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또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왜제목이’장미의이름’일까를숙고하는걸시작으로….

이책을처음펼쳐들었던건사실작년여름한국을방문했을때였다.부모님을찾아뵙고

또한글교육자연수에도참가하느라,또날씨까지너무도더워서책에집중하기가쉽지

않았기에상권을읽고하권을읽다말았었는데시간이한참지난작년크리스마스연휴기

간에다시꺼내들고읽기시작하였다.

상권부터다시정독을하려고노력했는데중세의종교논란과그배경에대한지식이많이

부족한나로서는주석을열심히읽으며따라갔음에도불구하고결과는시원치않게여겨

졌다.학창시절세계사를제일좋아하는과목중하나라고말했었는데내머릿속에뒤죽

박죽으로헝클어져있던알량한지식이나마이미다날아가버렸는지참으로허탈한심정으

로읽어내려갈수밖에없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또거기에나오는대화와문맥을이해하기위해서필사적으로매달렸던

나는왜그랬던것인지?후반으로치닫으며나는그것이나의지적허영심이란걸마침내

깨달게되었다.조금인심좋게표현해서는알려고하는욕망이라고부를수도있겠고말이

다.그러면서그책에나오는여러인물들의모습에서보여지는자만과지식에대한욕망,

지적허영심이내게도있음을목도하면서나스스로를반성하고또배울수있는기회가되

었다.이것만으로도난이책을다시잡게된것을무한한기쁨으로생각한다.

오래전부터움베르또에코의이유명한소설의명성은들어알고있었다.그런데그간기

회가여의치않아읽지못했었는데드디어이책을다시펼쳐든순간새로운세계에발을

디디고있다는희열이우선내몸과마음을감쌌다.더군다나사방이고요한가운데이책

을읽으며느꼈던행복감은무엇에도비길수없는오로지나만의기쁨이었다.

나는학창시절부터소설중에서도추리소설을제일좋아했었다.아가타크리스티의작품

도좋아했고셜록홈즈,괴도루팡,그리고좀유명하단추리소설은거의다읽어본듯하다.

추리소설을특별히좋아하는이유는우선책을읽으며스릴을느낄수있고내가추리하는

것이작가의것과일치할때느끼는쾌감이대단하며설혹틀리더라도내머리회전에도움

이많이된다고여겼기때문이다.이렇게말하고보니어김없이나는지적욕심이많은편이

다.ㅎㅎ아무튼난영화도서스펜스장르를좋아한다.

책에대해이야기를시작하자면,중세의한수도원에서발생하는일련의살인사건,또는

수도사들의죽음을둘러싼추리소설의형식을빌린이책을접어든순간추리소설과는조금

어울리지않는듯한’장미의이름’이왜책제목일까란궁금증이먼저일었었다.그답은

책의가장마지막부분에서밝혀지는데사실명확한건아니고독자의판단에맡긴듯한느

낌이우세하다.

거기에대해나는내나름대로이렇게결론을내렸다.

우리들이과거의영광을노래할때거의다찾게되는’장미빛어쩌구저쩌구~’하는바로

그<장미>란고유명사를말함이아닐까하는….다시말해자신들의혼과열정을받쳐

받들거나최고의덕으로쳤던그무엇을<장미>란이름으로부른다는것으로말이다.

덧붙이자면바로그러한최고의<무엇>이실질적으로보자면너무도덧없는,아름답게

피었다가지고마는자연의조물(造物)인장미처럼절대성을유지하지못한다는걸말함

이라고받아들였다.

이러한나의추리혹은추측이전혀근거가없지않다고여기는이유중의하나는이책을

시종관통하는하나의사상이바로자신들의지적인오류에대해서일말의의심도없이

너무나확고한주장을펴는양수도회의수도사들(프란치스코수도회와도미니크수도회)

의논쟁에서보여지는누구보다고결하고겸손해야할(주님의종,또는자녀로써그게가

장기본이라고여기고있는나로서는그들의독선과아집이안타까웠다.)신분을지닌사

람들의지적인허영심과한치의양보도허락치않는독단적해석의극치를통해서도작

가의심중을느낄수있었기때문이다.그리고덧붙여목숨을걸어서까지사수하고싶어

했던’지식의보고인장서관의도서들’이불에홀라당다타버린것도그런나의생각을

뒷받침해주었고말이다.

