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떠나온지벌써두달이다되어가고있다.하지만제주에관한기억은여전히뇌리에
깊이박혀쉬이떠나지않는다.그만큼제주는내게많은걸주었다.평생두고두고야금야금
기억해낼것들이무한하다.흔히들사람은추억으로산다고하는데,아마도난한국에서의생
활중에서도가장먼저,가장많이이제주와관련된일들을추억할것같단예감이다.
언젠가도이야기했듯이만약내가한국에나가나의삶을마무리하게된다면내터전은단연
코서울이아닌제주가될것같다.제주에는멋진풍광을자랑하는한라산이있고,산보다낮
은수많은오름이있고,또바다가있고,다소투박하긴하지만선량한제주사람들이있고,바
람이너무지나치게많이분다는것만빼놓곤하나도버릴게없는곳인것같기에말이다.나
언젠간제주를바람덜불고,따뜻한그날다시찾을것이다.그때본격적으로다시올레길걷
기를할수있길꿈꾸면서못다한제주에관한이야기를또시작해볼까한다.
어느바람이몹시도불던날,나와남편은제주에서해안가중에서도단연코최고의로맨틱로
드라는애월해안가를드라이브한다음비양도를방문하자는야심찬계획을세우고그곳으로
향했다.바람이어찌나불던지그날내가본파도는내생애최고의높이에,최고의파워를자
랑하는,거기에자연의거대하고도위대한힘을여실히느끼게만들었던그런진풍경을연출하
고있었다.
그곳에서우린드넓은백사장에하얀포말을일으키며부서지는파도를해안선을따라한참을
감상했고,이런곳에서따뜻한커피나한잔할수있다면정말좋겠는데싶었지만근처에서그
럴듯한카페를발견할수없어아쉬운마음으로그곳을떠나야했다.
그리고도착한곳이비양도로가는배를탈수있는선착장이었는데,이상하게도어째사람들
그림자가하나도안보인다했더니표를파는곳이두꺼운자물쇠로굳게닫혀있는게아닌가?
에구구~이게왠일이래!싶었는데보아하니바람이너무불어배가도저히뜰수없는상황이
라그런듯.하지만그래도너무하단생각이들었다.이렇게찾아온사람들을위한아무런조
치도없이덜커덩문만걸어잠그면다란말인가싶어은근화가나기도했다.
더군다나선착장을찾아가기전목적지가불분명해이미두차례나사람들에게물어봤었는데
아무도이렇게바람부는날에는배가뜨지않을거란이야기를해주지않았다는것도조금은
화가나는일이었다.아무튼기대에부풀었던게졸지에무너지면서화가나긴했지만주변에
몇백미터로늘어져말려지고있는생선을보면서애써마음을달랬다는거아니겠는가?ㅎㅎ
내생애그렇게많은생선들이몇렬종대로,횡대로누워있는모습은난생처음이었는데어찌
나귀여워보이면서도우습던지혼자슬그머니웃음을짓다지금내가뭐하는거지?란생각
이불쑥들었다.생선의입장에서보자면그들은엄연히죽어나자빠져있는것이니말이다.
물론그게물고기의운명이랄수도있겠지만그들은전혀귀여워보일의향도,더더욱웃겨보
일뜻은없을텐데나혼자괜히북치고장구치고한게너무미안했다고나할까?^^;;
암튼다소흥겨워졌던마음이다시제자리(?)를찾으면서우리는그곳을떠나숙소로돌아오는
길에첨에는올레길11코스를좀걸을까했었는데주차해놓을마땅한곳도못찾겠고,또남
편이별로맘내켜하지않아그냥그곳은지나쳤고,대신멋진송악산과산방산을보곤둘중
어디를갈까망설이다가송악산트레킹코스를선택했다.그래서차에서내려바람이부는언
덕을열심히걸어올라가멋진장관들을구경했는데지금생각해봐도송악산을택한건정말
잘한선택같다는거!
제주에는일제시대의유물들이곳곳에있었던걸기억하는이러한설명서들이꽤많이있다.
하지만시원한바다를내려다보며제주의명물인말도구경하고,또흑염소까지잽싸게구경
한다음바람이너무심한탓에급하게발길을돌렸는데,올라오는길에찜해놓은군고구마가
다떨어졌다는말에힘이쪼르륵빠져버렸다.그래서다른거라도뭔가따뜻하고맛난걸먹
기위해남편과나는빠른발걸음으로차로돌아온기억은있는데,그날이하도까마득하니뭘
먹었는지에대해선아무런기억이없다.그나마사진도남아있지않으니도무지알도리가없
고대신그저멋진장관만이지금도눈앞에아른거릴뿐이다.
이렇게제주의추억하면가장먼저떠오르는건바람이몹시불던기억,그리고웅장한하얀파
도와맑고푸른바다,기암절벽과낮은산혹은오름,거기에맑은공기와적절한적막함까지
주로자연적인모습들이다.혹자는점점제주가너무도시화되어가는게불만이라하지만난
아직까지도제주가세련됨과제주다움을적절히조화롭게지니고있다고생각한다.그리고너
무인위적인건그렇지만가다듬을건가다듬는것도한도시를돋보이게하는좋은방법이아
닐까싶다.올11월에결정지어질세계7대자연경관투표에서좋은결과를있기를바래본다.
이사진들은우리의숙소바로앞에위치한"제주민속촌박물관"입구모습인데워낙가까운곳이라언젠가가
봐야지했다가결국엔한번도방문하지못하고그냥돌아왔다는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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