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레옹’이라는영화를또보았습니다.
아마지금까지대여섯번은본듯한데요.그런데신기한건볼때마다또새롭다는겁니다.
시간이흐르면서저안의감성도정도가달라지나봅니다.나이가들어갈수록모든게가슴에깊이
박히는것같거든요.그래서어릴땐이해못했던나이드신분들의조금은어린애같기도한모습
이지금에와선다이해가되면서나역시그렇게돼갈것이약간은두려워도하게되는것같습니다.
‘레옹’은그저자기일밖엔할줄아는게없는사람입니다.’전문킬러’가그의직업이고,우유만
마시는그런사람입니다.그는미국으로이민온사람으로,미국에서도시끌버쩍한뉴욕에서지내고
있습니다.그는사랑했던여자에게모든걸다주었던경험은있지만뉴욕으로와서부턴그저일만
하는그런사람이고,생에큰애착이나고민도없어보이는그런생활을계속해나갑니다.
아직영어읽기도못배웠고단순하고조금은무지한면까지있는그가어느날이웃에있는아이를
알게되고,그녀의삶에개입하게되면서겉으로는그저평범하고무료하게보이던그의삶이졸지에
거대한바다에서일순정체를드러내는잠수함처럼수면에드러나게됩니다.
그어린여자아이의이름은마틸다로아버지가마약에연루되어경찰에쫓기다그녀가장보러다녀온
사이온가족이무참히경찰에의해희생되는걸레옹은목격하게되고,앞집에있는레옹의집방문
을두드리는그녀를그는외면못하고들이게되지요.그러면서평소무심했던그답지않게마틸다
에게위로를하기도하고그녀를돌보면서,그녀에대한애정이싹트게됩니다.
마틸다는아버지,새엄마,의붓언니에대해선슬픔도느끼지못할만큼감정이메말라있었고,남다
른부모탓으로어린나이에일찍세상을알게되고거짓말도밥먹듯하는아이지만,어린동생에대
해서만큼은복수를결심하기도하는등일면착한듯여린면과철들고강인한면모를동시에가지고
있는그런아이였습니다.
레옹역시처음엔그아이를내보내려하고자기생에방해가되는걸꺼려했지만,재치있고귀여운
마틸다에게점점빠져드는자신을발견하고그아이로인해다시사랑을알게되고,결국은그아이를
위해위험도불사하게됩니다.
철저한프로가사랑에눈떠자신의유명세를일격에날려버리는설정이조금은통속적인것같기도
하지만,거기엔이해가될만한뭔가가있습니다.그에겐생에대한희망이나기대가없을만큼하루
하루가고통의연속이었고,마음놓고잘수조차없는자신의삶에대한회한도있었던거지요.그러
던그에게마틸다는짧은순간이나마생에대한환희와의미를알려준존재였고,그런그녀를위해아
낌없이모든걸던져버릴줄아는용기가그에겐있었던겁니다.
마틸다를위해그는끝까지싸우다결국스탠이라는경찰에게죽음을당하지만,마지막순간에서도그
는그녀를위해함께자폭하는,그런철저한승부사의모습을보여줍니다.그러면서역시세상은권
선징악의논리대로공정하게가고있다는걸영화는말하고자했다고,레옹과마틸다의세계가온전히
내면의순수를지켜나가는것이라면,스탠이라는부패한경찰은선의가호자의탈을쓴악의화신의
모습을보여주며인간이어디까지추락할수있는지여실히드러내보이고있다고여겨졌지요.
스탠을연기한게리올드먼의놀랍도록실감나는연기력에온몸이소름이돗는듯한느낌을받았고,
무덤덤한표정연기를펼친장르노에게선저렇게힘을빼고도훌륭한연기를선보일수있는거구나
라는새로운발견을,또깜찍하게마틸다를연기한나탈리포트만의어렸던모습에서간간히현재의
그녀모습을엿보기도했던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영화가다끝난후에도잔잔하게,그러면서도뇌리에깊이박혀있는레옹의모습이오랫동안
떠나지않았습니다.그건아마도그에게서약기만한현대인에서발견할수없는순수함을보아서인
것같은데,그런사랑을하고떠난사람은죽어서도후회가없을거라는부러움이있어서가아닐까싶
네요.
시끄러운액션도있지만그것보단사람의마음을촉촉히적시는휴머닉드라마로이영화를추천하고
싶습니다.인생이란계획될수도있겠지만그것보단알수없는예측불허함으로이루어질수도있음
을,그걸로단한번의깊은사랑을경험하고,편하고홀가분한마음으로이세상을뜰수도있단걸
깨달게해준그런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