작가움베르또에코는작중인물인윌리암이나아드소의입을통해자신의철학과사상을

전달하고있다고보여지는데그의방대한지식앞에서입이시종다물어지지않았었지만

그러한그의박식함보다는사실그의객관적인조율에힘쓰는듯한’선의’가내겐더관심

이었고이작가의다른작품을또읽어보고싶단욕망을불러일으켰다.

또한그가이러한그의사상을소설이란형식을빌려우리들에게들려주며독자들로하여

금판단할수있는계기와지적인욕구를불러일으킨다는점에서그의탁월한작가정신에

탄복을하게되었다.하지만동시에어쩔수없이또’다빈치코드’를쓴댄브라운이라는

작가를떠올리게되었는데이둘은모두사실과픽션을절묘하게조화시켜읽는이로하여

금대단히헷갈리게만든다(특히댄브라운쪽이더심하다는개인적의견이있다)는위험

성또한상당히내포하고있다고여겨진다.

솔직히중세의종교인들을비롯한일부선택된자들의오만방자함또는그들의철학에대

해서내가확고하게반박할수없는것은그들의배경에대한정확한지식이없어서이기도

할뿐더러사람은환경적영향에서자유로울수없으며인간안에내재된’누구나그럴여

지가있고강인하지못하다는한계,결함’에대해서일찌감치공감,또공감하기때문이다.

내가그시대에태어나오로지내지식이최고라고교육되어지고그런환경에처한다면

나또한어떻게중용의도를깨우칠수있을까란강한의혹이있기에…

안타깝지만시간이흐르며밝혀질것은밝혀지고감추어질것은감추어지면서인류는가

야할길로가고있다고여기는나같은사람은너무극단적이거나자기의주장만을최고

로내세우는사람들에대해기본적으로알러지를일으키는편인데이작가의글에서그러

한점을지적하는듯한느낌을접했으니얼마나기쁘고다행으로여겼겠는지상상해보시

라!~내가믿고따르는’참됨’이란가치를작가에서발견하는것처럼독자의입장에서기

쁜일도더없으리라~

결론적으로이책이주는교훈을내생각으로는우리들의독선과아집을경계하자는것과

누구나실수할수있고잘못을저지를수있지만그것이상습적이되지않게노력해야하

며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는사고의유연성과사물을바로보려는의지를소홀히하

지말것과그럼에도불구하고언제든지절대성과영원성에대한여지를남겨놓으란것

으로보았다.

또한단순히책이주는재미로보자면근엄한수도사들의입에서흘러나오는범인(凡人)

들보다도못한비난과비틀음,그리고촌철살인적대사에서심각한책을읽고있음에도

불구하고터져나오는웃음을참을수가없었다.그렇게웃고있으니남편이내게"당신

지금좀심각한책읽고있다고하지않았나?"했는데그때떠오르는생각이우리들에게

활력이되기도하는웃음에대해어쩌자고그렇게심각함으로만일괄하려드는지이해는

되지만인정하고싶지않다는의지가더해갔고….

기회가된다면영문판을다시읽어보고싶단욕구도일어났는데아무리번역이잘되었다

하더라도문화적인차이에서오는세세한뉘앙스까지글로다옮기기에는어차피한계가

있다는걸잘알기에그렇고그렇게따지고보자면내가이탈리어까지할줄알아작가가

직접쓴글을접할수있다면더할나위없이좋겠네~란꿈을또꾸어봤지만이렇게따지

고있는것역시나의못말리는지식욕구가아닐까싶기도했다.ㅎㅎ그나저나작가인

움베르또에코는몇개국어를한다니그의지적욕심도대단하다여기며존경스러워졌다.

정말세상에는앞에서대중을이끌고개도해나가는지식인들이분명존재하고그런혜택

을받으며그들의사고와가치관을맛볼수있는시대에살고있는것만으로도이런행운

이없지!란행복감을다시한번느꼈던시간이었다.중세를철학의암흑시대라고부르는

이유가바로그것이지싶고말이다.위대한사람들의사상을함께나눌수있음이무한한

행복으로다시금느껴졌던귀한시간이었다.

지금당장벅차오르는감정으로내가미처다미치지도못한이소설의독후감을적고있

지만어쩌면시간이조금흐른후다시한번마음을가다듬고숙지하고깨달은것들에대

한나의감상을올릴수있는날이올지도모르겠다.그렇게되길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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