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감상한후이영화는관객의반응이똑부러질것같은예감을받으며극장문을
나섰다.그리고참난해한영화라고평하는이들이많을것같단느낌에사로잡혔었다.나
역시영화가말하고자하는바를영화종영후바로정리할수없었기에영화에대한느낌을
천천히곰씹어보기로작정했었다.그런데아니나다를까,영화에관한썰(?)이다양하단
걸이영화의주인공인나탈리포트만이이번아카데미시상에서여우주연상을수상한걸
계기로여기저기서듣고보게되었다.
먼저이영화는감독스스로가밝혔듯,극본이써지기도전부터시작돼10년에걸쳐감독과
주연배우가함께발레댄서에관한이야기를나눈그결과물이다.그래서주연니나역을
맡았던나탈리포트만은충분히준비된모습으로영화에임할수있었고,또그녀와그녀
의라이벌로나오는밀라커니스(배역은릴리)는영화촬영이시작되기6개월전부터발레
트레이닝을받는등각고의노력을쏟은결과,영화속장면대부분은대역없이그녀들
이직접해낸것이라고한다.그리고내가보기에그녀들의노력은지극히자연스러운
장면으로연결되었다고여겨진다.
그밖에도그녀들은날렵한발레리나의몸매를만들기위해서극심한다이어트와체중감
량을단행했고,그결과영화속의그녀들은바싹마른몸매의실제발레리나처럼보였으며,
특히주인공니나역의나탈리포트만은어설프게흉내만내는배우를지양해자신이맡은
배역에전격올인완전빙의한,맞춤형배우라는찬사를듣게되었다.또한그녀는연기
력도연기력이지만하나하나의몸짓과표정에서극심한스트레스에시달리는히어로인
의고뇌와섬세함이그대로묻어나오는투혼을발휘했다.
그러니그녀가이영화로자신의영화이력에하나의큰획을그은것,이번아카데미시상식
에서주연여우상을수상한것에이의를다는이들은아마도별로없지않을까란생각을또
해보게된다.그리고지난번멋진악역(영화배트맨의조커역)을소화해놓고훌쩍세상을
뜬레저헤스가갑자기떠오르면서왠지불길한느낌에잠시휩싸이게도된다.내가이러한
감상에휩싸이는것은이영화의하나의주제가‘도플갱어’라는점에서도더욱그런느낌을
부추기는게사실이다.완전몰입해“블랙스완”을연기했던나탈리포트만이혹여괴로움
을겪지않을까걱정이되는거였다.
그렇다.이영화는우리안에존재하는또하나의나의모습을다룬영화이고,보는이
에따라다소허탈할수도,또심오한주제의식에골머리가터질수도있는,호불호의
극명한선택을강요하는많이난해한영화이다.그만큼이영화는다양한담론을이끌어
내고,수십가지의썰을생산해낼수있기에충분해보인다.
우선허탈한반응을보일사람들은영화의마지막장면,바로<백조의호수>의주인공니나
가공연을멋지게마친후피를흘리며매트리스에누워있는장면으로영화가끝나는걸도
무지이해할수없다는걸로입을맞출듯하다.나역시약간은그장면이헷갈리기도했고,
허탈하기도했었으니까….
지금에서야나는감독이그것외에어떤엔딩씬을마련할수있었겠나~라는공감을갖고
있긴하지만뭐든명확한걸좋아하고,아귀가맞아떨어져야직성이풀리는사람들은그런
반응을보일거라는것,특히나성격급한사람들은눈에보이기에어정쩡하게결말을짓는
듯보이는그장면에고개를갸우뚱할거라는것에한표를던지게된다.
그건그렇고,사실이엔딩씬보다더욱중요한건(아니어쩜이엔딩씬이야말로이영화의
주제를드러내는한부분이라고보는시각도존재할수있겠지만암튼)바로이영화에서보
여지는주제의식이라고볼수있을텐데,그런의미에서지금부터는내가이영화에서느꼈던
내개인적감상혹은내가발견한주제의식을조금이야기해볼까한다.
먼저,영화속발레리나들의암투와사투는무릇모든예술활동,아니좀더확대해석
하자면우리네삶의비루함과많이닮아있다여겨진다.그건다른말로표현해서치고
올라가기위해노력은당근,때론술수까지도고려해봐야하는우리네의현실을그대로보여
주는동시에분명우리네삶의한부분을이루는적자생존의냉엄한이치를상기시키고
있다는이야기다.
그러니얼마전김인혜서울대교수사건에서도드러났듯이힘있는사람의눈에들기위해
모멸감은물론자존심까지집에다얌전히모셔놓고,충실하고철저한꼭두각시내지하수인
이되어야하는대개의인간군상에관한성찰이이영화의하나의감상포인트가아닐
까싶은생각이든다.또한선택받은자와선택에서밀려난자사이에존재하는간극은엄
청나보이는것도사실이지만결국모든건유한한것이고,또최고에오른자는언젠가내려
올일만남았다고볼수있으니인생사결국“새옹지마”가맞다는걸또문득깨닫게만든다.
그리고두번째로,위에서이미언급한것처럼이영화는우리들에게우리자신조차잘알
지못하는내면의자아,즉또다른나의진면목을들여다볼기회를제공한다.의식의
밑바닥에숨겨진또다른내가기회가주어지는그순간언제든지금의나를짓누르고올라올
수도있다는걸의식하는순간현실은졸지에판타지가되기도하고,두려움에떨게도되는
신비한체험이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