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어린 집념을 처연하고 아름답게 빚어낸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BY sophia7903 ON 9. 28, 2007
이영화를혼자조용히볼수있었던것은참행운이었다고생각합니다.아무것에도방해받지않고
오로지영화에전념할수있었던것도그렇지만이런류의영화는정말고요하게사색하며홀로관람
해야할것같거든요.영화가던져주는메세지가아주광대하다고느껴졌고,그런점에서오롯이혼
자일필요가꼭있다고,그래야제대로영화감상이가능하다고확신합니다.
우선이영화는18세기말어느프랑스마을에서도분주하고위생과는거리가먼시장통에서생선을
다듬던어느여인이홀로생선도마밑에서아기를출산하는것으로시작됩니다.화면이아주생생해
서처음부터눈이부실정도였는데,생선과온갖오물찌꺼기들,그리고죽은동물들의내장과비위생
적인거리의모습과한인간의탄생이한데어우러진모습에서흠찟생과사의묘한하모니를깨달으
며영화속으로자연스럽게빠져들게되더군요.
탯줄을혼자자르고아이를방치한채하던일을계속하던여인은(그모습은우리네여인들이못살
고힘들었던시절,밭에서출산후곧바로일을계속하던모습을떠올리게했지요)한신사의인사에
응답을못할만큼인사불성이었고,급기야는아이를죽음으로내팽겨쳤다는의심속에교수형에처해
집니다.그렇게아이는태어나면서부터불행의씨앗처럼보였는데,불행중다행이라고해야할까요?
아님처음의불행이결국더큰불행을불러왔다고해야할까요?그에겐남들이갖지못한기가막힌
탈렌트가있었죠.바로냄새에관한한그의코를따라올자가없는겁니다.가히‘타고난냄새의귀
신’이었던거죠.
고아원을거쳐더이상공짜로고아원밥을먹을수없을때그아이(이름이그르누이)는하역장막노
동꾼이되어마침내독립을하게됩니다.사실이것도돈을받고팔린셈이라독립했다고말하긴그
렇지만이제부터그나름대로의세상을경험할수있는기회를잡긴한셈이지요.온갖어려움속에
서도묵묵히일만열심히하던그에게마침내천재적인그의재능을빛낼기회가찾아옵니다.보스를
따라처음가보게된파리에서그는향수를만드는사람이란직업이있다는걸알게되고,또우연치
않게배달을하게된곳이바로당시퇴물취급을받던향수제조업자발디니의집이었던겁니다.
첫상면에서자신의천재성을그에게선보인후그르누이는그의조수가되어일대최고의향수제조
자가됩니다.아니엄밀히말해서이미그는최고의향수제조자였지만그에겐더큰꿈이있었죠.
바로자신이맡은향기를보존하는방법을배우고더불어지상최고의향수를만들겠다는야무진꿈
이요.그래서그는발디니에게새로운향수제조법100가지를알려주고,당시향수의메카로알려진
‘그라스’로떠납니다.(사담으로‘그라스’는몇년전남편과함께방문했던프랑스의소도시인데그때
그곳에서향수를몇개사온기억이있습니다.몇백년전통을지닌향수의본고장이지요)
그라스에도착하는날,그는특유의예민한코로은은한향을맡게되는데그게바로다름아닌귀족의
딸로라의체취였습니다.그는처음느껴보는여인의향기에깊이도취되었고,그이후자신도억제
하지못하는열정으로한여인을따라갑니다.뒤에서그녀의향을맡다발각된그는무심결에그녀의
입을틀어막게되는데시간이좀지난후결국그녀의죽음을발견하지요.죽어있는여인의몸구석구
석을냄새맡으며체취를자기것으로만든그는그이후로여인들의향기에빠져들게됩니다.다시
말해사람에게서짜낸최고의향수를만들기위해그는처녀만을골라살인을일삼게되는것이죠.
그르누이는몽매한사람이었을까요?아님열정과집념이너무지나쳤던불행한천재였을까요?전이
두가지다가바로그르누이였다고말하고싶습니다.제대로된교육을받아보지못하고,사랑이라는
걸알지못하는그는생명의존엄성에대한개념조차갖지못했던,몽매했고불행한사람임과동시에
자기가하고있는일에관한한최고가되고팠던극대한열정과집념을가진천재가맞다고요.이미
그를제어할수있는건이세상에아무것도없었죠.그는오로지하나를향해앞으로만달려가는철
저한꾼이었습니다.그에겐걸리적거리는것도,그를방해하는그무엇도존재할수가없었던겁니다.
마침내그의살인행위가만천하에공개되고,극한형에처해질처지에놓였을때그는자신이그동안
심혈(차라리최고의작품을만들기위해희생된처녀들의넋이라고말하는게더맞을지도모르겠지
만요)을기울여만들어낸지상최고의향수를가슴에품고형장에섭니다.이미그가그곳에도착했을
때살짝귀뒤에뿌린그향수를맡은사람들은동요와놀라움을보여주는한편,이성을잃고집단적인
최면의식을행하게됩니다.이향수를맡은사람은즉각다사랑의포로가되는셈인데웬지이장면에
서전너무작위적인느낌으로조금감흥을덜수밖에없었음을고백하지않을수없네요.이전까진
그저다너무좋았기만했었는데말입니다.
결론적으로이영화는대체로아주훌륭한시적인영상미가돋보이고,거기에워낙유명한소설을원
작으로한철학적사유가풍부하기에근래보았던영화중몇손가락안에들만큼맘에드는영화임에
는분명하지만바로문제의이장면만큼은잊고싶을정도입니다.물론그가만든향수,다시말해그
가물불가리지않고자신의모든건물론,귀한생명까지희생시키며탄생시킨지상최고의작품이얼
마나대단한지를보여주기위한한방편일수있다는걸인정한다하더라도조금과하지않았나하는
의문은여전히남습니다.
그에비해차라리그가남아있는향수를가지고자신이존재하게된원래의장소,자기의고향인시장
터로돌아와머리위에향수를붓고모든이들이그에게달려들어그의존재가향수와더불어산화하
는마지막장면은훨씬감동으로남게되었지요.그자신여러귀중한생명을자신의최고작품을위해
희생시킨댓가로그정도는그야말로아주새발의피인셈이긴하지만,역시상당히시적인결말이라
고여겨집니다.이마지막장면으로앞서의반감했던감흥이제자리를찾았고전이영화를다시아
주많이좋아하게되었습니다.
다만궁금한것은제가안타깝게도아직원작인파트리크쥐스킨트의‘향수’를읽어보지못해서이장면
들이단지영화에서만존재하는것인지,아님원작에도역시그렇게묘사되어있는것인지하는점입니
다.주위에책을읽어보신분이계시면여쭤보고싶은데그것도용이하지않으니천상영화를보고그
다음원작을읽게되는또다른경우가되어야할것같네요.기회가되면꼭책을읽게되길,그것도가
급적빠른시일안에그럴수있기를소망하면서영화의묘한듯,매력적인여운을계속빠져허우적거
리고있습니다.
사족으로이영화로해서다시한번퇴폐적인듯,그러면서도질퍽하고생생한프랑스문학과그들의
문화,사회상에관심을가지게되었습니다.어쩜요즘읽고있는책‘고야’와도전혀무관하지않아더
욱그런것같기도합니다.영화의내용은슬펐지만뛰어난스토리와감성적인화면,시적영상미를
회상하며한참동안이영화를가슴한자락에간직하게될것같습니다.정말감동적이면서도센세이
셔널한영화였습니다.그리고아주처연하게아름다운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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