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장편소설’사랑을선택하는특별한기준’프롤로그
이책을며칠전우연히보게되었다.분명히내가읽었을거라고생각하면서그렇게
무심히봤는데가만생각해보니앞부분만조금,그것도아주조금만읽어본게기억
이났다.그러면서얼마전그녀의책’천개의공감’,’세월’,그리고’사람풍경’등에
대한간략한소개를읽으며이책들을꼭읽어보고싶단소망을품은걸기억해내었
고첨엔솔직히‘꿩대신닭’이란심정으로읽어내려가기시작했다.
그런데,아!이게웬일이란말인가?이책은늘내가꿈꿔오던걸,그리고나만의것
이라고여겨오던걸유감없이보여주는게아닌가?정말로많이놀라웠고또섬찟하
기도했다.정말생각이,느낌이비슷한사람이이세상에는꽤존재한다는걸다시
한번확인한셈이었기에말이다.
우선내가꿈꿔왔다는건내게경제적여유만허락된다면나역시도이책의주인공
처럼정신분석을받아보았으면…늘했다는것이다.내의식밑바닥에있는것들을
차근차근들추어내어잘정리해보고싶었던거였다.더솔직히말하자면내안에
들어있다고믿는상처들을끄집어내어감싸주고달래주고싶었다.
나만의것이라고여겼던것에대해서는지금말고천천히이야기를풀어내고싶다.
하고싶은말들이많다보니머릿속에사고의조각들이여기저기흩어져있어이것
들을제대로맞춰이어붙이기가용이하지않을듯싶어시간을좀두어야할것같다.
평소의나라면되는대로,그저생각이아무렇게나끼여드는대로그대로갔을테지만
이번엔그렇게하고싶지가않다.
평소나는책의효용성에대해서대단한의미를부여하는사람인데이책에대해선
좀더유별나게그러고싶다.하지만너무들뜨고부삽하지않게이또한차분하게
시간을두고하련다.그럼에도불구하고꼭지금하고싶은말하나는이책으로인
해나의의식이좀더명징해지고나의행동들의근간이명료해졌다는것이다.
그리고이번책읽기는다른때와달리단발적으로날감격시키고흥분시키는그런
게아닌두고두고묵직하게,오래오래내곁을맴돌며내삶에영향을줄것같다.
아니이미나는영향을받고있다고믿는다.나의의식의확장과더불어우주에존
재하는신비스러운아귀맞음,홀로이되전혀외롭지않은홀로됨의자유성에대한
확신,그밖에도무수한,신기한경험들이있다.더불어우리사회여성들이공통
으로겪고있음직한솔직한담화들을들려주며마음속의상채기들을다독거려주는
동병상련이란보너스를이책에서발견했다.
그리고또하나,사랑…
아직까지는‘사랑을선택한다는게과연맞는얘기일까?사랑이라는거짓놀음에내
가여운운명이선택되는게아니구?’란게내솔직한감상인데역시이부분에서나
는겉으로보이는이미지보다실제론훨씬소극적이며체념적인,그러면서여전히
뭔가에사로잡혀있는듯한내안의나를들여다보게된다.그리고동시에떠오르는
많은상념들.이문제에대해내게허락된시간안에서한번끝까지알아볼참이다.
김형경이라는작가의사진속눈을한참들여다보며이여인과만나대화를나누어
볼수있다면참좋겠다!란상상을하면서그녀의숨결과노고가배어있는그녀의
책을그녀대신아주소중히쓰다듬어봤다.언젠가그녀의손이나어깨에내손을
조근히얹고그녀의눈을들여다보며이야기를나누어볼수있길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