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우리나라여류작가중에서향토성짙은작품을추구했던이미고인이된박경리씨말고

그외구수하고따뜻한감성을풍기는작가하면저는완서씨가떠오릅니다.그분의책

을물론다읽어본것은아니지만여태까지접했던책을통해그분의순박한듯하면서도

서정적인,거기에이부분이제겐가장다가오는부분인데,“기교가전혀느껴지지않는

진솔한필치에깊은감동을받곤했었지요.

이책또한그분이늘보여주는잔잔한듯,애잔한듯그러면서도때론옹골지고단호한

면모가그대로드러나는작품이라고생각합니다.작가의어린시절에서부터대학시절

까지의이야기를순전히기억력에의지해써내려간자전적성장소설,그리고작가는늘

보여주던깔끔하면서도소탈한이미지대로자신의기억이완벽하지않을수도있음을독

자들에게주지시켜주는친절함까지보여주고있습니다.

본인은작가의말에서자기미화의욕구를극복하기가어려웠다고고백했지만,정작제

가보는그녀는최대한공정하고,솔직담백하게그때그때자신의눈에비친사건과인물

들을명징하게조망했다고여겨집니다.그러한시선은자신은물론,자기의핏줄에게

조차서릿발같은의연함과공정성으로무장되어있는데,바로이러한점이그녀를우리

나라에서우뚝솟은한명의작가로자리매김하게된원동력이지싶었고요.

이책을읽으면서평소느꼈던그녀의진솔한직접화법도참좋았지만,더불어시골에서

자란대부분의사람들에게서발산되는고향에대한그리움,또서정적인정서와향기를

머금은듯한은은한향취가새록새록저를고국의한자락으로이끌었고,그러므로서울

이고향인저조차도괜히그녀의고향인박적골어딘가를배회하고픈간절한소망을품

게까지만들었답니다.

그리고그녀가들려주는서울생활에등장하는사대문안과밖,그리고원남동,사직동,

돈암동등은내게도그다지낯선동네가아니었기에더욱반가운마음으로책을읽어내

려갈수가있었고요.그녀가묘사하는그어딘가를저역시내딛던경험이있었기에온

전히소설속의한동네만으로여길수없었던아련한추억까지덤으로떠올려보면서말

입니다.

이소설에는어린소녀에서부터청소년,그리고드디어는한성숙한성인의시선으로샅

샅이훑어내려간우리의근대사가고스란히펼쳐져있는데,대부분은그녀의실제경험

담과실제있었던사건을묘사하는것이니작가적양심과그간작가에게서느껴졌던면

모를바탕으로미루어짐작해보건대사실과그다지차이가없을거라고여겨집니다.

물론한개인의주관적인판단과느낌을전혀배제할순없겠지만,그래도평소그녀의

인격(?제가개인적으로그분을아는것도아니고,그저책을통해느꼈던그간의판단

이긴하지만)으로봤을때그저막연하게떠오르는그러한신뢰가아닌믿음이었고,

마저말고도이책을읽어보신분들이라면저의이러한생각에별이의없이다들동의

하실거라는믿음이또있습니다.

하지만무엇보다이소설이우리들에게말하고자하는것은그녀의냉철하고도객관적인

사실적서술만큼이제우리도예전부터현재까지여전히우리를옥죄고있는지나친과

거사와의천착을과감히끊고좀더객관적이어야할때가왔음을넌지시권고하는것은

아닐까라는생각을지울수가없었답니다.

이게무슨말이냐하면,이소설에등장하는일제시대,그리고그뒤에온사상의혼란기,

그리고또동족상잔의비극인6.25,그와중에벌어지는동족끼리,혈육끼리의처절한

사투를따라가다보면과연이즘과‘과거사청산이라는것이무슨의미일까에대해숙

고해보지않을수없게되는데,이러한사상과인물에대한우리의가치관이대책없는

혼란과갈등을몰고오기도하고,때론이러한것자체가한갓무의미한것은아닐까라

는의문점을던져주기때문입니다.

분명잘못된과거의일들을바로잡고새롭게인식함은좋은것이고,그런의미에서온고

지신이절실할수도있겠지만,쓸데없는사변으로만치우친우리의역사의식은까닥우

리들을발목잡는족쇄가될수도있음을작가는분명히경고하고있다고여겨졌는데,

이유는이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의사상이나행동에서특별히적대시,또는요주의해

야만할뚜렷한협의점(?)을발견할수가없었기때문에더욱그랬습니다.

예를들어우리가그토록죄인시하고,여전히단죄의끈을놓지못하는친일파,공산주

자로보여지는이소설에서의사람들이나행동들을보면그건살아간다는행위,또는

의불가피성의연장선위에서아무런죄의식을느낄여유조차,또는그럴필요조차없

행해지는것들이었니그러한그들을두고우리들이역사적반역,변절,전향운운하는것

이과연당한것일까에대해뭐라확고한신념이생기지않았기에더욱그러했고요.

지나간일들을두고지금왈가왈부하는것자체가잘못은아니지만우리가막상그현장

에서한명의생활인으로존재했었을때미래의역사적관()을가지고소신과양심껏

일말의꺼리낌없이단호할수있을자!과연얼마나될까를되집어본다면그토록쉽사리

자신감에사로잡힐순없을거라는게좀더진실에가깝다여겼기에또그러했습니다.

작가는우리가경계해야할그러한불필요한소모전을이쯤에서끊고,미래로의전진을

위해새로운분수령을마련하고자하는취지에서이책을쓴게아닐까라는생각을떨치

지못하면서저는이책읽기를마쳤음을고백하지않을수없습니다.우리가주로했던

절대용서할수없다!그러나잊었다!보다는“이젠그들을용서할수있다!

대잊어서는안된다!를작가는우리들에게권하고싶었던게아닐까싶은거지요.

만약그것이사실이라면,그녀의작가로서의탁월성은이제부터라도새롭게인식되어야

할것같습니다.단지원숙하고완숙한여류작가로서가아닌,시대적요구를정확히꿰

뚫은오피니언리더로서그녀를다시자리매김해야하지않을까싶네요.그리고그녀

의유연하면서도합리적인권유에저역시적극동감을표하고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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