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

난일을안하고빈둥거리는걸참좋아한다.그저특별한일하는것없이이런저런

공상을하기도하다가,배고플땐먹을걸찾아먹다가,책도읽다가,뭔가끄적거리

면서내마음의한편린을펼치기도하면서,한마디로유유자적하는걸너무도행복

한내삶의한행로라고굳세게믿고있다.

그래서내가또절감하는건이럴수있는기회(그기회가언제까지일지는잘모르지

만서두)를주신주님께무조건적인감사를드려야한다는절실함이다.여기에오기

전한국에서의삶은대부분정신없이다람쥐쳇바퀴돌듯,또는무의식속에서내

자신을진정돌아볼여유를갖지못했던,그런암울한정신적비루함이나를지배했

던게사실이었기때문이다.그러다보면어김없이지금의남편에게도참고맙단생

각이든다.

오늘하고싶은얘기는내가왜게으름을사랑하게되었는지에대한변명이다.예전

에나는직장생활이주는압박을유난히견디기힘들어하는사람이었다.이렇게쓰

고보니지금은아닌듯하지만사실적으로여전히그런면이많다.어떤정해진규

칙을따르는게어려운건아닌데어딘가에얽매인듯한그런느낌이막연히싫다.

나를구속하는듯한건뭐를막론하고다걷고싶은게솔직한심정이고.

그럼다시예전얘기로돌아가서,

시간에맞춰직장에도착해서하는일이많든,적든자리를잡고앉아있어야한다는

게,별할일없어도바쁜척해야하고말이안되게비효율적이더라도상관이시키면

그대로해야한다는것에,그무엇보다도일자체가아닌그주변의것들로쓸데없이

나의에너지를소모해야한다는웃기는짬뽕같은시츄에이션이웬지내가슴을뭔

큰덩어리가누르는듯불편하기도했고그참을수없는지겨움에내애가바싹바싹

말라버리는것도같으면서정말싫었다.

그당시에내가떠올릴수있었던가장좋은말은바로이거였다.‘절이싫으면절

이움직일수없으니중이떠나라~’그래서난요런조런핑계를구상하면서언제

이지옥에서벗어나나에만몰두했었다.결과적으로대부분성공적(?)으로직장생

활을때려치고(이경우엔주님보다는비빌언덕이되어주신부모님께감사하단마음

과죄송하단마음이동시상영을했고…ㅠ.ㅠ)조금고개숙인채진정한자유인(?)으

로돌아왔다.

나는남들이라고잘견디는그생활을왜그렇게나숨막혀하고못견뎠던걸까?

마내안의어떤요인이분명있을듯한데그걸글로나느낌으로확실하게표현하기

가많이어려운게사실이다.대신그저간단히떠오르는생각을읊어보면아마난

내가하고싶지않다고여기는일에대해서남들보다조금더유별나게알러지반응

을일으키는사람이아닐까싶다.일자체보다는인간사이에서벌어지는더럽고

추잡한여러일들에연루되는건물론,그런걸보는것만으로도충분히울컥하고

깊이고뇌한다는….

사실이건좀내게유리하게해석을한경우이고좀더솔직하자면귀찮니즘에대한

천착이남들보다훨씬우세한편인게맞다.원래부터강박이유난한편이기도하

고말이다.그래서난도저히싫은것에대해서그걸억지로이해하고그것들과용

해되는그사실을못견뎌했고다른사람에게날이해시키고,소통한다는게또얼마

나어려운일이란걸잘알았기에할수없이실업자의신세를택했단얘기다.

그럼내가게으름을택할수밖에없었던,내게으름에대한변명을시작해볼까한다.

우선내대학졸업첫번째일이란게이름은그럴듯한중소기업의’국제회의부’에서

의사선생님들의국제회의를도와주거나맡아해주는일이었는데그당시갓사회

에발을디딘나의맑고명징한사고안에비친사회의모습은그야말로배운자,안

배운자구별없이지극히추한꼬라지만연출하고있었다.의사선생님들이받는

스트레스가엄청나그럴수도있지만지식의최고의전당에서그힘들다는공부를

거쳐온분들같지않게유치하고거드름피우는방약무인한태도에지극히실망했

었다.

물론의사선생님이라고다그런건아니겠지만히포크라테스선서에충실한모습을

보여주지못하는여러선생님들을본것이다.게다가참으로어이없는하극상의

연출을직장내에서목도했고인간집단의이기심을겪었다.난많이절망했고솔직

히많이괴로웠다.그래서더이상그직장에서일할수가없었다.첫번째경험치고

아주호된경험을한셈이었다.

미래에대한불안과부모님에게염치없다는송구스러운마음을다잡으며이번엔

정말제대로된직장을잡아보자하다가일자리를얻은게외국계회계법인대표비

서일이었는데이번엔대표라는사람의인격이또아주인간말종이었다.여자를은

근히밝혀대고우리사회의온갖치부를조금씩다갖춘사람이라면이해하기가쉬

울라나?내게어이없는추파를던지기도했고공금횡령에다가인간성까지막돼

먹어서어찌보면참으로가엾은영혼의소유자란생각이그당시에도들었고,지금

도여전히든다.

