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8코스를 거꾸로 걷다가 생긴 일 外
BY sophia7903 ON 1. 22, 2011
이건돈을넣고고기를구워먹을수있는불판인데내생전이런불판은또첨봤답니다.^^
어제는모처럼햇살이가득하면서마치봄향기가사방에미세하게퍼져나가는듯한착각을
불러일으켰던,출발은매우순조로웠던하루였지요.그래서지난주말사나운눈발때문에
숙소근처산책을중간에서포기해야했던남편은오랜만에맞는따뜻한햇볕을즐기고픈
욕망을역력히드러내면서아침일찍부터심적으로무척이나분주해보였기에그에호응하
느라저역시도아침일찍서두른덕분에우린이른외출을감행할수있었답니다.
우리의일정은올레길8코스였는데,그날우리는다른때와는좀다르게코스가끝나는지
점인대평포구까지우리차를타고가서그곳에서코스를거꾸로시작해걷다가지난번포
기했었던“주상절리”에서일정을마친다음,택시를타고우리차가있는곳으로돌아가“오
설록차뮤지엄”을방문하기로그렇게결정을했습니다.
해서,우린그곳에도착한후봄의기운을마구뿜어대고있는대지와바다의정취를흠뻑느
끼며걷기를시작했지요.날씨도도와주고거기에코스의난이도까지우릴도와어찌나걷기
가편안한지더이상좋을수없는데다가금상첨화로저멀리한라산정상이선명하게보이는
뜻밖의보너스까지누리게되니‘날이면날마다제발오늘만같길!~’이란소리가절로나오면
서아주느긋하고도평온한시간을만끽하게되었답니다.
그렇게가길얼마,저멀리주상절리비스무레한절벽은보이는데도무지가야할길은보이
지않는게아니겠어요?그런데저쪽으로부터이쪽으로사람들은계속오고있으니분명길
이있긴있을터인데,그길은과연어디에있는것일까?뭐이런생각을하면서우린가던
길을계속걸었습니다.
그러다드디어길이끝나보이는그지점에숨겨져있는길을발견하게됐지요.일명“해병
대길”이라고우리의해병대군인아저씨들이올레꾼들을위해만들었다는그impossible
해보이는길의정체는다름아닌바위길(?)이었습니다.바로절벽아래바위를놓아사람들
이나다닐수있는길을마련한것인데,앞장섰던제뒤로남편이“울랄라~어떻게여길걸
어가지?”하면서투덜투덜대는덕(?)에전가뜩이나위험해보이는바위위에서분심이생기
고더불안해졌던거있죠?
그리고마침내그난코스가끝났을때이번엔또남편이허리부터다리의근육이아프다며좀
쉬었다가자고또징징대길래우린앞에펼쳐진모래해변의한바위를의자삼아자리를잡았
습니다.그런데아니이게왠횡재(?)랍니까?아글쎄우리앞을방금지나던일행중한남
자분이졸지에옷을훌러덩다벗더니바닷물속으로뛰어드는거아니겠어요?불과저희들
이앉아있는곳으로부터한오십미터정도떨어진곳에서그분은“대낮의나체쇼”라는퍼포
먼스를행했던거지요.
너무나갑작스럽게벌어진일이었지만늘주머니에디카를넣고다니는저와남편은열심히
(?)그광경을카메라에담았습니다.그리고전사진으로몇장,또동영상으로얼마동안을
다양하게(?)담았는데그렇다고뭐특별히어쩌려는건아니었지만이좋은(?)구경거리를그
냥놓칠순없을것같단생각에일단담고봤던거구요.
그것에더해또앞바다에선멋진배한척과제트보트가멋진광경을연출하고있었고,햇살
을받은바다는은빛으로완전반짝이며정갈하면서도신비스러운분위기를자아내고있었고
말입니다.그야말로<환상적인어느날오후>라는제목이딱!일만큼충분히이색적이고도
청량감물씬풍기는장관이아닐수없었지요.
그런데인간은진정멋지고감동적인장면만으론배를불릴수없는것인지남편이이번에는
또배가고프다면서더이상걷기가힘들다네요.ㅎ배가많이고프냐고했더니벌써두시
간전부터배가고팠다면서우리가작정했던“주상절리”까지아무래도못갈것같다는뉘앙
스를제게은근슬쩍,그러나듬뿍쏘아대는겁니다.
어쩌겠어요.할수없이거기서포기하고택시를잡아타곤우리차가있는대평포구로돌아
올수밖에요.다행히택시는고생별로안하고빨리잡아탔는데,문제라면문제는택시가
우릴포구에내려주고떠난다음이젠밥먹을곳만찾으면되겠네~하던중뭔가소중한것
이내게서사라졌다는사실을제가발견했고,그건바로나의자켓오른쪽주머니에있던나
의보물디카였다는그사실이었던거지요.오호통재라~우째우째!오늘내가공들여찍은
그사진들,그중에서도일생한번갖게될까말까한<한남자의대낮나체쇼>의적나라한
그현장사진들하며고생스러웠지만평생의추억으로간직될만한바위길의그추억이다
날아가버렸으니이를어쩐다말인가?하면서정말순간눈물이핑!돌았습니다!
조기보이는무리의사람들중에퍼포먼스를벌인분이계신다는…ㅎ
청록빛맑은바다가가슴을훤히트이게해주었습니다.
중문해수욕장의모습
하지만아무리큰상심도여지없이무너뜨리는,아니일으켜세운일(?)이또벌어졌으니,그
건다름아닌바로우연히방문했던한식당에서의기가막힌점심식사라고이름붙여질훌륭
한점심이었던거지요.다른회는너무비싸기도했지만,지난번에먹어본갈치회가워낙맛
있던기억이떠올라우린갈치정식을주문했는데지난번그식당보다이곳의갈치는더욱싱
싱하면서도뭐랄까,갈치조림의간도적절했고갈치구이도적당하게구워졌고,그밖에반찬
까지도아주맛있었습니다.그러니또저는금방헤헤~하면서소중한디카를잃은기억은
이미저멀리로사라져버렸다는….정말이럴땐제기억력이저질이라는게얼마나고마운
지말입니다.^^거기에일종의백업으로남편이찍은사진은그나마남아있었으니그또한
저를달래주었던한요소였던게맞고요.
식후마시는커피까지맛났던그집을나오면서이미제손에는남편의디카가제것인마냥
들려져있었고,우린아주흐뭇한마음으로“오설록차뮤지엄”으로향했습니다.여전히따
끈따끈한햇살을만끽하면서말이지요.그렇게가길한15분,아무것도없는곳처럼보이
던곳에졸지에사람들이바글바글하고차들또한버글버글한광경을보면서우린마침내목
적지에도착했음을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