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가 다 가기 전…
BY sophia7903 ON 12. 29, 2007
이제올한해얼마남지않은날짜를의식해서인지요즘부쩍되돌아보는일이잦아집니다.
그러다오늘은문득며칠전에있었던일들이기억에떠오르면서제자신을정리해볼필요성
을느꼈습니다.이해가다가기전에말이지요.
우선며칠전에있었다는일이란다름아닌제큰조카생일과연관되는이야기인데요.조카
생일이었던지난토요일,천주교송년파티가있었고,거기에참석안하기엔여러가지사정이
여의치않아서조카에게양해를구하곤제동생과저는송년파티에참석했었습니다.대신
조카의생일파티는다음날인일요일에하기로했지요.
그런데문제는생일을하루뒤로미룬일요일날,몬트리얼에대설이내렸답니다.몇년만의
폭설이란표현을할정도로종일눈이내렸는데그래도저와동생,조카들은일찍성당에갔
었고,아주살살기면서집으로돌아왔지요.사실예전같았으면당연히이런날은집에서
쉬었을텐데지금저는레지오마리애협조단원,동생은정식단원이니이쯤(?)으로주일미사
에빠지는건상상할수없는일이되어버렸습니다.그래서남편의무한한걱정과약간의삐
짐을뒤로하곤일단집을나왔지만역시제생전이렇게눈이많이와서차에눈이쌓이고발
이눈속으로푹푹빠져보긴첨이었고해서남편의심각했던표정을이해하게되었지요.
그런데문제는집으로돌아오면서발생했습니다.제가동생과조카에게"아무래도이런날
외식하러나가는미친사람들없을거야.그러니까예약취소하고다음기회로미루자."라고
했는데동생과조카는그래도여전히이왕하루늦은생일파티를했음하는기색을보였다는
것이지요.조카의그마음을전혀이해못하는바는아니지만그래도이젠성인이고,이런날
씨에굳이외식하자곤안할거란기대를하고전여러번강조를하게되었습니다.거기에
솔직하게이모부가지금기분이별로다란얘기까지첨가했고,되도록이면늘가는한국식품
점,현지수퍼도건너뛰고,남편불안에떠는걸덜어주기위해서속히집으로돌아가길원했
습니다.
하지만동생은굳이한국식품점엘들러야한다네요.꼭사야하는게있다구요.그건가는
길이니까그럼후딱들어갔다나오라하곤전차안에서기다렸지요.그때도혹시조카가섭
해할까싶어또이런날운전하는건위험한일이고등등피치못하게오늘외식을못하는이
유를납득시키기위해말이많아졌었습니다.그리고그렇게여러번강조하면서그날생일파
티를못하는걸로뿌리를박은것은평소어떤명분보다는실질적인것과실용성을늘앞세우
는저의철학이작용한탓도큰게사실이었구요.그래서결국에는생일이자꾸늦쳐지는것
이싫다면집에서우리끼리뭘해먹는걸로생일을대신하자는얘기까지하게되었지요.
그렇게얘길하다보니집근처다와서조카가생일파티안해도괜찮고,생일케익도필요없
다면서그냥집에가겠다고하더라구요.원래는집으로돌아가는길에생일케익을사가기로
했었는데말이죠.전조금이상한느낌은들었지만그래도워낙누가싫다하는걸억지로하
라는스타일이아니라굳이말리지않고저혼자집으로돌아왔습니다.아마제맘속에는만
약이런일로외식을안한다고조카가삐졌다면참철없는행동이란생각이이미자리잡아서
일수도있겠지만,여러소리하고싶지않고그땐조금이라도빨리집에들어가서불안해하
는남편의걱정을덜어주고싶단생각이더간절했기때문이지요.
집에돌아와오늘눈이너무많이와서외식으로생일파티하는건취소되었고,동생네는그냥
집에서자기들끼리식사하겠다고결정된상황을고대로남편에게전달했지요.그랬더니남
편의첫반응은너무도잘했다는거였고,그다음엔왜집에와서함께뭐라도해먹으면좋을
텐데~였습니다.만약저나동생이요리하기귀찮으면자기라도뭔가를준비할수도있는데
하면서요.
조금쉬다가여전히조카가기분이안좋을까궁금하기도하고마음을풀어주고싶어서동생네
전화를했습니다.동생의목소리를들어봐도뭔가오해가있고,지금조카의마음이좋지않다
는감이자연스럽게느껴지더군요.동생과통화하기전에이미조카에게또이해를시키긴했
지만사람마음과생각이라는것이어떤것에몰두해있을때에는남의이야기가잘귀에들어
오지도않고,판단력도흐려지고한다는걸잘알기에시간이해결하길바라며통화를마쳤습
니다.
그리고그다음날인월요일에는결국전날의폭설로인해서모든학교가또쉬게되었고,저
는일이생겨서차는집에놔두고버스와지하철을타고외출을하게되었답니다.그전에동
생에게다시전화를해서굳이생일케익도건너뛰자는조카를설득해그날밤저희집에다
모여생일케익은자르기로했고,차없는저대신남편이베이커리에가서케익을사서준비해
놓기로했고,드디어모두모여생일케익을자르고나눠먹었습니다.케익을먹은후에는두
아들녀석만빼곤또다모여서’멕시컨도미노게임’이란게임도하면서즐거워했구요.
전계속조카의기색을살폈는데조카도마음이어느정도풀린듯해보였습니다.그렇게놀
다가동생네가족들을집으로데려다주면서연말에교우분네방문과또다른연말파티에대
해남편과차안에서이야길나누게되었는데그때조카가이러는겁니다."이모!그럼존생
일은어떻해요?"라구요.전"존?너남자친구이름이존이야?"라고대답을했는데다시조카
가"아니준호말이에요."라고하는말에그제서야’아!존이우리큰아들영어이름이었지…’
하면서큰아이생일이28일이라는게떠오른겁니다.그전까지는28일이란날짜에대해이
미언급을하면서도까마득하게잊고있었던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