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실천적 삶을 보여주셨던 법정 스님의 입적소식을 듣고…

언행이일치했던몇안되는훌륭한분들중한분이셨던법정스님께서몇년동안의투병생활

끝에결국입적하셨다는걸늘그렇듯한국시간보다몇시간뒤늦게서야기사를통해알게되

었다.그리고그분이남기셨다는이야기들을쭉읽어내려가면서,또그분의삶과사상의족

적을살핀여러기사들을꼼꼼히읽어가면서,새삼그분의거대한,그러면서도한편으론한

없이소박던실천적삶을다시금되돌아볼기회를가질수있었다.

아울러무릇모든인간에게언젠가는찾아오는이승과의이별을평소의처신답게고고하게준

비하신듯보이는그분의사려깊음과끝까지지켜낸맑은영혼이글속에서여실히느껴져기

사를읽으면서흐르는눈물을주체할수가없었음을고백해야겠다.

만남이있으면언젠가는헤어짐이있다는것을우리들은모두머리로는너무도잘알고있지만

간혹가슴으로는받아들이기가벅차다못해때론일면식없는이들의죽음앞에서조차애끓는

심정이되기도하는데,오늘이바로내겐그런날이었고,유난히내가슴을파고드는그슬픔의

근원에대해나는한동안또깊은사색에빠지고말았다.

그연유를조근조근따지고보자면,아마도첫번째로는평소그분에게서느껴졌던청정한듯

단아한모습을사진으로나마더이상바라볼수없게되었다는것과그분의인품에서나글에

서풍기는고매한향기를더이상은맡을수가없게되었다라는슬픔이나를지배해서일터이

,두번째로는세상에만연하는혼돈과무질서에대해선명징하고도날카로운각성의촉구와

질책으로,그리고세상의아름다움과삶의신비에대해선은은하고도해맑은은유와사색으로

들려주실또한분의거목이사라졌다는것에대한안타까때문일것이고,세번째로는그분

의실천적삶을향한무한한존경심이이제는방향을잃고들릴터이니이를잡아줄그무언

가를아직발견하지못한자의불안감이자리해서가아닐까한다.그외에도여러가지를또생

각해볼수있겠지만일단막떠오르는생각들은이와같다.

그분의일생은청빈함으로많은것을놓는실천적삶이었기에,그리고또자신의사상을이해

하기쉽도록명료하게,그러면서도품격높은향기를내는말과글로들려주고,보여주는것

로지금까지이어져왔기에특히많은이들의가슴속에언행일치라는큰깨우침을남겨주

떠나신거라고생각된다.당신의그말씀처럼본질을망각하지않고관념적이고도형식적이며

맹목적인수도생활에용해되지않았던삶,바로그것을우리들에게보여주셨다는.

나또한그분의그러한삶에조금이나마자극받아하나의자그마한실천이라도행하려고애

썼다고말할수있겠고,그분의이러한삶자체가바로많은이에게하나의가르침이자본보기

였기에오늘벅차오르는슬픔과격정을가누기가힘든것이다.더불어이제는과연누구를

러르면서세상의혼탁함에서살아남아야할는지그게무척이나걱정스러워지는것이다.

그리고다른많은말씀도가슴에와닿았지만특히나작금의현실은정보과잉의시대로우리들

은삶을돌아볼여유를빼앗기고있는데,행복해지려면적게보고적게듣고필요한말만하면서

단순하고간소하게살아가는자세를가져야하고,모든것이넘치는세상에서휩쓸리지않고자

주적인삶을살아가려고한다면역시이런자세를견지해야한다는말씀은내가슴저깊은곳에

소중히간직하게될금언이되었다.

그밖에그분의삶을되새기고,깨우쳐보자는의미에서법정스님이남기신주요어록을정리한

기사에서발췌한그분의주옥같은말씀들을여기에소개하면서다시한번고인께삼가명복을

빈다.

