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만 칼로 물 베기가 아니더군요!
BY sophia7903 ON 10. 10, 2008
부모님이캐나다에오시고난후서로를애타게그리워하던마음에꿈같은나날을보낸지
얼마지나자,역시사람살아가는데일어날수있는문제들,특히나따로떨어져살다함께
생활을하게된동생네와부모님간에는알게모르게삐걱거림이생기기시작했었답니다.
큰딸이긴하지만사위가같은문화권의사람도아니니우리집에선아예함께지내실생각
을안하시고,또일전에한번우리집에머무실때자기본연에충실한사위의진면목(?)
을확실히보신어머니께서는그후로는절대우리집에서는머무르지않으시는데,그이유
는바로서로불편한걸감수하면서뭐하러,또괜히딸에게화가미칠까란걱정에서비롯
된거란걸충분히알고도남음이있지요.
그런이유로장녀노릇도제대로못하고동생에게만부담(?물론즐거운마음으로부모님
을모시는동생이지만제입장에서그렇단것이고요.)을주게된저는이래저래마음이편
치않음도사실이랍니다.그런데다간혹발생하는부모님과동생,조카들간의불협화음
에중간자입장에서서양쪽을이해시키자니이또한쉬운일은아니기도하구요.
그불협화음이라는게사실큰일은아니고,결론적으로아주자잘한일이긴하지만막상
마음고생을하는부모님이나동생네가족입장에서는또별일이기도한게문제라면또
문제겠지요.예를들어워낙깔끔하신제어머니께서는노상집안을정리정돈,청소에다,
세탁기가있어도손빨래가더깨끗하게빨린다고팔이아파죽겠다하시면서도손빨래를
선호하시는분이신데,평소대충어지르고적당히정리하면서살고있는제동생과조카
들은이런어머니의노동이처음엔감격과고마움으로다가오다가도슬슬짜증이나기도
한가봅니다.
저역시제일못하는게정리정돈,청소이다보니제입장에서는충분히동생네가족이이
해가되고,모처럼다니러오셔서한국에서의습관(?)을못버리시는어머니가좀참아주
시지!하는쪽에더마음이가는게사실이면서도애매모호한입장에설수밖에없답니다.
어머니의그러한성정이하루아침에이루어진것도아니고,늘“난밥은안먹고살수있
어도정리정돈,청소안하고더럽게는못살것같아!~”하시는분이시니말이지요.
그래도굳이솔로몬같은명판관을흉내내어보자고동생네가족에겐“어머니를이해하
자~우리가~”라고말하고,어머니께는“어머니가좀덜하심되잖아요?여긴그아이들
집이니편하게살던대로살게냅두시지!”라고말씀드리면서결국에는어머니탓을자주
하게됩니다.제가봤을때가장논리적으로맞을것같은것에손을들어준답시고하는
일이지만이도엄밀히보자면저의지혜와분별력부족에서오는잘못일수있음을모르
는건아니구요.그저연세드신부모님에게는조리있게따지는대신“네~네~”가최선
책이고도리라는걸알지만그게마음처럼잘되지않으니말입니다.
자식들조금이라도덜힘들게해주고싶고,깨끗하고산뜻한분위기와공기속에서지내
라고힘든몸으로열심히청소해주시는걸그저감사히여겨야한다는것도잘알지만우
리들은또그래도그냥살던대로맘편하게해달라고떼를써보는것이기도한거죠.부
모는뭐든척척받아주는기계라도되는듯투정질을해보는것이고요.
거기에부모님께서많이섭섭해하시는게바로조카들의태도와말투인데어느새다컸
다고걸핏하면“네.저희들이알아서해요.”내지“이제저희도좀어른취급해주세요.”
란대답에상처를많이받으시더군요.우리아들들은가끔만나기도하지만남자녀석들
이니그냥하지도않고건성으로만“아,네~”란말로잘도넘어가는데조카들은노상부
딪히고,또여자아이들이다보니아무래도새초롬한표정과말투를쓰는가봅니다.
언젠가는남편에게이런일들을얘기했더니“아니,아버님과어머님은그아이들이얼마
나착한아이들인데!여기캐나다아이들을보고나심확실히아실텐데~”라며안타까워
했지요.그리고남편역시그냥살던사람스타일대로살게하는게옳다고생각하는사
람이니부모님이당신들의스타일을고집하는건옳지않다고생각하는입장이고요.
부모님입장에서는그동안살아오신연륜에서봤을때옳다고여기는것을이해시키고
자하시고,또못마땅하고용인하기힘든일들은그저눈감고많이참으시는건데,또우
리입장에선부모니까더봐달라고,또는아이들은아직어려서경험이없지만그시절
을지나오신분들이이해해주시는게더맞을것같다고부모님에게끊임없이아량과용
서를구하는걸반복하고또반복하고있는것같습니다.
그러면서참고넘기고,그러다또결국엔터지고하는일들이몇번있다며칠전에는정
말크게한번터졌는데요.어머니께서도저히용서할수없으시다며당장비행기스케
쥴을조정해서한국으로나가시겠다고,캐나다에들어오시는것도재고해봐야겠다고
대단히역정을내셨답니다.덩달아동생도어머니를이해시키기너무힘들다고안타까워
하면서자포자기하는태도를보였구요.전가운데에서중용을지키려다그만또동생을
옹호하는편에서게되었고,그러다보니괜시리어머니마음을더욱아프게해드리게되
었지요.
이렇게저렇게지지고볶고,언성도올라가고,눈물도흘리고하다가결국부모,자식의
언쟁은‘칼로물베기’란걸진하게느끼면서또시간이조금흐르자서로마음이약해지
고괜시리미안해지고,죄송해지고하면서슬그머니풀어져버렸답니다.그게바로지난
일요일의일이었는데,화요일에는미리당긴어머니생신파티를우리집에서했고,그
다음날에는또동생과제가어머니를모시고쇼핑까지다녀왔지요.
세모녀가모이면뭐가그렇게할말도많고,재미나는지노상대화의꽃을피우고,서로
이뻐보이는옷입어보라하고품평회도하고,집에남은식구들은다까먹어버리고그
저어머니와맛난것먹으면서행복해하고,시간가는줄모르고신나게돌아다니게됩니
다.물론어머니께서는짬짬이얼른그만가자!하시지만그건어디까지나도리성(ㅎ)발
언이시고,실제마음은저희들과마냥함께있고싶은거란걸동생이나제가모를리가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