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설은일본작가인츠지히토나리와에쿠니가오리가함께쓴소설이다.작년한국에
나갔을때나는두책중’블루’만구입해왔는데다읽고나서다음에꼭’로즈’를읽어야지
했었다.그러다이번여름한국방문에이책을사와서오늘에서야다읽게되었다.
사실블루를읽은게한참전이니까내용이세세히기억나지않는다.그렇지만로즈를
읽으며느낀점은역시내가여자라서인지여자의입장에서쓴소설이더욱실감나고
가슴에많이와닿았단것이다.에쿠니가오리는지금일본에서’여자무라카미하루키’라
불리우고있고일본3대여류작가에들어간다는데그래서인지참으로감성적인글을잘쓰는
작가인듯하다.특히나표현함에있어빙빙돌리지않고담백하게써내려가는스타일이
맘에쏙들었다.
내가소설을쓴다면벤치마킹하고싶은그런작가이다.요시모토바나나랑비슷한듯
하면서도조금더깊다고나할까?거기에아마세월의힘이라는게작용할지도모르겠고
(요시모토보다나이가많다.)아무튼여자라서여자의심리묘사에아주탁월하고나랑
코드가비슷한허무의느낌이깊어서공감대가더욱느껴졌고한마디로이소설한편으로
아주좋아졌다.
이작가가이소설에서만그런건지아님원래가그렇게허무적인지는잘모르겠지만이소설
에서만큼은사랑을믿지않는,신중해도너무신중한현대인의고독에촛점이맞춰진듯하다.
이소설을읽으며’나역시사랑을믿지않고있는건아닐까?’란생각에문득소스라치게놀란
게여러번이었고결론은그런것같단것인데그러면서도또사랑이라는것에대해여러모로
또한번깊이사고할시간이되었다.
좀더구체적으로말하자면사랑자체를못믿겠단건아닌데사랑중에서특히남녀간의
사랑이란게남녀간의차이에서부터한인간과인간의차이로,또기대가컸던만큼반사적
으로회복하기어려운실망으로까지너무도복합적요소를포함하는거대한서사극이기
때문에이것을섣부르게믿는다고말하기어렵단것이다.대신아주잘합의해서적어도
겉으론불협화음을안만들고잘둘의관계를지탱해나간다는건진정한사랑이라고말할
수없다는전제하에말이다.그건엄밀히말해서진짜사랑은아니지않을까?<완벽이
최고가아닐지라도그걸여전히추구하고그것에목숨걸고있는사람은적어도있을수
있으니까….>이란말로애써변명하고자한다.
그런사랑말고우리가광범위하게말하고있는인간에대한사랑에대해선믿으려고아주
많이노력하고있고어느정도믿는편에속한다.여기에도역시우리들인간의가변성이란
게내재되어있긴해도남녀간의사랑에서만큼은치열함에서떨어진다고보기에훨씬
쉽게,편하게사랑에대해서말할수있을것같다.그러다보니사랑운운보단차라리너,
나할것없이우리자신을믿지못한다는게더정확한표현같기도하고변할수밖에없게
만들어진우리들의人性에전체적으로회의적이란말이겠지싶다.
이소설의여주인공아오이는여린듯하면서도강하고,우유부단한듯하면서도냉철하고,
따뜻한듯하면서도냉정하다.겉으로나속으로나상대에대한배려가깊으면서도절대로
자기의중심을잃지않는옹골진면이강하다.그러기에그토록이나그리워하던사랑을재회
했을때조차무소의뿔처럼그렇게묵묵히돌아나올수있었으리라….그건자존심이란한
마디로일축할수있는행동은아니었다고보여지는데차라리내겐사랑을놔주므로써사랑을
지키고싶은간절한소망이들어있다고해석되어졌다.
이소설을,주인공만큼은아니지만목욕탕안에서뻔질나게휴식을취하며,나역시읽기
시작했는데웬지이소설의여주인공과내가많이닮아있단느낌이강하게들었다.목욕을
좋아하는것,생각할거리가있거나위안이필요할때목욕하는것,나에게넘치게잘해
주는사람이있음에도외로움을늘느낀다는것,그리고결정적으로완벽한사랑을바란다는
것이그랬다.나역시아직도완벽한사랑을바라는것도같고또거기에대해반신반의
하는것도같은데그러면서도그걸없다고단언하기도싫기때문에내가주인공이었더라도
아마그렇게처신했을것같았다.(모든노래가사에서거의빠지지않는’미치도록’사랑했음
에도불구하고사랑을놓아준것)
말이조금이상하지만완벽함을바라는데상대방이전적으로내가될수없음,또내가전적
으로그가될수없음에대해비통하니까그럴바엔차라리모든걸놓아버리는,다시말해
사랑을손에서놓아버림으로자신에게가장정직한결론을택하는용기가많이부러웠다.
내가그녀와아주많이비슷하지만하지못하는단하나,나는상대를아프게할수없다는
미명아래엉거주춤한모습을보이고있는데그와달리그녀는아주확신에차서자신의행동을
취했으니말이다.
이렇게쓰고보니뭔내막이있는듯도들리지만너무세세히나의사랑학을밝히다보면
너무얘기가길어질듯하다.다만나는사랑한다고행동하고,사랑한다고말하고,사랑한다고
느끼고있음에도불구하고아주미묘하게행동과말과느낌의가벼움과무책임성에양심의
가책을자주받고있단얘기다.그게전적이지못한것에대해많이갈등을느끼는데,그것도
아주자주느끼고있다.그러기에가끔나는나혼자떠나는꿈을꾸고그게과연실현가능성
이있을까를회의한다.이루지못할꿈인지아님이룰수있는꿈인지지금싯점에서중요한
것도아니고.
그런데이렇게또쓰고보니이소설의주인공은갓30살이된여자이지만나는이미40을훌쩍
넘겨버렸는데이런고민을하고있다는게넘철딱서니없는게아닌가자문하게된다.이쯤에서
포기하고적당히평균적사람들의생각에나를맞출줄도알아야하는데…란안타까움도있고
그게안된다는건전적인나의탓일테지라는자조도있다.또그러다가곧이어드는생각은
사람이란결코나이로철이듦,안듦그렇게판단할수있는게아니고그냥자기가느끼는게
가장그답다는것이었다.옳고,그르고를떠나내생각이그러면그런것이지어쩔도리가없지
않나하는체념내지무심의심정이된다.ㅎㅎ역시허무로결론내려지는나의철학의한편린
을오늘도어김없이바라보게된다.
작가의이말에서난또어쩔수없이나의’익숙함에대한변명’을떠올릴수밖에없었고.
"……인생이란그사람이있는장소에서성립하는것이라는단순한사실과,마음이란
늘그사람이있고싶어하는장소에있는법이라는또하나의단순한사실이이소설을
낳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