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생각해보고생각해봐도나는현실부적응적인면이강한듯하다.도대체내
머리속에는무엇이들어앉아있는것일까?명색이성당에다닌다는천주교신자가
지난수요일부터시작되는사순절을깜박해서재의수요일미사참석도못했고다음
날목요일성서공부하러가서야그걸알게되었다.
수녀님을비롯아마거기계셨던분들은어이가없으셨겠지만그래도아무런표시없
이대해주셔서나혼자더욱민망스럽기도하고이거뭐단단히잘못되어가고있는게
아닐까란궁색한자조(自嘲)와함께마음이편치않았지만또평소와다름없이그렇
게성서공부를마치고성체조배까지드리고왔다.
입으로도,마음속으로도나는율법이나형식보다는본질을중시한다고늘역설하고
다짐하는데아무리그래도중요한교회의예를놓친죄의식은나를쉬이놔주지않는
듯했다.그럼에도다음날하루밀린사순달력의마태오복음을읽고사인하면서조
금위안이되었고’한번의실수’로혼자애써자위하면서주님께또죄송한마음을전
하였었다.
그랬는데오늘주일미사를보면서다른어느때보다집중되고숭고해지는마음으로
신부님의강론이귀에쏙쏙들어오는체험을하게되었다.신부님의비유나예가다
내가슴속에큰파문을일으키고공명을일으키며스며든다는감격과감동이내전
신을파고들었고미사내내다른때와는다른감(感)을분명히느꼈다.
특히나내가나의마음한구석에묻어두었던의문하나가어느새인지도모르게풀려
나갔음을경험했는데다름아닌예수님의신성과인성에관한의문이었다.신성과인
성의그경계에대해서난끊임없이의문이라기보단이해하기어렵다는의심을지니
고있었던거였다.과연그경계점을어디에다두어야하는걸까?에대해고민이있
어왔는데그것도아주자주,많이그랬었다.
신부님께서유혹하는악마의농간에꿋꿋한의지로맞서신예수님을말씀하실때난
비로소철저히인성을지니셨던그분의확고한결단력을믿을수있었고너무도자연
스럽게우리들의구원자로서의그분을정면으로직시할수있게된것이었다.
더불어간혹내가품었던예수님의인성과신성사이의의문이아닌의심에서자유로
워짐을느끼게되었는데그건바로이런문제들이었다.‘빌라도의명령에따라매맞
으심을당하셨던주님께서그모든고통을다받아들이셨던것도과연인성으로였을
까?’라는,또그밖에도그뒤의모든과정하나하나다,거기다또그훨씬이전부터
주님의모든고뇌에대해서도….
왜필요하다여길때(지극히인간다운발상이었음을깨달았지만)신성으로괴로움과
고통을줄일수없는것일까?예수님의신성은반드시초월적신의존재로써만가능
하고인간의모습에선전혀찾아볼수없는것일까?그게바로정답이고그걸그대로
받아들여야만옳은신앙인이되는것일까?등등엉뚱하고발칙한태클을걸고싶었
던게사실이었다.그러던나의인식과태도가눈녹듯이그렇게서서히도아니고어
느순간갑작스럽게전혀다른모습을하고등장하니나역시도당황한게사실이다.
솔직히나의이런확신과믿음이얼마갈런지에대해서지금시점에서자신있게영원
히라고말하긴그렇다.지나칠지도모르는나의결벽이그걸막기도하고또역시내
이성이라는것이그렇게말하는걸주저하게만들기도한다.내마음나도몰라요~가
가장진솔한답이되겠는데부디지금같은마음이아주오래가기만을바랄뿐이다.
미사가끝나고주보를보다가역시한곳에내눈길이멈추어버렸는데그게바로주
님의아름다운퇴장이란대목이었다.충분히당신에게올고통의순간을피할수도,
그걸늦출수도,줄일수도있으셨던예수님께서는성령으로가득차하느님의뜻대
로만사셨고,하느님을의심치않았고하느님을섬기셨다고되어있었다.그리고아
무것도탐하지않고때가되자주저함없이은퇴하셨다고되어있었다.
우리모두는언젠가이세상에서퇴장하게되어있는데그때과연나는어떤모습으
로퇴장하게될까?그래도덜아쉽고,남은회한에대해서그다지많이부끄럽지않
고,순명한것에대해나름대로자족하면서내스스로에게박하지않은점수를줄수
있을까?마지막이라는순간에대해서조차나는남의점수보다는내자신의점수에
더욱관심이가고의미를두고싶다.나아닌오로지한분의관심을염두에둔다면
바로다름아닌절대자이신주님뿐이고.
여기에서또한번나는주님께간구하는마음이되었다.‘누구보다절속속들이아시
잖아요,주님!그러시니저의약함그런걸탓하지마시고제게힘을주시고주님을
따르고흉내낼수있는의지를주세요.제가느끼고,깨달고,아는거그모든게다
바로주님께서제게허락하신거잖아요?그러시니절마음대로하시되정말제가바
라는그모습대로되도록해주세요.제가더드려야할말씀이있을까요,주님?’
레지오마리애모임이끝나고강복을주시는신부님께마침후"다른날도그랬지만
오늘신부님의강론참가슴에와닿으며좋았습니다."라고말씀을드렸더니예의그
허허~하시는웃음을지으시며"새마이크때문이아니었고?"라는농담을던지신다.
한없이순수한모습을보여주시는우리신부님.성서공부로,또레지오마리애예비
단원으로좀더가까이신부님을느낄수있는것만으로도아주뭉근하고깊은행복
감을느꼈다.아름다운퇴장에앞서과정부터좀더충실하길새삼다짐하면서성당
문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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