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얼의 영화관에서 본 두 번째 한국영화 ‘타짜’ 감상기

자칭,타칭예술을사랑하고예술의향기가늘넘쳐흐르는이곳몬트리얼에서영어자막

과함께한국영화를본게이번으로두번째가된다.2년전박찬욱감독의’올드보이’를

이곳의유명한레퍼토리극장인’DuParcCinema’에서흥분과기대를가지고감상했던

게첫번째였었고,또이두영화외에이곳의비디오대여점에서’태극기휘날리고’를빌

려다보면서가슴뿌듯했던기억이있다.

우리의영화를고국이아닌다른곳(비록그곳이제2의고향이라할지라도)에서감상

한다는건정말가슴찡하고동시에설레는일이다.바로엊그제밤좀많이차가운날

씨에도불구하고상영시간보다이르게극장(실내가클래식하면서도고풍스러운멋을

자랑하고있었다.)에도착해자리를잡고앉으니순간내가한국의한영화관에와있는

게아닌가란착각이들었다.왜냐면주위에한국사람들만보이고한국말만들려왔기에

말이다.뭔지모를편안하면서도긴장되는기분을느끼며영화가시작되길기다렸다.

이번영화’타짜’상영은토론토의’라디오코리아캐나다’와몬트리얼의’한국의소리’

(일명보코)의노력으로이루어지게되었는데단하루동안4회에걸쳐상영했고특별

히영화가시작되기전실무진들의무대인사가있었다.그리고그들의인사말에서교

민이원한다면지금보다더많이한국영화를감상할기회를가질수있을듯한어감이

느껴져자못기대가되면서좋은한국영화를좀더자주접했으면하는바램도갖게되

었다.

흥미롭게보여주는여러예고편을보면서당장은보고싶어도볼수없다는안타까움은

증폭되었지만한국의정서를느끼면서아스라한기분에취해있을쯤본영화가시작되

었고사위는쥐죽은듯고요속으로빨려들어갔다.

난사실이영화의제목인’타짜’의뜻을몰랐었는데이말은최고의경지에오른전문

도박사를말함이란다.그리고이영화의원작은원래는만화였는데별로만화를좋아

하지않는나도이름은익히들어알고있는허영만씨의작품이란걸알게되었다.그런

걸알고보아서인지주인공들의이름에서만화의냄새가강하게풍긴다는느낌이들었

다.고니,아귀,평경장등등….

이영화는한촌의평범한젊은이가어쩌다화투판을구경하다가호기심과철부지같은

에인생을바꿔보겠다는어이없는욕심으로’꽃의싸움'(화투.강한역설이라여

겨지는데사실꽃의싸움이란말이무색한두뇌싸움,기싸움,거기다말그대로피비

린내나는혈전이더맞겠고)의세계에겁없이발을디뎌모아놓았던돈을다잃음은

물론누나의이혼위자료까지홀라당다날리면서시작되는한인간의파노라마적드라

마이다.영화중간중간화투판에서벌어지는잔인하고도살벌한장면(귀,손목,손가

락이잘리고,찔리고,그어지는등)도있고폭력성이눈쌀을지푸리게도한다.

영화사업을하는사람들에겐특유의감성과뛰어난눈썰미가필수이고우리나라영화

나드라마가한류붐을일으킬수있었던것도바로이러한필수요소가머리좋고감수

성예민한우리민족과<딱>들어맞아서라고굳세게믿고있었었는데,아니나다를까

이영화가보여준탁월한캐스팅이이를확인시키며가장와닿았고더불어위에서언

급한폭력성에도불구하고영화에집중,온전히감상할수있게만들어주었다.

다시말해영화란예술은주제의식과감독이말하고자하는메세지전달도매우중요하

지만그영화의출연진들이얼마나사실적으로역할을소화하느냐에따라관객들에게

진한감동을주고공감대를이끌어내는배우들의예술임도사실인데바로그점에서

이영화는성공적으로보였단것이다.

그런의미에서오늘은이영화에대한내용보다는(벌써눈치빠르신분들은이렇고

저런내용이겠구나~를짐작하실수있으리라믿으며)영화속주인공들과그역을

맡은배우들과의절묘한일체감에대해개인적인소견을말해볼까한다.

먼저고니역을맡은배우조승우.그의가늘면서도빛을품어대는눈빛에서고니의

강한집념과동시에인간적고뇌가팍팍느껴졌고그의묘한웃음속에서타짜로서의

여유와자기앞의생을책임지려는사나이다운면모를느꼈다.그는화투판에서뿐만

아니라영화속현실에서도끈질긴집념의소유자로보이며뛰어난연기자로서의가

능성을다시한번확인시켜주었다고여겨진다.

두번째로평경장역의배우백윤식.그의어수룩한듯하면서도슬픈관조의빛을띄

운표정은자칫도박꾼들의천박하고막가는듯한하류인생을하나의예술적경지로

(도박을옹호하거나대단한위상으로올리려는게아니고이영화에서그렇단얘기다.)

보여주는멋진인물임을드러내는데일등공신이라여겨진다.어쩜대사까지그렇게

쿨하고은은히재미난지역시노련미가뭐란것을확실히보여준연기였다.

셋째로정마담역의김혜수.그녀는팜므파탈의전형인이역할에서귀여우면서도위

험하고농염한여인의모습을유감없이보여준듯하다.평소좀통통하게봤는데어

쩜그렇게몸매도좋은지평소영화에서벗는연기에대해보수적인면이강했다던

그녀가이역할을위해전신노출연기를보여주었다는그결심을하게만든충분히매

력적인역이었다라고생각한다.최선을다해연기한모습이돋보였다.

네번째로고광렬역의유해진.넉살좋고인간성까지좋은화투판에서보기드문인물

의역할을그의외모처럼(?)천연덕스럽게연기해내는그는진정조연의지존으로여겨

진다.입담도그렇고결코미워할수없는캐랙터에적역으로보여지며보통생각들하

는남자의매력(?)을다른쪽(아주바람직한방향)으로부각시킨공로를인정해줘야할

것같다.역시남자는인물로가아닌인간성과여자를사랑해주는맘으로검증된다는

그밖에아귀역을맡은배우의사실적인연기에도소름이쫙돋으며흡사진짜악의화

신같은그의아우라가꽤인상적이었고무석이란인물의패배자,이류의아픔을드러내

는연기에도안쓰러움을느끼게되었다.많은조연들의빛나는연기속에서영화와현

실을구별하기어려운몰입으로장장두시간넘게숨가쁜관람을할수있었다.그대

로다는아닐지라도타짜가되기위한10개의룰을보면서우리인생에서도찾을수

있는교훈을보았고세상에존재하는게임의법칙에대해숙고할시간을가질수있었다.

사족으로,몬트리얼에그렇게나많은한인젊은이들이있었다는걸새롭게발견하게되

었는데남편도꽤놀라는눈치였고아주늦은시각인밤9시에영화가시작되고거의

12시가되어끝났는데도불구하고둘다별로피곤한줄모르고기분좋게극장을나섰

다.이런기회가좀더자주있게되길진정바라면서

무대인사하는관계자분들

영화가끝나고자막이올라가는데웬지많이아쉽고쓸쓸해졌다.

영화가끝나고늦은밤집으로돌아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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