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눈을뜨니화사한햇살이살짝뿌린비위에은빛으로곱게내려앉아있더군요.
남편은주일이면제가늘일어나는그시간에맞춰저를깨워주는데오늘도어김없이저를
깨워주긴했지만사실저는이미그전에눈이떠져있었고,화사한햇살을감지하며침대
속에서마냥게으름을피우고있다가일어나보니세상이그랬단거지요.
다른주일과달리오늘은좀여유로웠는데그이유는어제이미성당에다녀왔기에오늘은
성당에갈필요가없고,그래서성당갈준비로바쁠이유가없어서였답니다.보통일요일
미사를보지만어제는5년전세상을떠난이모기일로특전미사를봤거든요.어머니와
동생,그리고막내조카와함께비가잔잔히뿌리는어제저녁,이모를기억하며위령미사
를드리고왔습니다.
그래서오늘아침커피를마시며모처럼한가롭게남편과함께시간을보내다가이렇게좋
은날집에우두커니있는게아까워서어디라도다녀올궁리를하다보니갑자기좋은생
각이떠올랐습니다.오늘같이화창하고서늘한날,공원에가서책을읽으면아주딱!일
것같단게바로그거였는데남편도저의이런생각에적극찬성하여우리는서둘러외출
준비를했지요.
얼마전한국방문에서돌아오면서사온책중에서제가아직까지는제일마음에드는책으
로아끼는알랭드보통의“여행의기술”이란책을이번휴가때읽으면서남편도이책을
읽으면참좋아하겠다싶어남편에게한번읽어보라고권했었는데,남편은이참에서점에
가서사가지고공원에가읽겠다면서책방을들러가자고하는겁니다.이미혼자서점에
가뒤져봤지만못찾았었는데혹시나반신반의하면서도그래도행운을믿어보겠다면서말
이지요.
그래서우리는먼저책방에들렀었는데너무도다행스럽게그책방에서우리는원하는그
책을불어본으로발견할수있었습니다.기쁜마음으로책방을나오다가우리는또전에
잠시살았었던그곳을잠시산책하기로했고,베이커리에들러빵도사고,장이열린곳에
서과일과야채도사고,또근처지역도서실에들러시설도구경하는등시간을조금보내
다가드디어오늘의주된목적지인공원으로향했답니다.
남편이혼자였을때주로책을읽기위해자주찾았었다는그공원은예전시댁이있던그
동네,즉프랑스계사람들이주로모여산다는“우트르–몽”에위치한공원인데,그공원에
는세계제2차대전에참전했던캐나다군인들,또부상을당했었거나사망했던군인들의
이름을다새겨놓은기념비가있었습니다.
그리고분수대에서뿜어나오는시원한물줄기가주변의정적을다소완화하면서참아늑
하고도편안한분위기를자아내는그런곳이었지요.물론이곳을처음가본것은아니지
만특히오늘처럼화창하면서도선선한기운이감도는날에는책읽기아니면그저가만히
벤치에앉아오가는사람을구경하거나조용히생각에잠기기에더할나위없이좋은곳이
분명하다여겨질만큼평화로운곳이었습니다.
갈매기가조용히물살을가르며유영하다,또물밖으로나와먹이를찾다하면서공원을
찾은이들에게볼거리를제공하고있다고저는여겼지만어쩜그장면은이곳을자주찾는
이들에게는너무도흔한일이라아무도신경쓰지않을지도모를일이긴하단생각이곧
뒤따르더군요.그밖에도귀여운아이들을데리고산책나온부모,그들과함께나온강아
지,또는개들까지모두한편의온순하면서도바람직한장면을연출하고있다보여졌는데,
이또한그렇게보려고했던제마음의결과일뿐일수도있겠고요.
아무튼저는그광경에서기쁨이저밑에서부터올라오는감흥에자못가벼운흥분까지느
끼며새삼제가살아있다는것이큰축복이라는센티멘탈리즘까지경험했던게사실이랍
니다.또한이시간이그대로저의기억의한켠에자리잡을것의심하지않았고,더불어
오래도록기억될수있기를소망했고요.
책을읽다,오가는이들을구경하다어디에선가한여인의큰목소리가들려와고개를돌
려보니삐에로분장을한한여성이아이들몇명을데리고공원안으로들어와자리를잡
으며아이들과놀이를시작하는겁니다.아이들중아마도누군가가생일을맞아생일잔치
를벌이는듯싶은데,그녀는예전에저도해봤던앉아서하는술래잡기를아이들에게설명
해주곤아이들에게놀이를시키더군요.
잠시그광경을구경하면서,또양해를구하고사진을찍으면서아이들한명한명의표정
을살펴보니어쩜어린아이들의표정과몸짓이그렇게다들특색이있는지말이지요.그
저어린아이들이라다귀엽다!라는한마디로는부족한그무엇인가가각각의아이들에
게다른개성을부여하고있었습니다.그아이들을보면서어느새다커버린우리아이들
의어린시절이오버랩되면서또한번센티멘탈한기분에빠지게되었지요.
사람의느낌이란환경의영향을받고,지극히가변적이라는것은익히알고있었지만왜
하필오늘따라저의마음은이리도예민했었는지이글을쓰고있는지금까지도저는여전
히잘모르겠는데요.아마도제가읽고있는이책“여행의기술”로부터의영향도어느정
도있을수있겠고,또어쩜모처럼느긋한마음으로햇살속에서여유를,독서를즐기고
있다는감상때문일수도있었겠지만분명한것은참으로그윽한행복감에쌓여있었다는
거랍니다.
남편과그공원을떠나또다른공원에서벌어지는인형극을구경하고,반짝이는공기의입
자를통해비취는나아닌다른이들의행복또한구경하면서,한유명하다는베트남국수
집에서쌀쌀한기운을덥혀줄따끈따끈한국수를후르륵들이킬때까지그행복감은계속
되었지요.그리고행복감에포만감까지더해져집으로돌아오면서는드디어따사한햇살
이저의눈까풀을무겁게만들어버렸고말이지요.
이또한느긋함과상큼한기운이합작하여저를그리만들었던게아닐까싶네요.그만큼
저의마음은무한정이유모를행복감에도취되어있었던게아닐까싶은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