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다소부끄럽기도하고조금은색다르기도한고백하나를해볼까한다.제주에서한
석달넘게지내는동안난평소해보지못했던것을많이해봤다.예를들어도서관에서실
컷책도빌려다읽었고,올레길도실컷걸어봤고,다소적막한혼자만의시간도충분히가져
봤고,그간몬트리올에서먹어보지못했던싱싱한회와생선,해물들도실컷먹어봤고등등.
하지만이렇게다드러나게알려진것외에아무도모르게내가꾸민일이한가지더있었으
니,바로한동안한창논란의대상이되었던<일요일밤에>라는프로그램에속하는아나운서
공채오디션“신입사원”에덜커덩입사원서를접수했던일이그것이다.
난사실대학교를졸업하던그해에도MBC아나운서모집에응모한적이있었다.그때는아
나운서라는직업에대한어떤뚜렷한가치관이나의식없이그저인기직종이라는단하나의
이유만으로지원을했었는데결과는불합격이었고,대신나중에같은초등학교동창중한명
이나와같은곳을지원해서합격했다는걸알게됐을때기분이몹시씁쓸했던기억이난다.
초등학교때나보다뛰어나지도않았던그아이가합격이되었는데,왜난?뭐이런심정으로
얼마동안은불편한심정이계속되었던것같다.물론그아이는될만하니까합격이되었겠
지만그당시난많이상심하고좌절의쓴맛을맛봄과동시에세상에횡행한다는어떤콘시퍼
러씨(방송계로진출하기위해선코넥션이있어야한다는)의희생자가된것같은착각에한동
안빠져들기도했었던게사실이었다.
결과론적으로봤을땐그냥헛된짐작이었을뿐이었지만실은몬트리올에서제주로오게되었
을때남편이나나는이번제주방문이어떤특별한계기내지전기가될것같단예감에사로
잡혔던게사실이었는데,그러니내가나이,학력,성별을불문하고참신한역량을가진사람
을찾는다는이번“신입사원”의모집공고를본순간왜가슴이뛰지않았겠는가?그중에서도
특히나나이를따지지않는다는그문구가얼마나나를흥분하게만들던지말이다.
그래서아나운서공채가나자마자얼씨구나~하는마음으로덜커덩입사원서를온라인접수
했던건데,시간이조금흘러나중에서야이번공채가말그대로<오디션>의형식을취한다는
걸알게됐다.거기다또공개오디션이라니,이거혹시공개적으로망신이나당하는게아닐
까라는걱정이은근되기시작했던게사실이었다.물론내가여기서망신이라고일컫는건
그냥TV에나와오디션을보다가떨어지는단순한당락의문제를말함이아니라만약이번공
채가요즘TV에서대세인일명리얼리티쇼의형식으로이루어진다면시쳇말로얼굴이전국
방방곡곡으로알려질수도있을터,이걸어찌감당해야하나~하는뭐그런걱정이었던거였다.
그런걱정이은근들던때,방송사관련사이트의글을읽다보니외국인이나해외동포도지원
은가능하지만대한민국국적을가지고있어야한다는조항이눈에뜨였다.입사지원서를접
수할때해외국적자코너가따로마련되어있어서그문제에대해선전혀생각을못했었는데
갑자기대한민국국적자여야한다고하니한참헷갈렸다.나는얼마전캐나다국적을취득했
으니이젠대한민국국적자가아닌게아닌가싶어두번에걸쳐질문을했다.그랬더니대답
이어떤다른조항없이그저대한민국국적자여야한다는그것뿐이었다.그렇담처음부터왜
해외국적자코너를마련해놓은것인지여전히알쏭달쏭한가운데시간은흘러어느덧첫번째
면접일이다가오고있었다.
제주에서지내면서면접을이틀앞둔날밤,남편에게다가오는일요일이아나운서시험면접
일이라갔다와야겠다고말하니갑자기시무룩한표정을지으면서지금가면어떻게하느냐고
한다.난이미자기에게부탁해서수험표까지프린터로뽑아오라고했었는데지금에와서그
게무슨말이냐고도리어내가묻고싶었지만워낙낙담하는표정이심각해서아무런대꾸도
못하고,그냥이거내가하고싶어하던거당신도알지않느냐고그말만했다.
그랬더니말도안된다고하면서갑자기밖으로나가버린다.밤만되면사방이새까맣게되고
주변에는갈곳도없는데도대체어디로나간건지은근히걱정이되기도하고,또이미질문을
두번이나했을때도대한민국국적자여야한다는답을똑같이들은터라내가자격이되는건
지아닌건지헷갈려하고있는마당이니만약고집을부려서나중에혹아무런소용없는짓이
었다는게밝혀지면후회가클것같아남편에게전화를했다.서울에안내려갈테니그만들
어오라고말이다.전화를약간울먹울먹하며받던남편은알았다고하더니조금후진정된얼
굴로들어왔고,난많이아쉬운마음을누르면서이번엔남편에게지길잘했다고생각했다.
그렇게기회를놓치고첫번째면접일이지나서울로올라가좀지내다다시몬트리올로돌아
오면서그동안모든걸다잊었다고생각했는데이곳에도착해드디어“신입사원”이방송이
되고있고,결과가어떻게되어가고있다는걸인터넷뉴스를통해보게되니다시그때일이
떠오르면서좋은기회를놓친게아닌가하는마음이또살살들기시작했다.
한번해볼만했는데~싶기도하면서,요즘아나테이너라는말이대세일정도로끼를중요시
하는때예전의그끼를되살려한번해볼걸!하는마음이들다가,또아이그래도소셜포지
션이있지나까지그런놀음에들너리선다는건좀그렇지하다가,아니야내가아직대한민국
국적을포기한건아니니까난아직대한민국국적자아닌가하면서기회놓친게또아까운심
정이되었다가,맞아나같이어느정도사회적경험과연륜이있는사람이야말로주최측에서
원하는그런방송인,즉젊고예쁜다른아나운서들과는조금다른의미에서서민들과정서를
나눌수있는,이될수있었을텐데~하는아쉬운마음이마구드는거였다.
그리고벌써20년도넘은그때도누군가내게그런말을해줬었지만자칭타칭깔끔해보이는
내인상도아나운서라는직업과매치가참잘되는데~하는자뻑에연습좀하면목소리도아
직은괜찮고,외국어도하겠다,젊고쭉쭉빵빵이라는조건만제외한다면내가아나운서로뽑
히지못할이유가어디있겠어하는과대망상까지겹쳐아무리생각해봐도내인생최고의기
회를남편덕(?)에놓쳐버린것같단생각이또하염없이드는거였다.
거기에또,젊은사람들이가지지못한유연함이바로중년들의강점이아니던가?그리고또
이제아이들도다컸겠다방송인이되든,아님다른무엇이되든육아나가정일에그리신경
쓸필요도없을터이니어찌보면청춘사업이나결혼,육아로일로바쁠수도있을젊은응시
자들에비해그런점은분명메릿일터.생각하면할수록오호통재라~마치따놓은당상을
놓친듯아깝고,아쉽고,안타까운마음만자꾸들었다.
그렇게정신줄을잠시놓았다이번엔신중히,깊게,천천히생각을해보니물론내가최종적
으로합격이되었다는전제하에요즘한국에선젊은이들이일거리를못찾아난리라는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