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 이야기 7편 <화려함과 가슴 싸함이 공존했던 마지막 날>
BY sophia7903 ON 12. 7, 2007
드디어베를린여행도서서히막을내리고있었습니다.내일이면아이들과동생네가족이
기다리는몬트리얼로간다고생각하니기분이좋아지면서도한편으로는웬지베를린을떠
나기가싫은거있죠?그동안집안일에서완전벗어나자유부인처럼살았던게꿈만같아
지면서말입니다.매일외식하고,호텔방은메이드가알아서청소해주고했던그런편안함
에길들어져버린것입니다.하지만좋은일도언젠가는끝이있는법…더좋은일이있다
고애써마음을달랠수밖에없었답니다.바로그리웠던가족을만난다는기쁨말이지요.
남편은그날따라일찍누굴만나러다녀와야했기에어차피저혼자베를린관광의마지막
날을보낼수밖에없었지요.그래서저는이참에지하철도타고가보지못한곳을구석구
석돌아다녀야지결심했는데남편은지하철이몬트리얼보다는복잡하니그냥택시를타고
가라는겁니다.워낙걱정이많은사람이라괜시리일하러가는데근심끼치지않으려고
알았다고하곤일단택시를타고시내에서조금벗어난쇼핑몰’Quartier206’으로갔습니다.
그런데택시기사양반이터어키사람인데친절하게잘대해준다고처음엔생각했었는데아
글쎄이사람이저에게바가지를씌우려고하는거있지요?처음부터일본사람이냐고물어
서조금기분을잡치게하더니만결국엔택시비낼때제가20유로를줬고,요금은10유로
가조금넘게나왔는데여행객이니까유로를잘모른다고생각해서인지거스름돈으로3유
로만먼저주는겁니다.그래서제가거스름돈이잘못되었다고하니까그제서야5유로를
또주면서나머지잔돈은안주려고하더라구요.웬만하면저도베푸는스타일인데소행이
아주괘씸해서그냥다받고동전몇개만팁으로줬습니다.그것도안줄까하다가마음을
바꾼거였구요.
그리고사실남편말로는한5유로쯤나올거라고했는데며칠돌아다녀본제가생각해도
조금돌아간듯한느낌도들면서여지껏좋았던독일의이미지가조금떨어졌습니다.바로
그운전기사때문에말이죠.그사람이독일사람은아니었지만그래도독일에사는사람은
확실한데그런사람때문에베를린이라는도시의이미지가떨어진다면베를린의입장에서
도불유쾌한일일뿐만아니라,그한사람때문에모든이민자들이욕을먹을수도있을것
같아조금걱정스러워지더군요.어디에살든지자기나라를욕먹이는행동은자제해야할
이유를또발견한셈이기도하구요.
일단그렇게시작이좀안좋긴했지만워낙뒷심없이뭐든금방잊어버리는저는룰루랄라
하면서길거리를쏘다녔습니다.‘갤러리라파예트’라는멋진건축미가돋보이는백화점을
지나,또다른멋진디자인으로유명한’Quartier206’를찾아들어갔습니다.그두곳은알
고보니지하로연결되어있었는데저는그냥일층으로만보고와서몰랐었던거더라구요.
그런데쇼핑에는별관심도없어서대충라파예트도일층만보고나왔었지만이곳도화려하
고유명한명품숍들이즐비하긴하지만봐봤자눈만버릴것같아외면하려고했는데제눈
앞에확뜨이는숍이있는거아니겠어요?
바로바로명품들을70%까지할인한다는할인매장이었는데여기도사실특별히살것이
있어서라기보단또뭐하나라도괜찮은걸건질까싶어일단들어가봤지요.그런데물건도
워낙많고아무리할인을해도가격이만만치않아서후다닥보곤나왔습니다.혹시가역시
였지,뭐~하면서요.그리고이것저것열심히사진만찍고그상가도잽싸게빠져나왔구요.
그곳을나와아래로천천히걷다보니첫날버스를타고스쳐지나갔던베를린장벽을다시
자세히보고싶단생각이떠올랐습니다.그래서좀걸어서그곳을찾아갔지요.그런데막
상도착해보니베를린장벽만큼이나중요한전시가야외에서이루어지고있었는데그건바
로다름아닌독일의잔인했던과거사를고백하는’TopographyofTerror'(공포의지형학?)
이라고이름붙여진곳을운좋게찾아간것이었습니다.길게늘어져사진과글들로이루어
진전시가처음에는공포를,나중에는가슴저림을던져주더군요.
그리고우리도일제시대의잔학했던역사를이렇게공개적으로전시한다면늘상기하면서
마음에새길수있을텐데하는아쉬움이들었습니다.우리에게도분명지나간과거이되,잊
어서는안되는사건들은늘보면서기억할수있도록이러한전시가필요할듯싶었구요.
동시에그들은자기들이희생자의입장에서가아니고가해자의입장에서반성하는의미로
이와같은역사적사실을인정하고전시하면서이곳을방문하는모든사람들에게주의를
환기시키는것이라어쩜더의미가있을수도있겠다하는마음이되면서새삼독일인들의
놀라운자긍심과저력이느껴졌습니다.
전혀기대하지도않았던뜻깊은시간을보내고나서역사와민족에대해서,그리고현재의
우리들이또새겨야할교훈을깊이묵상하면서걷다보니저기지하철역이보이는데아까
경험했던안좋은기억도있고,또요금도예상외로많이비쌌고,그리고한번쯤은지하철
을타보는경험도좋을듯해서호텔로돌아올때는지하철을이용했습니다.오래전이라다
잊어버린독일에서지하철타는법을기억해내긴했는데막상표를사려니독일어로만되어
있더군요.그래서지나가는여대생에게물어서겨우표를사고는방향을잡고지하철을기
다렸지요.
그렇게지하철로제가머무는호텔근처의역에내려서호텔주변을조금찬찬히돌면서이
것저것구경하고,사진도찍고는호텔로돌아와잠시있다보니남편이들어왔구요.조금후
조금이른저녁식사를하러늘가는,하지만오늘로마지막인’카데베백화점’으로갔는데감
회가좀색다르더라구요.어제생일날변변한것도못사준게미안했던지남편은오늘은맛
난걸먹자고하는데저한테맛난건바로해산물요리거든요.그래서우리들은특별한프랑
스식요리로바닷가재가들어간’해물슾’과이름도기억안나느맛난요리를먹었답니다.그
리고입가심으로다시생굴을또먹으러갔구요.
드디어다음날아쉬움과가족을재회한다는기쁨이교차되는묘한기분으로너무도작은베
를린공항으로향했고,거기서남편과작별인사를하고는티켓팅하는곳을바로넘으니비행
기승강장이자세상에서제일작아보이는면세점이있었습니다.저는조용히앉아책을읽으
며비행기에속히올라잠잘수있기를기다렸고,마침내보딩이시작되었고,짧지만즐거웠
던베를린에서의추억을뒤로하고비행기와함께날아올랐다가곧잠에빠져들었답니다.
재미있는재활용기계
집에도착해보니제생일을기억해주신김신옥님께서CD와카드를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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