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대서사시를 촘촘하게 읊어낸 밀란 쿤데라의 ‘농담’

모든명작들이그러하듯이이책에는그시대를살아가는,살아갈수밖에없는다

양한인간의유형과그들의치부가고스란히드러납니다.역사라는거대한수레

바퀴안에서개인이라는조그만톱니바퀴로장식이되어야했던이들의절망과비

극을거시적으로,그러면서도그들의내면을샅샅히훑어낸수작이라여겨집니다.

이작품역시일회용독서가아닌,자주곁에두고접하며그맛을음미하게될것

같습니다.역시대단한작가의인간의삶에대한심연을파헤친훌륭한작품을접

할수있는기회를갖게되어얼마나행복했었는지요.

인물의이름으로장이나누어져있는,조금은독특한구성으로시작되어지는이책

은우리인생자체가하나의사기이고,연극이다라는혹자의표현처럼어쩜우리

인생은그가말하고있는하나의농담이아닐까하는상념속으로절몰아넣었습니

다.우리네인생이란게과연이책의주인공을비롯여러등장인물들처럼우리의

의지완상관없이끝없이이어지는우연의연속처럼보이는한갖해프닝의산물일까

에집중하게되었지요.

주인공루드빅의절망에저도깊숙히공감하면서이책에흠뻑빠져들게되었는데

아마도이책이주는우리인간모습의전반적반영에심취해서이기도하지만책곳

곳에서발견되는작가의심오한철학과유머에더욱깊이함몰되어서인듯합니다.

그의사색이적절한유머와더해졌을때주는감동과심오함은가히예술적이라고

여겨지며깊이감격하게되었지요.

우리인간사에비극적인만남과오해,거기에편견과극히주관적이고이기적인개

개의견해까지가세하면참으로측량하기어렵고끝을알수없는심연의아이러니

로치닫게되는데그러한부조리함자체가바로우리네인생이란걸명확하고,차분

하게상기시켜주는책인듯합니다.

시대의이념이주는허무함과여유를발견할여력조차없이오로지하나를향해모

두들앞으로만향하는획일성,거기에자존을위해양심과우정까지저버려야하는

사회상을통해우리에게보여주고있는이념이란괴물의본질과그것으로인해철저

하게붕괴되는한인간의인생은바로우리들과거사,아니현재까지의모습과별개

가아니기에더욱와닿았습니다.이땅에이념으로상처받고,번민으로이시간까

지고통받고있는영혼들이어디한,둘인가요?그러한우리의현실과맞물려더욱

이책을가슴에담을수밖에없었지요.

또한농담이온갖오해와편견속에서진담보다도더진담같아지는과정을통해우리

인간들의나약성과미흡함을낱낱이들여다볼수있었지요.다시원점으로돌아가는

듯하지만역시우리의인생사가바로진한농담의나열에다름아니구나!를강하게

느낄수밖에없었으니까요.아마요즘의허무적인내가치관과딱맞아떨어진절묘

한타이밍에더기인한것인지도모르겠지만요.

거기에작금우리현실에만연하고있는불행한결혼생활에대한여러가지부작용(?)

을반추하면서이소설속의여주인공헬레나의심정이정확히짚혀졌습니다.그녀의

고백이여자라면대개가느꼈을갈등과한계라고정의한다면너무독선적인제편견

이되려나요?하지만대개의여자들이꿈꾸는결혼과사랑,그것에비해훨씬잔인하

고무력하게다가오는현실사이에서그녀와같은갈등을한번쯤이라도느껴보지않

은사람은없을것입니다.

해서는안되는것과마음속에피여나는상념과의간극이멀어야한다는것이우리의

이성이고양심이라면,그걸실제로행함은어쩜운명일수도있고,본인의의지와는

상관없는뭔가의조화일수도있다는걸또느끼게됩니다.분명똑떨어지는정답치가

없다는게우리인생을가장정확히표현한게아닐까싶으면서말이죠.그누구의인

생이나사랑론을함부로단죄할수없는이유가아닐까도싶구요.

이책에등장하는또다른여자들마르케다,루치에역시자신의의지에서라기보단생

이그녀들에게준교과서적인관념그대로를따르는인물들로묘사됩니다.그리고그

들역시나약함으로인생이란나룻배에몸을실고떠도는가여운영혼들로보입니다.

직접부딪혀부서지든,극복하든자신의삶을사는사람들은그래서어쩜회한이덜

할지도모릅니다.그러나이두여인들처럼늘타의에의해자신의삶을조정당하는

사람들은끝없는갈구만을쫒다가허망하게삶을끝낼수도있을것입니다.

결국이책은자신의삶을주도하는것의중요성을부각시킨소설임과동시에잘못된

판단으로인해자신의삶을소진할수도있음을(바로주인공루드빅의어처구니없는

복수심에서비롯된불륜과허망한결말)우리들에게인식시키며진실로깨여있기가

얼마나어려운가를여실히보여줍니다.또한이데올로기란괴물에자신을맡기고진

정한자기다움을벗어던진사람들의통탄을통해우리들의영혼은가장순수한순간

을지향한다는명확한사실을재확인시킵니다.

순간순간떠오르는자신의내면의소리에귀기울이는것이가장명확한삶의지표가

되는듯하다가도그것또한그저농담에다름아닐수밖에없을지도모른단걸인식

하게되고,그가운데에서우왕좌왕하고있는대개의우리들에게바로이책은그러한

과정하나하나마저도어쩜진한농담일지모른다고,그렇지만역시우리의내면의소

리에귀기울이는것(여기에선추억,기념물,상상속의갈망같은것)이가장정답에가

깝다고들려주는듯합니다.가장본능에가까운것이가장인간적인거란걸작가는

우리들에게말해주고싶었던게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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