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맑음. 그리고…

오늘아이들이학교를안갔다.선생님들쉬시는날인지뭔지여기선그냥’뻬다고직’이라고부른다.
모처럼늦잠을자고일어났다.어제는머리가조금아팠었는데오늘은자고일어나니괜찮았고

창문을여는순간상큼한공기가집안으로밀려들어와기분이좋아졌다.

아이들은여전히자고있고나는아래층으로내려가블라인드는다걷어올리고창문을열어환기
시켰는데역시상쾌한공기가정신을맑게해준다.그리곤커피포트에물을끓였다.
이렇게조용하면서도서늘한아침의기운을난참좋아한다.이럴때난축복받은인생에대한

감사를한껏올리게되고참으로느긋하면서고즈넉한기분이된다.

아이들이깨어나면분명"엄마…배고파요."로날맞을테니서둘러김치볶음밥을만들어놓고동생에게

전화를했다.함께운동하자고.동생은그러마하곤조금있다다시전화가왔다.어제아이들끼리

운동갔다돌아와선자기한테키를안주고그냥학교에가져갔는지키를찾을수가없다고.
그래서운동하러못나갈것같다고.할수없지,뭐하면서나혼자그냥가겠다고대답했다.

큰놈은내려와아침밥에깎아놓은멜론까지먹고올라가고둘째는자긴조금더있다먹겠다고하곤

눈뜨자마자부터컴퓨터에붙어앉아있다.그러더니또형이랑친구들만나놀다오겠다면서밥을

챙겨먹는다.이번엔멜론이아닌자두를주었다.멜론은싫다고해서.
그리곤너무늦게들어오지말라당부하고나는곧운동하러나갔다.

이런날을참좋아한다.적당히서늘하면서바람이불어기분이마구좋아지는날.
계절은며칠새로다른모습을보여주곤한다.불과며칠전에도못느꼈는데오늘은가을의운취가
제법더도드라져보인다.단풍도더진하게물들어가는것같고확실히며칠전과다른모습이었다.
나는속으로자연예찬을하면서운동장으로향했다.

운동장트랙을돌면우선은일정한코스를도니까다른신경쓸것없이내생각에집중할수있어

그게참좋다.그래서뭔생각할거리가있거나하면난다른코스보다운동장에오길즐긴다.바람에
맞서바람을가르면서나의힘을느낄수있음도참좋아한다.이럴때나는살아있음에대한내존재의

당위를실감한다.그리곤용기가샘솟음을느끼고삶의활력을되찾는다.누가나를약골이라
부르는가?나는그누구보다도힘차고생명력이팔팔솟는데…하면서.

동생과대화를나누다그만둔일도있고해서내처동생네아파트로향했다.

내가예고없이들이닥치면분명동생이기뻐할거라예상하면서혼자신나가는데오늘따라

뭔일인지경찰들이쫙깔렸다.멀리서오는차를속도첵업도하면서경찰들이몰려있어갑자기

또뭔사곤가?하는우려가들었다.사진을찍었는데혹시뭐라하진않겠지?하면서도괜시리좀

주눅이듦도사실이었다.왜그랬지?ㅎㅎ

동생은역시반갑게맞아주고언니왔다고밥먹었냐부터챙기고복숭아도씻어다주고아무튼

도란도란수다를좀떨다돌아왔다.그런데아이들이가져가서못찾겠다던아파트키를내가

발견했으니바로문에고대로끼워져있는거였다.아고!~이게웬일이람!하면서놀래빼주었는데

이런일이첨도아니고또신기한건그렇게하루밤새끼어놓아도누구하나집어간사람이없었다는

게좀신기하고놀랄일이라고우리둘은입을맞추었다.너무도다행스럽다고가슴을쓸어내리지도

않고동생은차라리담담이다.하긴우리집도그런적이있었는데역시고대로밤새끼여있었고말이다.

집으로돌아와보니아이들은나가고없고혼자뭐할까하다가목욕을하기로결정하곤느긋하게목욕물

받고소금도넣고향기좋은폼클린징도넣고책도준비하고전화기도옆에갖다놓고욕조로쏙들어가니

이게또기분이매우좋아지는거였다.따끈따끈하고여유롭고내가좋아하는책까지옆에끼고있고하니

뭐부러울게없는그런기분이되었다.

