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토요일.
한인학교에가서학생들과재미있게수업을마친후서둘러집으로돌아왔다.
왜냐면오늘은결혼기념일이기때문이다.돌아오면서남편에게지금가고있다고친절하게(?ㅎ)
전화까지하고말이다.
오늘남편과스케쥴을짰는데집근처극장에서영화한편보고바로그옆에있는이탤리식당에서
저녁을먹기로했었다.아이들은대충챙겨놓으면지들이알아서먹기로하려는데둘째는역시외출
했고첫째녀석은아침에해놓은주먹밥은거의다먹어치웠고저녁으론오랜만에라면을먹겠단다.
보통은라면을못먹게하는편인데오늘은사정(?)도있고하니그러라고했다.
원래는영화’헐리웃랜드’를보려고했는데웹사이트에나온시간표(오후3시25분)가잘못된거라고
매표구아가씨가말하길래어쩔까하다가다른프로를보기로결정했다.이미영화가15분정도시작된
것이지만선전하는시간빼면얼추맞을것같아서말이다.그런데결과적으론보려던영화보다(아직
그영화를보진않았지만평이그리좋은건아니다.물론평이다는절대루아니지만서두.)훨씬좋은
영화를보게된것같아영화를보는내내,그리고끝나고나와서까지아주흡족한마음이었다.
우리가보게된영화의제목은’TheLastKiss’
보고집에돌아와검색해보니이영화는원래이탤리영화를리메이크한것이고감독이오래전(1990년)
‘고스트'(한국에선’사랑과영혼’으로소개된)를만든사람이었다.그리고촬영한곳이바로이곳
몬트리얼이어서더반가워졌다.
처음몇분을놓쳤지만아마도영화의시작이었던듯싶은데유치원때부터쭉친구로지내온
네명의남자가친구의결혼식에참석하는장면부터영화를보게되었다.한명은지금여자와
사랑에빠져있고그녀는아이를가졌지만결혼에대해서일종의회의를품고있는상태이다.
그녀를사랑하지않는건아니지만자기가한가정을책임질수있을까에서부터결혼이자기의
모든마지막이되지나않을까하는두려움을가지고있는것이다.일단은이들이주인공처럼
보인다.그의이름은마이클이고그녀의약혼녀는제나.
그다음으로또한쌍은갓난아기를가진신혼부부이지만아기에치여서자신들의삶이엉망이
되고있다고느끼는커플이고특히나남자(크리스)가자기를둘러싼결혼의굴레에대해엄청난
부담을느끼고있다.모든책임에서벗어나고파몸부림을치고있는데…
또한남자(이름을까먹었다.편의상남3)는이미사랑하던여자와헤어졌고아버지는생사의
기로에놓여있으며자신의앞날에대해어떤결정도내리지못해친구들과여행을떠나기를원하면서
친구들을설득한다.그리고나머지한명(남4)은결혼식장에서우연히만나게된어떤여자와너무도
행복해보이다가(주로육체적쾌락으로)그녀가부모님을만나자고하자발을슬그머니빼게되면서
친구와여행을떠나기로결정한다.
마이클은원래착하고나무랄데없는사람이었지만자기앞에놓인현실에서결혼의부담과과연
자신과함께살고있는제나가자기의모든것이될수있을까란회의에서부터일탈을꿈꾼다.
바로결혼식장에서만나게된여대생,킴과한번의데이트로그는은밀한그녀의유혹에빠지지만
이성을되찾고집으로돌아온다.하지만그의애인제나가친구크리스와함께외출한다고했던
그의거짓말을여성특유의육감으로알아채리게되면서일이꼬이게된다.집으로돌아온그에게
배신감에대한분노를드러내고마이클은홧김(자기는그래도유혹을물리치고양심을되찾았었다고
자부했었는데)에씩씩대다전화를걸어온킴의아파트로되돌아간다.
결코사랑은아니었지만단한번의실수를저질렀다는걸다음날아침에깨달곤집으로돌아온
마이클에게제나는헤어지자는말을남기고부모님집으로떠나게된다.그는뒤늦게자신이얼마나
제나를사랑했었는지알게되고그녀에게끊임없이용서를비는데…
우리가살아가면서노상부딪히고느끼고알아가고그러다가도또반복하게되는일상의편린들을
아주사실적으로그린영화였다.그리고우리가너무도익숙해서고마움을못느끼다가그걸잃고
나서야깨달게되는보편적인삶의모습들을보여주면서가슴을후려치고적시다가마침내
산다는건….이라는자조적인대사를읊게만드는그런영화였다.
평범한대다수의사람들이비슷하게느끼는결혼을앞둔사람들의마음,그중에서도특히나
남자들의마음,오랜결혼생활후에오는권태감내지너무도익숙해져버린것에대한회한,
사랑하는모든걸하나도놓치고싶지않지만실상은무엇인가희생해야만하는우리들의삶의
애잔한모습,새로움에대한끝없는희구와호기심,그리고혹시나가역시나로결론지어지는
지극히뻔할수밖에없게만들어진초라해보이는일상까지바로우리들의모습이이영화에듬뿍
담겨있다.한마디로너무도인간적이고,또인간적인영화라고나할까?피하려고아무리애를
써도결코피할수없는,오랜역사를그렇게굴러온우리들의모습그자체말이다.
사실이영화역시보고돌아와평을확인하니별로좋은평을받지못했는데나와남편은주저없이
최근에본최고의영화라는데동의했고이런드라마류를좋아하는나로서는아주오랜만에가슴
저리게본영화라고생각한다.드라마틱하지않으면서도지극히우리들의내면을사실적으로보여
주는이런영화를나는너무도좋아한다.늘선택의기로에서방황하고주저하고어떤것을선택하든
놓쳐버린또하나를,아님그이상을늘아쉬워하는우리들의모습이있기에나는이런영화를인간적인
영화라고부르기주저하지않는다.바로우리들의진면목을고스란히보여주므로.
사랑이란결코찬란한무엇도아니고특별한감정도아니며나의모든걸마비시킬만큼확실한
전율이절대아님을이영화를통해서또다시확인했다.사랑이란서로에게의지하고,있는그대로를
인정하고,보다듬고,공감해주는것.바로그것임을깊숙히확인시키며상큼하면서도애절한마음으로
극장문을나섰다.
극장에서찍은포스터
영화본후저녁식사를한이탤리식당의내부와주문한음식
영화OST중하나인’Coldplay’의’WarningSign’
JoshuaRadin-StarMile
ImogeneHeap-HideandSeek
TurinBrakes-Pain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