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깊어만가는데…
삼개월넘게함께지지고볶았던(이라기보다저는그저방관자였다고볼수도있겠지만)
부모님께서드디어지난토요일서울로떠나셨습니다.이른새벽동생네가서두분을모
시고,그며칠전에도착한제부와함께공항으로향하는제마음은착잡함그자체였지요.
이별의서운함보다제마음을더구속했던건바로부모님께서느끼실후유증이었는데요.
조용히두분만지내시다가여기오셔서는한집에서복잡거렸었는데이제막상집에돌
아가심절간마냥고즈넉한그분위기를어떻게감당하실까정말걱정이많이되거든요.
당분간은(아마길어야반나절?)아마도내집에돌아온편안함을느끼실지모르겠지만그
것도만끽은커녕어정쩡한기분에,시차적응에좀얼떨떨하시다결국에는눈물로또몇
날며칠(아님한참)을지내실게뻔하니까요.
이번에새롭게,더확실하게느낀건아버지또한마음이많이약해지셔서조그만감성에
도눈물을보이신다는걸알게되었는데그전까지는당연히어머니를달래주시는분으로
만알았던아버지까지함께눈물을흘리시면이건정말큰일이지싶습니다.두분께서
한동안침울하게지내시면서괜한신경전이나벌이시지않을까도걱정스럽고요.마음이
약해졌을때에는별것아닌일에도사람이괜시리예민해지기도하니까말이지요.
떠나시기전날,제생일축하겸부모님송별회겸또제부환영식겸온가족이모두한
식당을방문해서식사도하고,생전처음이곳에서소주를주문해서(소주를마시는사람
도없지만가격이서울의10배라엄두도안내고있었는데제부가몰래주문을했지요.)
건배도하면서이별의정을나누었습니다.
식사를마친후저의아이들은늘금요일저녁에가는브레이크댄스반에가고저희나
머지가족은동생네로향했지요.제생일케익을함께먹기위해서말이죠.그곳에서도
약간은침울하고,그러나애써기쁨을표현하려는노력으로분위기가좀그랬습니다.
그래도결국에는부모님께서환한웃음을지으셨는데그이유는바로제조카들이할아
버지,할머니를위해아주멋진잠옷을선물했기때문이었지요.
늘느끼는것이지만역시여자아이들은좀더정서적이고,철도일찍드는듯(우리아들
들은물론용돈도없고늘궁핍하지만단지그문제만은아닌것같고요.마음과표현
방식이문제겠지요.)두녀석이색상도,무늬도,옷감도좋은잠옷을사왔지뭐겠어요?
그래서부모님을감동시키고기쁘게만들었답니다.우리아들들은나몰라라,용돈만
챙겨가지고갔는데말이지요.
그래도사랑은내리사랑이라고애써제어머니께서는우리아이들을위한변명을해주
셨습니다.그아이들은할머니생일선물을줬지만얘네들은그때생일선물을깜박해
서지금주는거라고말이죠.그렇담할아버지선물은어떻게되는거죠?우리아이들
이아버지께는아무선물도안드렸거든요.사실말이그렇지할머니생신도돈이없는
아들들을대신해서제가마련한거였고요.돈이있음다써버리는녀석들이라서요.ㅎ
아무튼부모님께서행복해하시니그걸로우리도행복했지만우리아이들까지자그마
한선물이라도마련해드렸다면더욱행복하셨을텐데하는안타까움은조금남아있었
답니다.케익과차를마시고이야기를나누며시간을조금보내다집에돌아오는데그
때도좀마음이싸해지면서그랬지요.그나마제남편이아마결혼후처음같기도한
데제어머니를크게얼싸안으며볼에키스를해드려서제마음이감동으로출렁거리
며위안을얻었습니다.
다음날,따라오지않아도된다는데도제부는굳이공항까지와서짐을카트에다실어
주고장인,장모님곁을지켰고,저는저대로출발예약을바꾼비용을지불하러티켓
카운터에가서절차를밟아드디어짐도부치고부모님을검색대입구까지모셔갔지요.
정이많고맘약하신우리어머니는벌써눈물을보이고계셨고,저는늘처럼굳은마음
으로의연한모습을연출하며그렇게이별의수순을끝낸다음제부와저는말없이돌
아왔습니다.
오자마자저는또바쁘게준비하고한인학교로향했는데이제얼마남지않은개교
30주년기념공연연습때문에사실공부는조금뒷전인게현실이지요.그런데다가
11월둘째주에는마리아노폴리스세젭사정으로교실을쓸수없어한인학교가수업
을또할수없다고하니연습도그렇고,그나마조금하는실질적한글,한국말수업
도걱정이되었습니다.그래서다음주에는오후2시까지수업을한다고공지는했지
만학생들에게많이미안한마음이되는것도사실이었고요.
수업을마치고,교사회의를마치고많이피곤한몸과마음을이끌고집으로돌아왔
습니다.집으로오자마자깊은잠에빠지고싶은유혹에빠졌지만또잠시부모님염
려와이런저런상념에젖어시간을좀보내다가결국에는깊고도깊은잠에곯아떨어
졌지요.깊어가는가을을더욱깊은곳으로이끄는듯한가을비와더불어말입니다.
춤연습중인우리반학생들
30주년기념행사준비로바쁜우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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