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여행

한국에돌아와처음으로동생과둘만의여행을떠났습니다.특별한계획없이발길닿는대로
가기로하고그렇게떠났지요.부모님도함께모시고가고싶었지만일도있으셨고,둘째가
나오면그때또함께여행을하기로하고일단이번엔동생과의짧은여행을먼저하기로한
거죠.

나는작년에가본적이있었지만동생은전라도쪽으로는태어나한번도가본적이없어서
그쪽으로가보고싶다고하더군요.그래서일단우리는해남으로갔습니다.땅끝마을까지
는가지않고(저는작년에보길도까지다녀왔는데~)그곳에서유명한해물탕을먹고는바로
여수로향했습니다.

동생과나는워낙죽이잘맞으니까뭐를하든둘이함께하는게기쁨이고행복이랍니다.
또어디를가든즐겁고신나는일이구요.바다가훤히내려다보이는통유리가있는펜션의
방하나를잡고는바다를한참내려다보았습니다.시원한남해의바다로마음이확트이는
느낌이정말좋더라구요.바로바다가코앞에있었거든요.

여행을하는것은새로운미지의세계를향하면서자신의마음을채우는게아니라비워가는
거라는걸어느덧깨달았는데바다를보니내마음의때가,곳곳의앙금이말끔이씻기고있
다는느낌을절로가지게되더군요.정말새롭게태어남을느낄수있었습니다.그렇게있다
보니점심을먹은지가얼마나되었다구슬슬배가고파왔습니다.특별히하는일이없어도
시간이흐르면자연히배가고파지는게순리맞지요?ㅎ

바닷가에왔으니당연회를먹어야할것같아서횟집으로향했는데주변에서추천해주는횟
집이똑같더라구요.펜션사장님도그랬고,내려오면서길에서물어본할머니도그러시고
한집을추천해주시더군요.당근우리는거기로갔고정말만족하면서회와매운탕을먹었
답니다.매운탕을그렇게먹어보긴처음이었는데매운탕지리라고말갛게,담백하게미역과
수제비가들어간그런매운탕이었답니다.

그런데갑자기비가막퍼붓기시작했습니다.어두움속에서내려퍼붓는비,비록바다를
치고있는비를볼수는없었지만웬지모를운치를느꼈습니다.펜션으로돌아와큰창앞
에서바다와비를느끼는것역시참낭만적이란생각을하게되었구요.또하나,펜션바로
앞에기찻길이있는데예민함과거리가먼우리자매는잠을설치겠다는염려보다는’기찻길
옆오막살이’대신’기찻길옆펜션’의낭만을먼저생각했지요.이래저래아주잘선택한것
같아마음이흡족했습니다.

다음날,바닷가에서맛난전복죽이라도먹어야지했는데아직철이되지않은이른여름바닷
가에선먹을만한아침거리가없더라구요.아침부터탕을먹을수도없고해서그냥거기에서
빠져나왔습니다.오늘은정처없이어디를갈까하다가우연히들르게된백반집에서조금
우스운일이생겼지요.분명바깥엔백반,돌솥밥이있었는데우리가들어가자마자몇사람
이냐고묻곤"두상"이러는겁니다.난내가잘못들었나싶어서"아니주문도안받고어떻
게주문을하시죠?"라고물었지요.

아저씨가나를조금이상한듯이쳐다보는데내동생이날꾹찌르면서"그냥있어"하더라구
요.내가"왜?우리주문안했잖아?"라고하곤아저씨한테물어봤어요."지금말씀하신게
상두개라는뜻으로두상그러신거죠?전백반아니고돌솥밥먹을건데…"했더니약간난
처한표정을짓는겁니다.그러면서"돌솥밥은시간이좀걸려요.15분쯤요."라고얼버무리
는데내동생이"언니,그냥백반먹자,응?"이라고해서그제서야알아듣고그러겠다고했습
니다.눈치빠르지못한내가잘몰랐던거에요.아침부터돌솥밥하는건좀그렇다는걸.
그것도여러개가아니고달랑두개에다통일이안되면별로좋아하지않는다는걸.내가지
금한국에있다는걸말이죠.ㅎ별기분상하지않고그냥따라했습니다.아직까지전라도
쪽에와서음식맛없단느낌을받아본적없으니다들하듯이따라줘야지~했던거죠.

그런데그백반집정말음식맛도좋지만특이했던건옆에또다른상이차려져있고,거기
에도뭐가한가득있는데먹고배가다차지않으면그곳에서또갖다먹을수있게,또디저
트까지다준비되어있는거였습니다.수정과에식혜까지두있구요.와~워낙먹는것에
관심이지대한나는두루살피다잡채,식혜,수정과에조그만고구마까지후식으로가져왔답
니다.

나중에계산할때주인아저씨가"어디에서오셨어요?"라고물어서우리는"서울에서요."했
더니"나는외국에서오신줄알았는데~"라고해서동생이우리언니"캐나다에살아요."했더
니아저씨가역시~하는표정을짓더라구요.속으로’그래서그렇게나눈치가없었군~’하는
표정이었는데동생말이나보고묻는게많아서그런거라하더라구요.대충알아듣고그러
지않아서말이죠.나는누구에게든궁금하면즉시물어보는버릇(?)이있어서대충넘어가는
게잘안되는데이게여기에선조금유별나보이는구나~했지요.

그곳을나와순천,벌교,고창을지나다우리는보성녹차밭을가보기로했습니다.보성하면
워낙녹차가유명한곳인데어디가어디인줄모르니그냥가다가녹차밭이라고쓰여진한곳
에들르게되었고멋진전나무길을걷게되었지요.그런데어디까지걸어들어가야할지모
르니약간굽이있는신발을신은동생이입장료를사서안에까지들어가지는않겠다네요.
이궁~여기까지와서본막을안보고간단말이야?~했지만할수없이발길을돌릴수밖에
없었습니다.녹차건빵하나사가지고말이죠.

그리고내처부산으로향했습니다.부산에는동생이산적도있으니낯설지않고또먹거리도
많아서요.언양불고기,세꼬시회,멸치회,밀면등등…역시또바닷바람을쐬면서바닷가를
거닐고,회를배부르게먹었는데작년’재외동포한글교육자연수’때의일이생각나면서세월
의빠름을또여실히느꼈습니다.아니벌써일년이지나버렸네~하면서그때의일들이고스
란히떠오르면서요.

다음날,부산역근처명물인생태탕을아침으로먹고서울로돌아오면서작년에경주에서먹
었던유명한’황남빵’을사려고그렇게나눈에불을켜댔지만휴게소어디에도황남빵은없더
라구요.할수없이이번에는’시골만주’라는걸로대신할수밖에없었습니다.나도하얀앙
꼬가들어있는그빵을좋아하지만어머니께서좋아하시는데정말많이아쉬웠답니다.

열심히산넘고,물건너서서울에도착하니기진맥진진이다빠져버렸습니다.그래서친정
집에도착하자마자완존히뻗어버렸지요.눈을좀붙였다떠도여전히피곤이몰려왔고냉콩
국수로저녁을대신하고는쌍감탕에콘택하나먹고는다시침대로쏙들어갔습니다.여행도
좋지만내가편히쉴수있는내집이역시좋다는생각을또하면서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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