽땅이층으로안내하셨고우리들은또
감탄의한목소리를내면서어머님을격려했다.어머님께선기뻐하시는모습을보이시며새로
사신옷도또보여주신다.정말귀엽기까지하신우리시어머님이시다.

그리곤남편과동생,조카와어머님댁주변을또산책하게되었는데그늘에가면조금서늘하고
양지에있으면조금더운듯도한전형적인초가을날씨를만끽하며천천히산책을하다가우린
더이상서울에선볼수없는송충이를또보게되었는데이번엔사진을찍었다.비록내가좋아
하지않는족속이긴하지만기념이될듯해서말이다.거기다또우연히허스름하게보이는웬
밭에서왕따만한주황색호박을발견해서"야…이거하나따갔음정말좋겠다!~"했더니모두
다날도둑녀로취급한다.남편은절대로남의것이니까손대면안된단다."아고!말도못하나,
뭐~~"누가준다고한들그무거운걸어떻게들고간다고?…그래도암튼속으로부럽긴많이
부러웠던게사실이다.내가정말로좋아하는고구마나호박이나이런야채들을내손으로직접
가꿀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싶으면서말이다.

어머님댁으로돌아와남편이사온딸기를씻어먹고조금더대화를나누다우리는일찌감치
집으로향하기로했는데워낙사람들모여기다리는걸싫어하는남편때문이었지만우선떠나기
전쇼핑한물건들을은밀히감추는작업(?ㅎ)을하느라좀바쁘게되었다.면세점에서산화장품
은포장을다뜯어가방속에넣었고또조카들사준옷은입은체로가기로했고하나산동생
슬리퍼도조카가신고정감출수없는남편스웨터와내잠옷하나,그리고몇개의선물용향수
는시누이가낼모레몬트리얼로돌아올때가져다주기로했다.겉으로보기엔아주시치미를
똑떼게준비하곤출발했는데역시예상대로아무문제가없이홀가분하게국경을넘을수가
있었고우린여세를몰아아예저녁까지해결하고집으로가잔결론을내곤집근처의베트남
국수집을행해행복했던하루를기억하며전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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