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제게나름뜻깊은날이었지요.캐나다로이민온지거의만7년째인데,몇년전에
신청한시민권을받은날이니까요.예정대로라면조금일찍받아야하는거였지만,제가작
년한국방문하는일로시민권시험을제때(?)에못봐서한번연기한후시험을봤고,그결
과어제서야시민권을받게된것인데사실종이한장에이름이적혀있고,달랑별로특별할
것도없는카드(영주권보다훨씬못한)하나뿐이지만나름감개가무량하더군요.
우연인지무슨연유인지저는번호가제일앞이라앞자리에앉아식이행해지기를기다리고
있었는데어떤이들은캐나다사람이된다는감격에겨워서인지아님그저기념으로간직하려
는건지앞에나와캐나다국기를배경으로,또시민권이라는글자가선명히찍혀있는단상을
배경으로열심히사진들을찍더라고요.하지만저는남의사진은잘찍어도본인사진은거의
찍지않는평소대로그냥맹숭맹숭자리만지켰답니다.아들과함께말이지요.ㅎㅎ
그런데,참그전에식이시작하는곳을찾아주차할곳을찾던중에사소한사건하나가있었
는데요.행사가벌어지는곳에서도한참떨어진상가에차를세워두고황급히식장으로가려
고하는데경비차림의여자가저와또한쌍의식참석자(한눈에척봐도그들역시저같은
이민자로시민권을받으러왔든지,아님축하해주러온사람임을알아볼수있었으니까요)를
부르더니상가에볼일이있어온게아니고식에참석하러온사람들이면,즉시차를견인해
가겠다는겁니다.
그들은눈치를보고,저는그여자에게그럼식에는참석해야하는데주차할곳을못찾아여
기까지온마당에어떻게해야하겠느냐고했더니그건당신사정이고,아무튼그쪽(식장)으
로가는걸보는즉시자기는견인차를부르겠다고막무가내로얘기하더군요.그래서제가
지금당신은당신이해야하는일을하고있는줄은잘알지만,지금시간은아침중에서도아
주이른때(오전8시30분)이고,주차장은텅비워있으니좀봐달라고했지요.
하지만제가워낙고지식과라말하는중언성이좋게만나간건아니었는데,제옆에있던한
쌍중남자가불어(저는영어로말했는데)로그럼잠깐상가에들어갔다가면되겠느냐고했
더니그여자가약간얼버무리면서“뭐그런다면이야…”하면서그렇게하면봐줄듯말듯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저도그들을따라상가중한가게로들어갔는데그래도혹시또몰라서저는뭔가를
사려고했지만캐쉬어는한명인데기다리는사람이서,너명이되다보니식에늦을까걱정
이되어나오려다가막물건을구입하고계산을마친여자에게혹시필요하지않으면영수증
을줄수있겠느냐고물었습니다.왜그러냐고그녀가의아해하기에설명을했더니순순히
영수증을내주더군요.(이곳사람들도대부분다싫어하는유태인여자로보였습니다만…ㅎ)
아무튼그렇게영수증을받아들고가게에서나와식장으로총총걸음을옮겼답니다.
그리고마침내식장에도착해좀기다리다가식이진행되는동안내내혹시차가견인되지
않았을까불안한마음을진정하기어려웠는데,식을진행하는판사께서연세도지긋하시고,
덕담도많이주시는등훌륭하게식을진행시키고계셨지만걱정때문에완전히집중하기도,
캐나다시민이되었다라는걸실감할마음의여유가전혀생기지않았던게사실이었습니다.
그저빨리끝나주차장에갔을때차가온전히제자리에있기만을기도하면서애꿎게판사님
이원망스러워지기까지하더라고요.뭔말씀이저리도많담!하면서말입니다.
결국식이끝나고시민권종이를손에쥐곤거의뛰다시피주차장에가봤더니휴!~다행스럽
게도제차는제가세워놓은그자리에아주얌전히놓여있더군요.그여자가그야말로겁
만준건지아무튼아무일이없었다는것에한시름을놓았답니다.그리고그제서야시민권
을받았다는걸실감하면서제정신을되찾을수있었지요.
그렇게이른아침부터한바탕난리부루스를추는등바빴던그날,저녁에는또한국에서“올
해의최우수예술가”에선정되는등독립영화의기수이자유럽에서영화작가로정평이높다
는전수일감독의북미주7개주요대도시순방회고전을구경하기위해이곳몬트리얼에
있는“시네마테크퀘벡쿠아즈”를방문했습니다.전수일감독의회고전은11월26일부터시
작되었는데북미7도시중몬트리얼이그여정의첫문을열었고,어제는폐막식겸영화상
영마지막날이었던거였습니다.
몬트리얼에7년동안살면서처음방문해본그곳은퀘벡의영상관련기록과문화가고스란
히간직된뜻깊은곳이고동시에퀘벡을빛낸예술가들을소개하는자료들도많았지만일일
히다구경하진못했고,대신다음기회에꼭다시방문해야지결심하곤실내에만있기엔답답
하다는남편을따라밖으로나왔지요.그리고약간쌀쌀한생–드니의거리를걸으며이미크
리스마스분위기로흠뻑들떠있는곳곳을구경했습니다.
약간의산책을마친후다시극장으로돌아와영화가상영되기전까지감독님을비롯한이번
행사를주관한시네아지의이미정대표,멀리오타와대사관에서오신박영국공사참사관님,
이곳몬트리얼지역신문에여행컬럼을연재중이신이영민님과사모님등여러분들과담소
를나누는시간을또가졌지요.그리고조금후에는몬트리얼문학회같은회원이시자이곳
세젭에서심리학을강의하시는박소자교수님과부군께서도참석하시어반가운인사를또나
누고많은대화도나누었고요.
드디어영화를감상하기위해우리모두는자리를잡고앉아영화가시작되기를기다렸는데,
어찌된일인지(어쩜당연하달수도있겠지만)관객으로오신분들중에는한국분들보다현지
캐나다분들이더많아보였습니다.그중에는특히우리영화에관심이많은젊은이들도많
이눈에뜨였는데아니나다를까영화상영후있었던감독과의대화시간에보니영화에대
한질문이많이쏟아져나오더군요.
본영화(“검은땅의소녀와”라는제목의)가시작되기전에는단편영화가또한편소개되었
는데,아무런대사없이그저몸동작만으로의미를전달하는형식으로우리삶의윤회를약
간독특하면서도강렬한이미지로보여주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