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한국방문중만나뵈었던여러분의얼굴을떠올려봅니다.
내맘속에오래전잃어버린이모란존재로다가오는김신옥님,큰오라버니와새언니
같으신양송이님내외분,순수해보이는큰눈망울을굴리며대화에빠져드는XX님,졸
업후처음가져본초등학교동창들과의모임에서봤던여러친구들,그리고내가참좋
아했었던동아일보기자분,그밖에도밝히기곤란한(내가아니고그분들께서밝혀지길
꺼리시는)여러분들이계시네요.다그리운얼굴들입니다.
살아가면서만남과헤어짐을무수히해왔건만늘그걸맞닿으면정신이아득해지고가슴
이미어옵니다.정도의차이는있지만속일수없는감정의벅참과부침에아파하게됩니
다.물론모든만남과헤어짐에큰의미를두지는않고있다는게솔직한심정일수도있
겠지만유난히그리워지는얼굴이있음도사실이구요.아마제가다른이들보다는더감
성적일지도모르겠다는생각을꽤최근에더욱짙게하게되었습니다.그전까지전제가
감정콘트럴에거의신의경지에올랐다고여겼었거든요.그런데어느순간부터그게사
실이아니었음을깨달게되었고,새롭게발견된제자신에게저으기놀라웠습니다.
그랬습니다.지금까지알고있던저의모습과는꽤많이다른내안의다른모습이훌쩍
뛰쳐나와절놀라게했었고,지금도여전히진행중입니다.언제까지계속놀라야하는
걸까요?그런데그냥놀라운걸로끝나면좋겠는데그게그런게아니네요.많이아픕
니다.제감정의정체에대해막연하고도불확신함으로그저어리둥절할뿐입니다.
제감정의동요를크게느끼게된건일본나리타공항에서뉴욕으로향하는비행기안
에서가처음이었습니다.우리나라코메디영화인’미녀는괴로워’를보는도중에그다지
슬프지도않은장면에서갑자기눈물이볼을타고내려오면서결국엔오열까지하게되
었습니다.무슨장면에서였는지도이미까먹었는데그냥안에서복받쳐오르는감정으
로걷잡을수없는서글픔과황당함에스스로의아할지경이었지요.다행히옆자리는
비워있었고,그옆에있던사람도자는중이라겨우상황이수습될수있었습니다.
그런데골똘히생각해보니다른이유가있었던것도같습니다.책을읽으며왔는데책
제목이바로‘불꽃처럼살다간여인전혜린’이었거든요.젊은나이에요절한천재녀로
알려진그녀의삶과글을접하다보니무한대의감성을헤엄칠수밖에없었는지도모
르겠네요.감정이입에예민한제가적잖이그녀의극적인삶에영향받고,또그녀에게
서저의모습도발견하면서그녀와함께요절해버렸는지두요.세상에는정말닮은사
람도많구나!를끊임없이되내이면서하늘위를날고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이제껏은집에도착하면안락한느낌으로몸과마음이편해지곤했는데이번엔웬지마
냥가라앉는내자신을발견하게되었습니다.뭔가불안하고안정이안되는느낌,허무
와상실의큰회오리가절감싸안고있다는느낌,이제껏용감하고씩씩했던나의몸짓
들이무의미로다가오는느낌,더이상은내감정을희석시키거나속이고싶지않다는
열망이강해지는느낌과함께말입니다.
그리고자꾸눈물이납니다.뚜렷한이유없이요.그냥음악을듣다가도,기도를올리
다가도,뭔가를골똘히생각한다고생각하다보면느닷없는감정에휩싸이게되고막막
한심정이되며또눈물이흐릅니다.조그만쥐새끼가덫에들어와사방팔방휘젓고살
펴도출구를못찾을때의심정이이와같지않을까짐작해봅니다.이럴땐그냥모든
걸다놓아버리는게가장손쉬운방법으로여겨집니다.가슴속에그냥’무’란단어만
크게확대해놓고가만히누워있는게가장좋은방법같습니다.
그렇게기다려야겠지요.이모든방황이끝날때까지그저차분히,되도록정신을차리
려고노력하면서기다려야겠지요.분명히끝은있을터이니까말입니다.나의의지라는
것이얼마나미약하고부서지기쉬운지알만큼알므로전무작정기다릴겁니다.제힘
에부칠때절도와주시는분이계시다는걸믿으므로다놓고기다릴겁니다.
휴!~역시그방법밖에는없다는걸또압니다.되도록겸허한자세로,인내심을가지
고기다리면더욱좋다는것도압니다.지금의저로선달리방법도없으니많이낮추고
무작정기다리는게최선이라는것,그래야한다는걸알고있습니다.정말그러려고합
니다.시간이무심히흘러가기만을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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