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니….

추석이다가오니생각나는사람이많다.우선작년에운명을달리한우리이모가떠오른다.

추석때만되면딸들인우리들이있음에도늘혼자차례상차리기에바빴던이모.아니어머니께서

도와주시긴했지만앉아하시는일,예를들어전거리부치는일같은거나도와주셨지거의동분서주

하면서추석차례상을혼자다차려냈었는데…

동생은늘시댁으로추석귀향길행렬에묻혀내려가고나는가까이있던시댁에주로당일날갔었고

그전날까지도일하느라정신없었다.전날쉰다하더라도그간일하느라힘들었다고이모가혼자

다알아서하고날쉬게했었고말이다.또애들친가는제사나차례가하나도없어서참편하긴했었다.

특히나처럼일하는사람에겐그것하나만으로도복이긴했었지.

고향을떠나와나처럼이렇게멀리서추석을맞는사람은역시고향의부모님이많이생각난다.그
중에서도어머니가더욱더생각나는게사실이다.외롭게보내실생각하면가슴이찌릿해오고또
눈물떨구실생각하면가슴이미어온다.그리고늘추석차례때돌아가신아버지를생각하시며눈물을

보이시던어머니의모습이떠오른다.왠눈물이그리도많으신지무슨때만되면늘우시곤하셨는데….

그러면서또자연스럽게어머니와얽힌여러가지사연들이기억에떠오른다.이번한국방문때
어머니와벌였던말다툼같은게말이다.양치질할때헛구역질이올라오면간에치명적이라고
그렇게당부에또당부를하신어머니께냉정하게"그런것까지얘기하시면어떻해요?내가일부러
하는것도아니고어쩌다보니나오는건데….참~"해가면서못되게굴었던나.생각할수록죄송
스럽고왜나란인간은그렇게밖에말을못하는건지?..라는자책감이깊다.물론첨부터그렇게

말씀드린건아니었지만그래도왜잠깐나가있는그사이에더참지못했을까하는반성이많이든다.

그것말고도어머니에게못마땅한일이있으면나는주로대놓고표현을해서어머니를많이속상하게

해드리곤했다.내생각이옳다고느끼면대부분은어머니를가르치려들었고말이다.

그리고어머니께서"너희들이렇게한꺼번에나왔다다들어가면또어떻한대니?"하고울먹거리실때

거기에대고또"그럼어쩌라구?이렇게다한꺼번에나온게이번엔불만이셔?그럼나오지말걸

그랬네?아고!~"하면서진심은아니었을지라도어머니의그마음을다독거려드리지못했던나.
정말아무리생각해도나는자격미달의딸이맞는것같다.늘매사를가슴보다는머리로더따지고
들고그게꽤나좋은건줄알고직선적으로말을내뱉어버리는사려깊지못한딸.많이후회된다.

생전처음으로어머니앞에서동생과약간의언쟁을벌였던것도정말후회막심이다.어머니께서
결국엔또울음을터트리시면서이렇게말씀하셨었다."난내가눈감기전에이런일볼줄몰랐

었는데너희들거기서도이렇게말다툼하고그러니?"사연인즉,동생이한국에나왔다7월초에

캐나다로들어가기로한것을자기애들도나와있고또제부가좀더있다가길원해서처음의약속

과는달리7월말까지더있겠다고말하는바람에나는또우리둘째만혼자있게되는게안쓰럽고

(남편도이미나오기로되어있었기에)무엇보다약속이달라진것에대한부당함을그예의직선적인

어법으로말한게문제였다.

말한마디에천냥빚을갚는다는데보통다른사람들에겐절대그러지않지만식구들에게만은내
마음그대로를표현하는편이라나는지나치게이성적인(?)사람으로이미찍혀있긴했다.내가너무

정색을하고원리원칙을따지고드니까동생이자존심도좀상해서내게말대꾸를했고그러면서좀

시끄러워진것이었다.주로는동생과나는짝짝꿍이넘잘맞아어머니도샘내실정도였는데둘이

같이와서그런꼴을보여드렸으니어머니의마음이찢어지실건너무도뻔한일이었는데….

