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제주이야기 2 <거문오름, 다랑쉬오름>
BY sophia7903 ON 3. 11, 2011
제주에는오름(산봉우리의제주도방언)이360여개넘게있다고한다.오름은그다지
힘들이지않고올라갈수있어많은이들에게사랑을받는,또쉽게접근할수있는등산코스
인데그중유일하게전화로예약을해야갈수있는곳이세계자연유산으로지정돼있는
“거문오름”이다.남편과나는처음에멋모르고무작정거문오름을찾았다헛수고를한경
험이있는데그때이곳이우리나라최초로세계자연유산으로지정된곳중한곳이라는사
실도덤으로알게되었다.
참고로우리나라세계자연유산에는“제주화산섬과용암동굴”이라고해서한라산천연
보호구역과성산일출봉,거문오름용암동굴계(거문오름,벵뒤굴,만장굴,김녕굴,용
천동굴,당처물동굴)이있다.그리고세계자연유산은에베레스트산,미국의그랜드캐년,
에콰도르의갈라파고스섬등외전세계적으로모두162곳이지정되어있다고한다.
남편과나는어느햇살좋은일요일,꿈에부풀어세계자연유산의현장으로달려갔는데그전
에물론전화로예약을해놓고약속시간보다많이일찍그곳에도착했더니우리가탐방해야
할그전시간팀과한무리를이루게되었다.하지만정해진시간이있으니우리는그들과함
께떠날수없었고,할수없이시간이될때까지기다리는수밖에다른도리가없었다는거.
기다리는동안별로할일도없고해서나는그곳에서자원봉사활동을하고계시는한분께
제주의멋진오름을추천해주시길부탁드렸고,그래서알게된곳이바로그며칠후올랐던
“다랑쉬오름”이다.그밖에도지난번소개했던김영갑사진작가가특별히애착을갖고작
품에서많이다루었다는“용눈이오름”도그분덕에유명세를타게되었지만,제주의멋진오
름은실로한두군데가아닌듯하다.
사실탐방을시작하기전에는세계자연유산으로지정된곳이라그런지꽤나엄격하게관리를
한다고생각했었는데,막상탐방이시작되자팀마다자연유산해설사가동행해이곳의생태계
에관해설명을해준다는걸알게되면서그를쫓아가다보니그럴수밖에없다는걸절감하
게됐다.
특히나우리팀을이끌었던분은서울이고향이지만제주가너무좋아은퇴후제주에서남은
생을보내기로작정하고제주에내려와자연에대한사랑을자원봉사로실천하고계신분이
었는데어찌나본인이하고계시는일과자연을향한사랑이절실하신지우리들에게몇번씩
이나주의를주시고,거듭당부하시고전문가적인포스를마구마구내뿜었던분이셨다.^^
그리고본인이맡은분야에대한지식도엄청해박하셔서정말우리들에게귀감이되고도움
이많이되는그런분이셨다.다만한국말을모르는남편은왜저렇게말이많은가~하면서
좀질리어했는데,난또거기에그분이얼마나자연을사랑하고우리들에게알려주고싶어
하셨는지열심히옹호의발언을하면서무릇어느분야를막론하고자신이맡은분야에오롯
이매진하는모습을보는건참으로흐뭇한일이라는생각을멈출수가없었다.
이코스는전부다둘러보려면3시간30분정도가소요되지만,눈이특히많이내렸던그즈
음에는자유탐방코스는되도록이면자제하기바란다는그분의말씀을듣고대부분의우리
들은그분을따라한2시간정도의탐방을마치고하산했다.그러니걷기도별부담이되지
않고,날씨까지도그다지춥지않아정말많이상쾌한등반을즐겼다고할수있겠다.
그리고정확히5일후,우리는“다랑쉬오름”이라는곳을찾았는데이곳은주변의경관이진
짜아름다운곳으로,올라가면올라갈수록멋진장관을사방팔방으로감상할수있다는장점
외에도정상에놓여있는분화구의모습이한눈에쏙들어오면서내혼까지덩달아쏙빠지는
듯한감상에빠지게만들었다.그만큼그건폐속속까지상큼한공기를마구공급하는장관
이었고,분화구둘레를돌면서는이세상에“유아독존”하는이상한쾌감을불러일으킨흔치
않은경험이었다는거!
다랑쉬오름에서는또한국에선처음으로패러글라이딩하는모습을구경했다는거아니겠는가?워낙사진이
코딱지만하게나와좀그렇지만서두.^^
게다가높은고지에서홀로분화구를보살피고계시는분을뵙는순간엔자연을지킨다는건
그저말로만되는것이아니라이렇게여러분들의희생정신이모여이루어지는것이라는걸
절감하게됐는데,내가아래훤히내려다보이는분화구속으로데굴데굴굴려가보고싶다고
말씀을드렸더니그분께서는그러면죽든지,크게다치든지해서안되고,대신지금은산불
관계로금지시키지만원래는아래까지내려갈수있는길이나있어내려갈수도있다고재치
있게대답을해주셔서또얼마나행복한웃음을터트렸는지모른다.
세상이온통다내것!같은착각속에한동안나를맡긴후드디어제정신을차리고내려오
는하산길이왜그렇게나허탈하던지….올라가면반드시내려와야하는것이삶의이치거늘
나는이곳을아주많이그리워할것같은예감을절감하면서,아니이미벌써그리워하면서
아까의그황홀했던감상과는또다른찐한허무를내스스로다독이며내려올수밖에없었다.
남편역시처음이곳을찾았을때만해도별신통치않은반응을보이며‘얼마나멋질라구~’
하는표정을숨기지않더니만막상그곳에도착해힘겹게오름을오르며점점눈앞에환상적
인장면들이속출하자아주많이다소곳해지면서때론숭엄한자연앞에경의를표하는표정
으로까지급전환하는게아닌가?ㅎㅎ역시사람의감성은보편적이라내가좋으면,너도
좋은게맞다!라는걸다시한번진하게느꼈던순간이었다.
그리고우리둘은아주많이흡족한마음과아쉬운마음으로되도록이면말을아끼며차로돌
아가아주조용히차를출발시킨다음차안에서도별말없이그대로우리의숙소로돌아왔
다고기억된다.이렇게때로자연은우리들에게말할수없이숭고한순간을제공하면서내
안의나와만날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고여겨지는데그러므로나이가들면서점점자연이
좋아지고가깝게여겨지는건어찌보면너무도당연한이치가아닐까싶기도하다.내가왔
던그곳으로돌아갈시간이가까워지므로좀더잘알아두고,친해두고자하는그런심리가
은연중날그쪽으로마냥이끄는,뭐그런거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