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정의란무엇인가”라는책을읽고있는데,아직완전히독서를끝낸건아니지만일단
이책에나온말중칸트의“나자신이든다른어떤사람이든,인간을절대단순한수단으로
다루지말고,언제나한결같이목적으로다루도록행동하라.”라는말은많은것을생각하게
만든다.사람에겐절대적이고본질적인가치가있고,이성적존재에는존엄성이있다는말
로칸트는인간의존엄성을강조했다.
이번에깨닫게된것이지만아마도학창시절임마누엘칸트의철학을조금맛보면서내게
가장확연하게와닿은그의논지도이것이었을것같다.아니<같다>가아니라확실히그
랬다.인간을목적으로대하고,인간의존엄성을가치있는것으로여기자!는나의철학은
분명그에게서영향을받은게확실하다.
그러므로그후나는어떤한인간을내안에서맘대로재단하려하고,때론수단으로여기
려고하는등인간의존엄성을훼손시키려는나의사악한측면에맞서부단한노력을했었
다고이쯤에서고백할수밖에없다.그건칸트의말마따나어떤조건을내걸고했던행동
이아니고,그저그게옳은것같으니실천해야겠다는지극히이성에부합된그런노력이었
고말이다.
물론나도미약한인간이니지금까지살면서왜옆길로빠지지않았겠는가?수없이그런
결심에반하는행동과의식을해왔고,때론내의지와상관없이나자신의존엄성마저도
해치는순간들이분명히존재했던것도사실이다.하지만어린시절내게깊이각인된이러
한철학이오늘날까지나를이끌어왔다고난굳세게믿고있다.
다소서론이길어졌는데,사실오늘내가하고싶은이야기는나의이런사변에관한것이
아니라,바로엊그제참사를당한일본의재난에대한우리누리꾼들의반응에관한나의투
덜거림,뭐그런것이되겠다.
일본은우리와는도저히뗄래야뗄수없는관계에있는나라중에서도좋은의미로든,나쁜
의미로든가장밀접한관계에놓여있는나라다.지정학적으로가깝다보니영토나근해를
놓고늘분쟁이끊이지않고있는것부터늘같은동방으로서구인들에게비교의대상이된
다거나과거대단히치욕적이고도불쾌한기억을그들이우리들에게안겨준탓으로알게모
르게우리들뼈속깊이그들에대한미움이각인되어있는것,그러한미움이사사건건우리
들에게상기돼때론우리들의이성판단까지도흐리게하면서우리들의발목을잡고있는것
등등그들이우리들에게가깝고도먼이웃이라는증거는무수히많다.
물론내자신도일본에대한시각이대부분의우리나라사람들과다르진않는데,이상한것
은세월이흐르면서그들을향한나의미움이점차이성적인쪽으로방향을전환하고있어
이제는좀담담하고냉철하게그들과의관계를재고하게끔된점이다.말하자면예전에는
일본하면무조건싫고,밉고,반대만하고봤다면,이젠나의지식과이성이허락하는한도
내에서그들에대한객관적분석과이해가가능해졌다는이야기다.
물론이번일본에서의지진,해일피해가이런나의관점변화와직접적인연관이있다고는
말할수없겠지만아무튼다른무엇보다도이번사태는인간적인측면에서볼때너무도가
슴아프고동정이가는일이다.아무런경고나징조없이졸지에생명을,집을잃어버린수
만의사람들에게그저연민의정이느껴져가슴이메어진다.그리고앞으로도또얼마나많
은이들이고통속에서허덕일지를떠올리면가슴이먹먹해져온다.
바로이런게우리인간이지닐수있는미덕,즉이성적판단에앞서는순수한인간애가아
닐까?남의고통과불행앞에저절로일어나는동정심과그들의처지를함께가슴아파해줄
줄아는선량한마음,내가특별히착한사람이라서라기보다그냥인간이기때문에느껴지는
측은지심의마음,인간의조건같은거말이다.
그런데이런상황에서도지극히타산적인,이성적이라기보다는차라리냉혈적인면모를보
이는이들을가끔인터넷뉴스를통해보게되는데,이럴땐그들도우리와같은種의인간이
맞나싶어지면서섬뜩해진다.그리고그들의뿌리깊은증오심과가차없음에그저무기력해
진다.
또한가당치않은논리에놀라움을금할수없게되는데,그들은일본인들이오늘날이런참
사를겪게된것은과거조상들의죄악때문이라는,전혀검증되지않은막말도서슴지않는
다.그렇게따지자면후손들의모든공덕과허물은과거조상들의유물일뿐그들자신의노
력과는아무런연관성이없다는것인데,어디그게말이되는소린가말이다.
지극히감정적이고비이성적인그들의논리,아니논리라고이름붙이기조차구차스러운그
들의무뇌적인행태를보면차라리서글픔이복받치고그렇게까지밖에대응을하지못하는
그들의처지가안타까울뿐이다.이건그들에대한비난이아닌진정서글픈내심정의토로
이고,인간에대한실망감의표출이다.어떻게불난집에물한방울보태지못할지언기름
을들어다부을수가~하는….
더군다나대형교회의목회자의입에서나온한마디는나를완전얼어붙게만들었는데,그의
종교관은어찌나편협하고자신의종교만최고라고여기는자아당착적,편파적사고를유감
없이드러내던지가뜩이나요즘많은이들의눈살을찌푸리게만들고,부정적인여론을형성
하던그와중에또한번큰구설수에오를기회를제공하고말았다.어떻게그런사고와의식
인간이만물의영장이라는찬사를스스로에게붙이고,모든만물의우위에있다고자족할수
있는것은아마도우리인간에게는타동물들에게없는무엇인가가존재하기때문이라고믿
어서가아닐까?그렇다면그런믿음의진실여부를떠나우리들이진정그렇다라고믿고자
한다면분명우리인간은타동물들과는다른뭔가를보여야할것이다.예를들어본능보단
우위에있는뭔가를우리인간이가지고있다는증거같은거말이다.
나는그러한증거를바로우리들의선량한인간성에서찾고싶다.타인의불행앞에서는그
저가슴아파하고,어려움을함께나누고자하는그런선한마음,그리고상대를용서할줄
아는마음,상대가자신의잘못조차모를때는깨우쳐주려는마음,그리고자신의선한의지
를잃지않으려는바로그마음.갑자기여러철학자들의주옥같은잠언들이떠오르는순간
이다.
그리고하나더나의개인적감상을덧붙이자면,이번일본의참사사태와중에서그들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