우리식구들이좀다혈질적인면모가있어결국엔금방아무일도아닌듯풀어졌지만그래도그게
가슴에많이상처가되셨는지어머니께선우리가다돌아오고나서도몇날며칠을눈물로지새셨단다.

내가병원에서장에혹이있네없네하는소리까지들으신대다가,또동생은공부하는게너무어렵다고

궁시렁대었지,거기에첨으로부모님앞에서둘이언쟁하는모습까지보여드렸지,그러니생각하실

수록걱정근심만깊어지신것이었다.

그리고지금의아버지도많이생각난다.이번에한국에갔을때남편을공항에서픽업하고집으로
돌아오며아버지께서운전을하셨는데거리의이정표를잘못보셔서시력이떨어지신걸로알고
안경점에모시고가서시력검사를하고안경을맞춰드리려고했는데알고보니시력이문제가아니라

백내장이란진단을받으셨다.놀래서빨리수술하시라고했더니여름이지나하는게좋다하시며

미루셨고나는다짐을꼭받고한국을떠나올때수술비를건네드렸다.

또그전에는한국도착후얼마안지나어쩐지말씀하시는모양새나발음이이상한듯하여왜그러냐

고여쭈었더니이빨이시원치않아서라고답하시길래어머니께넌즈시"어머니!아빠가이로저리

고생이신데임플란트하면돈이많이들어요?좀해드리지…."말씀드렸었다.어머니께선좀
어이없다는표정으로"아니그럼내가그런것에돈아끼는사람으로보이니?벌써임플란트하시고
계시는중이야.다될때까지지금은틀니해서저러는거고…얘는?~"이시라며섭해하시는듯하면서도

신경써주는딸에게고마워하시는눈치셨다.

내가내시경검사에서혹이발견되었다고했을때돈이좀들더라도(나는한국에선보험처리가안되고

캐나다에선공짜로할수있으니까)한국에서아예수술을하고가면어떻겠니?하시면서많이걱정하신

분도아버지셨고늘건강에대해염려와당부의말씀을하시는분도아버지셨다.어머니의건강을

옆에서책임지고계시는분도아버지시고어머니는그야말로아버지가안계시면시간맞춰약도

제대로못드신다.살림도다맡아하시고우리가해야할일을다하고계시는분도바로지금의아버지

시다.생각할수록얼마나감사하고또감사한지….

어린시절자주다투시는두분을뵈면서철없이어머니께불만을토로하고"저런사람하고살지마요."

라고함부로말했던게지금에와선더욱깊은죄송함과감사로바뀌었다.연세가드시니왜그렇게또

약해보이시고안되어보이시는지.동생과왠지이빨빠진호랑이같은아버지의모습에맘이많이안

좋다고얘길한적도여러번이었다.

그리고이맘때쯤,차가운바람이불고잎들이다떨어지는요새같은때가되면몇년전돌아가신
외삼촌생각이난다.어려서부터날끔찍이도이뻐해주시고총각시절엔데이트나갈때도날데리고

다니셨고결혼하고서도날자주집으로불러재우고먹이고사랑해주셨는데.나는삼촌이돌아가신

날삼촌의주검에마지막입을맞추며오열을터트렸고장지에가서도서럽게울었었다.철이없어

정작아버지돌아가셨을때는별로눈물도흘리지않았지만누군가의죽음앞에서그렇게많이울어

본건첨이었었다.하다못해딸인외사촌여동생보다도내가훨씬많이울어눈이퉁퉁붓고정신이

혼미해질정도였었다.

그렇게슬퍼했던일도까마득히잊은듯태연하게살아가고요즘은거의생각도않는내가참많이

야속하고미워진다.사람이란이렇게늘망각하며새로운기억을또채워넣으며살아갈수밖에

없게만들어진존재인지?….명절이라온가족이모두모여다들뜨고흥겨운시간을보내는이쯤이

되니잊었던가족하나하나가다시,다떠오른다.외숙모와외사촌들도다잘지내고있는지?