우리는필요에의해서물건을갖지만,때로는그물건때문에마음을쓰게된다.따라서무엇인가를갖는다는것은다른한편무엇인가에얽매이는것,그러므로많이갖고있다는것은그만큼많이얽혀있다는뜻이다.(’무소유’중)

우리곁에서꽃이피어난다는것은얼마나놀라운생명의신비인가.곱고향기로운우주가문을열고있는것이다.잠잠하던숲에서새들이맑은목청으로노래하는것은우리들삶에물기를보태주는가락이다.(’산방한담’중)

빈마음,그것을무심이라고한다.빈마음이곧우리들의본마음이다.무엇인가채워져있으면본마음이아니다.텅비우고있어야거기울림이있다.울림이있어야삶이신선하고활기있는것이다.(’물소리바람소리’중)

삶은소유물이아니라순간순간의있음이다.영원한것이어디있는가.모두가한때일뿐,그러나그한때를최선을다해최대한으로살수있어야한다.삶은놀라운신비요,아름다움이다.(’버리고떠나기’중)

사람은본질적으로홀로일수밖에없는존재다.홀로사는사람들은진흙에더럽혀지지않는연꽃처럼살려고한다.홀로있다는것은물들지않고순진무구하고자유롭고전체적이고부서지지않음이다.(’홀로사는즐거움’중)

무소유란아무것도갖지않는다는것이아니라불필요한것을갖지않는다는뜻이다.우리가선택한맑은가난은부보다훨씬값지고고귀한것이다.(’산에는꽃이피네’중)

나는누구인가.스스로물으라.자신의속얼굴이드러나보일때까지묻고묻고물어야한다.건성으로묻지말고목소리속의목소리로귀속의귀에대고간절하게물어야한다.해답은그물음속에있다.(’산에는꽃이피네’중)

내소망은단순하게사는일이다.그리고평범하게사는일이다.느낌과의지대로자연스럽게살고싶다.그누구도,내삶을대신해서살아줄수없다.나는나답게살고싶다.(’오두막편지’중)

우리가지금이순간전존재를기울여누군가를사랑하고있다면이다음에는더욱많은이웃들을사랑할수있다.다음순간은지금이순간에서태어나기때문이다.지금이바로이때이지시절이따로있는것이아니다.(’봄여름가을겨울’중)

길상사가가난한절이되었으면합니다.요즘은어떤절이나교회를물을것없이신앙인의분수를망각한채호사스럽게치장하고흥청거리는것이이시대의유행처럼되고있는현실입니다.풍요속에서는사람이병들기쉽지만맑은가난은우리에게마음의평화를이루게하고올바른정신을지니게합니다.이길상사가가난한절이면서맑고향기로운도량이되었으면합니다.불자들만이아니라누구나부담없이드나들면서마음의평안과삶의지혜를나눌수있었으면합니다.(1997년12월14길상사창건법문중)

삶의순간순간이아름다운마무리이며새로운시작이어야한다.아름다운마무리는지나간모든순간들과기꺼이작별하고아직오지않은순간들에대해서는미지그대로열어둔채지금이순간을받아들이는일이다.아름다운마무리는낡은생각,낡은습관을미련없이떨쳐버리고새로운존재로거듭나는것이다.그러므로아름다운마무리는끝이아니라새로운시작이다.(’아름다운마무리’중)

행복할때는행복에매달리지말라.불행할때는이를피하려고하지말고그냥받아들이라.그러면서자신의삶을순간순간지켜보라.맑은정신으로지켜보라.(’아름다운마무리’중)

모든것을소유하고자하는사람은어떤것도소유하지않아야한다.모든것이되고자하는사람은어떤것도되지않아야한다.모든것을가지려면어떤것도필요도함없이그것을가져야한다.버렸더라도버렸다는관념에서조차벗어나라.선한일을했다고해서그일에묶여있지말라.바람이나뭇가지를스치고지나가듯그렇게지나가라.(’일기일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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