나는착한여자콤플렉스는아닌것같은데이렇게인간말종적인사람들을보면화

가나는것도사실이지만그보다는안되었다는생각이더앞서고그들을어떻게

좀인간적인방향으로좀틀어줄수없을까란희망을품게된다.내능력에는당치

않을수도있는꿈이지만오래도록그꿈을버리지못하겠다.내자신도미완의인

격에다결함투성이지만최선을다해도와주고싶은맘이든단것이다.이턱없는

모성애는도대체무엇인지?이또한내맘속에오래도록간직하고있는불가사의

한면이지만오늘의주제는이것이아니니다음기회로미루기로하자.

거기에서일을시작하고조금있다결혼을했고자의반,타의반으로직장을떠나

오면서차라리잘되었다는(그당시월급으로나사회적잣대로는꽤나괜찮다고여

겨지는일자리였지만)안도의숨을내쉬면서퇴사를했던기억이생생하다.

이렇게겉으로보나,안으로보나나는게으르게살아온게거의맞다.그리고사회

의부조리함에대해그걸개혁못할바에야거기에거리를두고나는홀로낙락장송

하겠다는일종의교만이있었음을고백한다.그렇다고뭐정상적(?)으로직장생활

하는사람들을비하하거나폄훼하는맘은손톱끝만큼도없었다.차라리약간의

부러움을간직하며그들의유연성에서한없는실존의무게를발견했을뿐이다.

들과달리난고뇌를비겁하게달고살기로작정하면서열외를자청했었단얘기다.

결혼후미국으로건너가서의삶은내게새로움이란경이와혼돈이라는두가지의

극적인양면성을제공하면서결론으로보자면나를많이성장하게했던경험이었다.

또두아이의엄마로써싫든,좋든감당해야할책임감이날게으름에서조금씩해방

시키고있었던것도사실이다.지나고봤을때후회와안타까움,회한이훨씬많지

만그것역시내삶의한과정이었음을여실히느끼고있다.

그리고한국으로다시돌아왔을때난시쳇말로치열하게살았다.지금까지의많이

비겁하고나를열외로제외했던그런현실감이결여된삶이아닌직접부딪히고그

래서생생했던,물론거기에도내가기꺼이동조할수없었던부분이있었지만그래

도남들과비교했을때많이헐거웠던,나만잘하면별문제없는일을했었다.영어

를가르치면서학생들과나의가치관,공감을나눌수있었고참으로보람된나날이

었다.정말내가지금까지살아온생에서가장가슴뿌듯하게내열정을받쳤던순간

이기도했다.

그때기분으로는뭐든다시시작해서잘해낼자신감이넘쳐흘렀고내자신몰랐던

부분(내안에는게으름과그걸합리화하는재주만있다고,치열함이많이결여되고

나태에만길들여있다고그전까지여겼었다면영어강사를하면서부터내안의또

다른가능성을보았다는)을찾아낸자부심으로한껏고양되는순간의연속이었지만

한편으로내아이들에게는참많이미안했던시간들이었기도했다.아이들이필요

로할때일로,또내자신의갈등으로인해많이함께해주지못했었기에.같이살아

도난새벽에나가밤늦게나들어오니주중엔겨우얼굴만보다가주말에시간이나

도피곤함으로아이들에게신경써줄여력이별로없었다.

게으름을극복했다고철썩같이믿었던반면에또다른종류의게으름과좌절감으로

가슴에메꾸기힘든큰구멍을뚫었던시기였기도했다.난많이고민했고번뇌로수

많은밤을지새웠고막막함으로내자신을한없는나락으로쳐밀어넣고그러면서도
한편으론또정신을차리려고용을썼던도전과응전의반복이었던…그땐차라리

날그저게으름과나태란구덩이안으로기꺼이밀어넣고모든걸다놓고싶단심정

밖엔없었다는게솔직한고백이기도하다.

그러다지금의남편을만나캐나다로날아온지금은?여전히난정확하게출퇴근하

면서성실하게해야하는일에는겁이나고별로달갑지도않단내심을지니고있다.

대신내가정말잘할수있는일을발견해서미칠듯이열정을가지고죽을힘을다해

일하고싶다.전반적으로여전히게으르기도하지만또내가좋아하는일에는몸과

마음을다받칠각오가되어있는열정의소유자이니사람마다다각각의장점과강

점이있다는걸인정하면서내가잘할수있는것에올인하여다시한번치열하게살

고싶다.

요즘내가드리는기도는바로그것이다.내가정말잘할수있는일을발견하게해

주십사하는기도다.그래서사실요즘머리가많이복잡하기도하고또한편으로는

아주맘이편하기도하다.자기가잘할수있는일을제대로찾고,또하고있는사람

이제일행복해보여서내게도그런행운을!!하면서열심히기도를드리고있다.과연

주님께선내게어떤답을내려주실까?답을주시긴주실까?어떤식으로?주님의

사랑을믿으며마냥매달리는요즘의나의모습이다.맘속으로분명히답을주실것

이란예감에확신을더하면서그렇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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