그밖에나와인연을잇고있는여러얼굴들이떠오른다.일일이다열거하기뭐하지만참으로귀한

만남으로,또소중한나의한부분으로확실히자리매김하고있는사람들이생각난다.표현에부족

하고서툴고한나를다이해해주고있는그대로봐주는분들.그리고인연의소중함을늘깨달게

해주시는고마운분들.나를착하고좋은사람으로만드는데애쓸수있게동기를주시는분들이다.

마지막으로아주오래전돌아가신나를낳아주신아버지가생각난다.지금으로부터장장30년도
넘은일이지만기억력이지극히나쁜나도그날일만큼은기억이생생하다.동생과함께학교에서
방송을듣고가방을챙겨집으로돌아왔고돌아오는중마음속에꼭그럴거같단예감을하고가여운

동생을한없이애처로운마음으로바라보며이제부턴내가동생을지키겠단혼자만의다짐을했던일.

막다른골목끝에있었던집을향해몸을돌리기전’그래도….’하면서아니길바랬었지만막상돌아

섰을때짚신과등이걸려있었고밥주발같은것도있어그걸보고가슴이무너져내리는듯,동시에

우리어머니고생이드디어끝나셨네하는일종의안도감도느꼈었던복잡했던심사가그대로전해

온다.

아버지,나의아버지!가장가슴이아픈건내가나를낳아주신아버지에대해너무도아는게없다는

그것이리라!~도대체아버지하면떠오르는게연세가드셨지만멋쟁이셨고곰방대를물고멋진

도리지꾸땡모자를쓰시고말탄모습으로우리집에남아있는사진과부리부리한눈매와결연하게

꽉다무신입을가지셨었다는것뿐이다.그리고나보다훨씬내동생을이뻐하셨고마지막떠나시기

얼마전,아니그훨씬이전에도동생만살짝불러맛난땅콩엿이나쵸콜렛을건네주셨고늘동생을

애련하게쳐다보셨던그눈길이기억난다.그때당시엔정말너무도섭섭했고마음의상처가되었었

지만시간이흐르면서나는아버지를이해하게되었다.가실날이멀지않아뒤에남겨둘처,자식이

걱정스러우셨겠지만그중에서도막내가얼마나눈에밟히셨을까하는그애처로움과발걸음이떨어

지지않으셨을상심을말이다.

내가엄마가되고보니사랑하는자식이입에맛난걸넣고오물거리며좋아하는모습을보는게얼마나

큰행복이고뿌듯함인지실감이난다.어머니가우리들에게화나거나안좋은일이있을때마다뭔가

한아름사다먹이셨던걸자식을얻고나서야왜그러셨는지이해할수있게되었다.내입으로맛난

들어가는것보단내자식입으로들어가자식이행복해하는모습을보는게무엇과도바꿀수없는

절대적만족감이요,최대의기쁨이란걸알게된것이다.

이번추석에도작년처럼동생과함께아버지를생각하며차례상을마련하기로했다.사실차례상은
돌아가신분을기억하고만들긴하되먹기는살아있는사람들이먹는것이니아이들이좋아하고또
남편도좋아하는맛난걸많이만들어서차례도지내고먹여야지하면서벌써부터마음이들뜬다.
작년에도해보았지만이번엔좀더송편을정성들여만들고고명도녹두와깨로두가지하고간도
잘맞춰야지하고있다.그리고작년보다푸짐하게해야지하고맘먹고있다.그중에서도정성이
제일중요할터이고말이다.동생과더사이좋게의논하면서갈수록발전되는차례상을마련하면
아마저위에서내려다보는이모도많이좋아하겠지싶다.아니면우리가더잘하는듯하면샘쟁이

샘을부리려나싶기도하고말이다.후후….

마음이둥근달처럼그렇게원만하고더욱그윽해지길빌어본다.시간이흐르면서더외곬수로

변하지않고포용력있고진심으로남을위해기도해줄줄아는그런사람,우선남보다도가족들에게

따뜻한사람이될수있게해달라고두손모아기도해본다.사랑하는사람들에게맘껏표현하고

서로헤어지기전에실컷해주고나중에후회가적을수있게,물론그래도회한은남겠지만최소화

할수있게현명하고지혜로운사람으로거듭나게해달라고그렇게간절히바래본다.이번추석에도

역시달을쳐다보며사랑하는사람들을많이생각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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