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제목을붙인이유는사실호메로스가쓴“일리아드”에나오는트로이라는나라와그
유명한트로이전쟁,그리고또트로이의목마이야기는신화일수도있고,또사실일수
도있는,다시말해아직까지는역사적으로확실히규명되지않은이야기이기때문이다.
(한고고학자에의해트로이였다고추정되는유적지가발견된것은사실이지만그래도아
직확실하게트로이라는나라가존재했었다는증거는없다고봐야하기에)
하지만진위여부를떠나실제로영화를보다보면거대하고도대서사적인트로이에얽힌
사연들은우리들의심장을오그라들게만들기도하고,스케일큰한편의역사를,또인간
들의이야기를너무도절묘하게잘담아내고있는영화의한장면,한장면에나도모르게
감탄을하면서빠른날숨과들숨사이에서고통비슷한쾌락을느끼고있는자신을발견하
게만들기도한다.
이영화는트로이라는나라의성립배경이나융성함보다는그나라의둘째왕자가스파르타
의왕의아내인헬렌과사랑에빠져그녀를조국트로이로데리고오면서,그결과벌어지게
되는트로이와그리스연합군과의지난했던전쟁,즉트로이전쟁에포커스를맞추되,거기
에연루되는인물들의면면또한소홀히하지않은일종의전쟁드라마라고할수있겠다.
또한이영화는전쟁을말하고있되,우리인간의근원적질문과철학에바탕을둔자못의
미심장한대사가우리들의정곡을찔러댄다는점에서전쟁영화라기보다는오히려드라마
에더가깝다고볼수있지않을까라는게나의개인적견해다.
먼저영화에서가장부각되는두인물을꼽자면단연무적의“아킬레스”와트로이의첫째
왕자“헥터”인데,이둘은트로이전쟁의중심에우뚝서있으면서쿨~한남자의전형을
보여준다.자신의의지대로살아가는쾌남아가아킬레스라면,자신의의지보다는도덕과
명분에기꺼이자신을내어놓는좀더사려깊고책임감넘치는인물은헥터라고볼수있
지싶은데,이둘중누가더멋진인간일것인가라는질문에는내자신이사람이다!라고
딱부러지게말할자신이없다.
그외각각의이해타산에따라전쟁에참가하는각국의왕,그들사이를중재하는타협자
의모습으로서의오디세우스(그는또한지략의대가로트로이가붕괴하는데일조를하게
만든트로이의목마를고안해낸인물인데,영화내내보여지는모습에서는호감형이지만
한나라를흔적도없이사라지게한걸로봐서는정반대의평가도가능한,다시말해논쟁
의중심에충분히설만한인물이다.),아킬레스곁에서그를자극하기도하고,위로하기도
하는브리세스라는이름의신앙심깊은여사제등많은인물들이등장하여그때나지금이
나인간들의이야기에서빼놓을수없는사랑과배신,복수와관용,도리와명분,권력과
공명심에대한자가당착적과욕과그허망한결과등을때론대범하게,때론농밀하고도
뼈아프게보여주고있다.
굳이영화의근간이되는트로이전쟁의모티브를찾자면그건파리스와헬렌의사랑이겠
지만이건어디까지나영화의대사에도나오는하나의핑계이자구실거리일뿐이고,진실
은바로인간들의처절한욕망(사랑도그중하나가되겠고,역사가되풀이하여보여주는
건가진것에만족할줄모르는끊임없는과욕)과그걸둘러싼권모술수,거기에얄꿎게찾
아든운명이라는불청객이아닐까싶다.
그러므로영화와더불어우리들은옛것으로부터오늘날우리에게유용한교훈을배워서
깨달을수있으리라여겨지는데,인간의역사란어쩜다아는것들임에도늘잊고,똑같은
잘못과후회를되풀이하는과정의연속으로원래운명지어진것일지도모르겠다라는걸
또상기해볼때그효용에대해서는그다지희망적이지않은게사실이다.그건한개인
에서부터한국가,전인류의역사에서도이러한되풀이되는과실과착오가쉽사리발견된
다는점에서그러한것인데나의이런생각은지나친것이다!라고내게항변을하실분이
어디계실는지그건잘모르겠다.
사족으로,영화가던지는주제의무거움과는달리영화에등장하는훈남들의멋진모습이
나볼거리풍부하게제작된고대의의상,그리고배경이되는세트,그밖에다양한눈요기
로즐거움을느꼈던것도사실인데,한편으론당황스럽기도하면서머리와가슴이따로
노는내자신이미워졌다는것!과
거기에하나더,여자인내가왜이런전쟁영화를보면서가슴이마구뛰기도하고,피가
끓는것같기도한감성을느끼는건지그걸잘모르겠다는것!나의정체성이의심되는
그런순간이분명존재했었다!는걸짚고넘어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