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아픔과 슬픔, 격정으로 읽었던 김훈의 ‘칼의 노래’

신의몸이아직살아있는한적들이

우리를업신여기지못할것입니다.

삼도수군통제사신(臣)이(李)올림

칼과노래…..

칼이주는서늘하고도단호한사각의이미지에노래라는음률적이고도둥그런이미지를

매치하기가첨에는어려웠던것도사실이다.작가김훈의글을읽으며늘느끼는것은

다른사람은모르겠지만나에게만큼은그의글이절대로허망함과는거리가먼듯하면서도

서글프게허망스럽다는것과그의슬픔이고스란히내게전해지는듯한착각을늘하게된다

는것인데이번에도역시다른글에서처럼그런착각은책장을열고덮는그순간까지계속

이어졌다.

보통나는다른사람들의말에잘귀를기울이지않는다는의미는아니지만우~와~하는그런

센세이셔널한것과는거리를좀두고있다는,일종의자만내지나만의색깔을늘고집하는편

이기도한데김훈이란작가를많은사람들이대단하다고격찬하고그의글이향기롭고우리언어

너무도찬란한조합으로빛내고있다는세간의평에대해서십분,백분동감하며나또한그의

에서내자신향기에취하고더나아가우리말에대한새로운맛을느끼고알아나가게된다.

사실이전까지는우리근대문학에서나오는헛된말의잔치같은글들은내타입이아니라고

굳게결론지었었고나는너무지나치게토속적이면서도현란한표현에대해서외면을해온

것도사실인데이번그의책’칼의노래’에서는그의표현하나하나가그대로내게사색의칼이

되어나의정신을잘저미고한켜,한켜고요히내안에쌓여갔다.

어쩜그는그렇게나사색과절제와표현의삼박자를조화롭게이루어낼수있고읽는이로

하여금그시대그장소로휘몰아가가슴을저미는현장의가난과더이상의해결책이없는

막막함에함께시름젖게할수있는것일까?이책을읽는내내나는내가이순신장군인지,

아님작가김훈인지,아님여진인지,또아님연일울어대는왕인지,일본인인지,조선의민초

인지모를혼란감에쌓이면서가슴을쓸어내리고억장이무너지는심정이되곤했다.책을

읽으려고펼쳤지만가슴으로꾸역꾸역미어드는그찐한아픔때문에다시책장을덮기수차례

였고이게사실인지아님허구를바탕으로한소설인지,작가김훈이우리에게주려는메세지가

과연무엇인지그걸알고파서내모자라는머리를탓하기도수차례였다.

그럼이제정확히소설에만집중을해서보자면,이순신은앞으로나가기도막막하고뒤로물러

설수도없는그환난에서죽기를각오하는그자체보다더서글펐던그앞에놓여있던그현실

들을어떻게견뎌낼수있었을까?믿을수있게눈으로보이는것이라곤세상여기저기에널린

슬픔과가난의통곡뿐이고어디를둘러봐도희망도의욕도일어날리없는,암흑스러운시대의

한복판에서막중한책임을지고어떻게하루하루를버텨낼수가있었을까?아마도내생각엔

책임이라는허울이그를그나마지탱하고오로지하나를향한집념이그를숨쉬게했던듯하다.

그가끝까지지켜나간대의명분이자무사로써의롭게죽기원함을드러낸’필사즉생필생즉사’

(반드시죽으려는자는살고,반드시살려는자는죽는다.)그리고그의글’바다두고맹세하매,

용과고기감동하고,산가리켜맹세하매,초목이안다.’에서이세상무엇,어느누구에게도의지

하지않고홀로의롭게살다가기를원했던그의결연한의지가느껴진다.또한책사이사이에서

그의정신은늘살아나를깨웠고나는이순신인지아님김훈인지모를그대상앞에서함께통곡

하는마음으로해결책없는우리역사의질곡에신음하고애를끊는격정을토해내었다.

비록이책을읽는내내나의짧은식견이따라가기에는이해하기어려운부분도있었지만앞,

문맥에맞추어감잡아가며,또주로는낱말하나하나보다는행간에숨어있는뜻을파악

하려는노력을기울이며그렇게읽어내려갔다.그리고내가읽고있는글은이순신장군의

목소리를빌린김훈작가의사색이기에둘다라고보더라도크게하자는아닐듯하단느낌이

강해져갔고그들이말하고자하는것이전쟁당시의단순한기록을들려주려함이아니라그

너머의아득한정신즉,과거의한편린을바탕으로오늘날우리에게유용한교훈을분명집어

주려는번뜩이는지혜가있음을깨달게되면서그게서서히읽혀지게되었다.하지만여전히

내가이해못하고감잡지못한많은부분을간직한넘치는보고(寶庫)
로써이책을두고두고

곁에두고배워나가려한다.

이순신이임진왜란을맞아고군분투했던그시기는조선조에서악명을떨치던4대사화의

끄트머리인을사사화의피비린내나는여파를완전히벗어나지못했던때였고그러했기에

당쟁의한가운데에서뜻하지않게허망한죽음을맞았던선대를둘러보아서라도이순신은

경거망동을피하는지극히현명한처신을하였다고볼수있겠지만그는원래부터도무관

이면서문(文)쪽에소질을많이보이고담대하고진중한듯하면서도섬세하고지극히사색적

이며또한유약(柔弱)했던인물인듯도싶다.

군대를이끄는그의전술적인면모에서는지략을읽어낼수있고,또과감하게배신자들을

응징하며남은군관과군졸들에게보여준결단력에선그의무사다운단호함이엿보인다.

반면적병들에게까지동정심을보이고무내용적이고무의미한왕의요구,전쟁의적나라한

비참함을기술하는부분에서는그는감당할수없는처참하고척박했던당시의상황을깊은

슬픔의나락으로표현하는인간적고뇌를보이고있다.

또한자기나라를스스로지킬수없었던나라의민망하고황망한입장을통렬하게묘사하므로

오늘의우리들에게깊고도뭉근한어법으로주의를환기시키고있다고보았고강대국의

눈치를살필수밖에없었던그와중에서도절망만으로시류앞에무릎꿇지않았던한

양심적전형을보여줌으로역시우리들에게지난하고급박한국제정세속에서지키고

행해나가야할전범(典範)의한유형을제시한다고확신한다.

결국지도자의자질결여와판단미숙이실존하는현안에앞서는당리에만급급한위정자들

의함성속에묻힐때벌어질암담한현실과결말은시대를관통하며우리들의당면문제가

되고있고징징거리며눈물만으로해결할수없음은너무도자명하다.여기에바로우리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노력이요구된다하겠다.

내가하고싶은말은이밖에도무궁무진한데넘치는내개인적격정을삼가고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나의생각을전달하기엔너무도부족한내역량이지만이책을통해서또하나배운

것이바로함축적이면서도정곡을찌르는언어의갈무리이기에그저시늉만으로라도

이쯤에서줄이고자한다.

다시한번작가김훈에게빛나는작가정신의순수성과무사이순신의진솔한인간성을들여다

볼수있는기회를만들어준그의수고스러운성과에깊은감사를표하고싶다.좋은작가가

꼭필요하고시대의정신으로추앙되며한민족의자부가될수있음을,그러하기에일찌기

영국이세익스피어와인도를바꾸지않겠다고까지표현한그진의를조금이나마감지할수

있을듯하다.이책을만나게되고작가김훈을다시만나고그의정신의일부분을맛볼수

있었던것을무한한행운으로여기며나의벅찬감성을수습해보려고노력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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