나오기싫었지만남편돌아올시간이되어가고해서마무리하고나와얼굴에필링팩까지하고나서조금

있으니남편이들어오는데웬소포가손에들려있었다.아!~보내주셨다는CD로구나!하면서기대에차

뜯어당장들어보니내가좋아하는감성적인발라드노래가들어있었다.옛추억을되살려주는추억의

노래들(주로내가대학다니던시절이나통기타가수들의노래)이주로에다다애잔한노래들인데역시

음악이란우리들의마음을촉촉히젖게해주는아주유용한치유제(마음의상처나그리움이나뭐그밖에

살아가면서겪는여러감정들에대한)가맞는다는걸또절감했다.가사를평소별로듣지않는내가

이번엔가사에도주의를기울여보니왜그렇게나다들구구절절인지.역시가장통속적인것이가장

절절이맞는것같았다.휴!~가슴이마구팔딱팔딱뛰고온몸에소름이쫙돋으면서흥분되는순간

이었다.

당장또감사하단메일을드리고음악을감상하며이번엔며칠전빌려온시집을읽는데음악과시집을

함께듣고읽자니아무래도무리였다.나는평소에도뭘하면서음악을잘듣는편이라아무문제가

없으리라여겼는데왠지이번엔음악에추억까지함께실어감상을하려니둘다를하기가어려운거였다.

음악이면음악,시면시를감상해야하는거로군!하면서시를조금더읽기로결정했다.나는시를잘

모르기도하거니와자주읽는편이아닌데오늘읽게된시들은다가슴에큰메아리를남겨놓는다.

나는산문적인시를좋아하는편인데짤막한시안에심오한철학이들어있는것도좋고아주사실적이라서

더욱마음에와닿는다.그래서나에게CD를보내주신그분께(이번연수에서만나뵈었던선생님이시다.)

여기에나온시중에하나를선물로보내드리기로결정했다.좋아하실거라고내맘대로믿고말이다.

그리곤아주흡족한기분으로이렇게앉아써내려가고있고.

제목은<삶을위한지침>인데작자미상으로나와있다.이사람이쓰지않았다면이비슷하게내가언젠가

쓰고싶은그런내용들로꽉차있다.특히마지막귀절…ㅎㅎ정말맘에아주들었다.그리고어떤

형식에구애됨없이떠오르는대로적어내려간듯한심플함,다시말해소박함이참좋다.

삶을위한지침

다른사람들이기대하는것보다더많이,그리고
진심으로기뻐하며주라.
자신이가장좋아하는시를외우라.
들리는모든것을믿지는말라.
때로자신이갖고있는모든것을써버려라,아니면
실컷잠을자라.

첫눈에반하는사랑을믿으라.
다른사람의꿈을절대로비웃지말라,
꿈이없는사람은가난한사람이니까.
사랑은깊고열정적으로하라.상처받을수도있지만,
그것만이완전한삶을사는유일한길이다.

위대한사랑과위대한성취는
엄청난위험을동반한다는사실을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그것을통해배움을얻는일에까지
실패하지는말라.

때로는침묵이가장좋은해답이될수있음을기억하라.
변화하는데인색하지말라,그러나
자신의가치관을지키라.
무엇보다바람직하고존경할만한삶을살라.
늙어서자신의생을돌아볼때
또다시그것을살게될테니까.

신을믿으라,그러나차는잠그고다니라.
숨은뜻을알아차리라.
당신의지식을남과나누라.
그것이영원한삶을얻는길이므로.
기도하라,헤아릴수없는많은힘이거기에있다.

자신이실수한것을깨닫는순간,즉시바로잡으라.
즐겁게대화를나눌수있는사람과결혼하라.
늙으면그것이아주중요해질테니까.
하지만가끔혼자있는시간을가지라.

일년에한번은,전에전혀가보지않았던곳을찾아가라.
돈을많이벌었다면
살아있을때다른사람을돕는데쓰라.
그것이부가가져다주는가장큰만족이다.
자신이원하는걸얻지못하는것이때로는
큰행운일수있다는점을기억하라.

규칙을배우고나서,그중몇가지를위반하라.
무엇을얻기위해무엇을포기했는가를
자신의성공을평가하는기준으로삼으라.
자신의성격이곧자신의운명임을기억하라.

이사진은어제아이들학교에가서아이들을기다리며찍은것(치과에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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