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란제목의이영화는보이는것보다는보이지않는이면의심오한울림이아주깊어단
언컨대최근들어가장감명깊게감상했던한국영화라고말할수있겠다.또한한국에서이
영화가화제성을불러일으켰던건주인공전도연과이정재의적나라한섹스씬에힘입은바
크다지만나는단지그것만으로이영화를화제작으로평하는건너무이영화를,영화를만든
임상수감독을과소평가하는것이라고감히말하고싶다.
그렇다면도대체이영화의어떤심오한울림이내게전달되었기에최근들어내가가장감명
깊게감상한영화가바로이영화였다고나는단언하는것일까?그리고무엇이나로하여금
많이놀랍도록한것일까?지금부터그이야기를하나씩,하나씩풀어내려고한다.
먼저,이영화에선한국사회에서도유별나게부유한사람들의뒤틀린사고와그로부터비롯된
겉으로는교양있고친절하되실제적으론영안하무인적인(즉오만방자함이뼛속까지스며들
어똘똘뭉쳐져있는)그런태도가시치미뚝뗀채꽤나여러번발견된다.거기에손발,오장
육부를다맞춰가며일신의안위를위해속으로만“아더메치”를외치는굴욕의화신인응큼하
고도교활한늙은하녀가등장하여너무도환상적인궁합을선보이며보는이로하여금귀막
히고,코막히게만든다.
그만큼이영화는실제존재하고있는비호감들의진수를보여주는데,영화에서보여지는그
들의이야기는그저극소수에불과한그런이야기가절대아니고,오늘도사회전반에서벌어
지고있는불유쾌하지만전적으로사실인현실적스토리바로그것이다.또한그들의모습은
철저히“하녀근성”에젖어있다는것도모른채살아가고있는우리들대다수의자화상이자,
본연을잃고허상을쫓는대다수현대인들의슬프고도아이러니한실체바로그것이다.
그러니영화를통해감독이우리들에게보여주는건우리삶의“아더메치”한시츄에이션이
라볼수있겠고,그가우리들에게전하고자하는주제의식또한이런사실을발버둥치며
잊으려하지만잊지못하고대충뭉개고살고있는처참하고나약한우리의정체성이
종국에는삶의비루함에맞서기위해할수밖에없는극단적처방,다시말해무기력한
대항으로밖엔구조적결함에저항할수없는뼈아픈현실을똑똑히보여주는그것아닐
까란생각을영화감상내내했었다.
또하나이영화에서보여지는우리인간의“하녀근성”에관한사유를읊어보자면,여주인공
“은이”가보여주는대책없는순수함혹은욕망의포로로자포자기하는책임감결여된태도도
그렇고(여기서난그녀가도대체무슨생각으로감히오르지못할나무를넘봤던걸까란의문
을계속머리속에서지울수가없었고),남편이바람을피든말든상관않고아이들이나실컷
생산해확실하게올가미를씌우고,외모나가꾸고돈이나펑펑쓰면서종국에는저도재미를
즐기는걸로일생의목표를세우는배우고돈많은여자들의사고방식,그리고상대의육체를
자신의욕망의도구로,인간에대한기본적인예의를저버리고돈으로모든걸해결하면서스
스로를재력이라는“힘”을가진“주인”으로착각하는인성결함의가장“훈”의사고방식또한
전혀쇼킹할게없었던철저히체득된하녀근성(혹은하인근성ß같은인간을목적이아닌수
단으로여기는그사고방식이자신의주체적결정이라기보단그렇게길들어졌다는점에서)이
기에이런등장인물들을통해감독이우리들에게시사하는은근한그방식이못내마음에들
고말았다.
그건넌그러지말아라~란단도직입적인말한마디보다우회적이되더신랄하고도따끔한
일침이었고,더불어내자신속내를들킨것같은부끄러움에,또그럴수만있다면어느누구
라도단호하게거부할수없는부와안락함에대한동경심에경종을마구울려댔던쉬크한방
식이었기에말이다.그건다시말하자면우리들이알게모르게물들어버린부를향한무
자비한갈망과,“뭐나만그런가”라는상습적이고도타성적인편의성과무사안일함을
적확하게콕집어낸세련된방식으로그저감독의저력이놀라울뿐이었다.
이영화가보여주는또다른미학적코드는바로영화에등장하는한국상류사회의겉모습
즉,간결한듯한껏가진자의만용과위세를드러내고자하는욕망을꾹꾹눌러놓은건축과
실내디자인,인테리어소품등뛰어난미쟝센이그들의삶의방식과선택된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이얼굴전체에줄줄흐르는도도함과절묘하게어울리며처연하게아름다웠다
는그점인데,그게바로또리얼리티를십분반영하여나를한껏놀라게했다.그런설정과
무대설치가단순히감독의센스에서나온것인지,아니면있는자들의감추는듯하면서더
욱교묘하게드러내는속성을잘알고있는제작진이나현장팀에게서나온것인지그게좀
궁금하기도했다는거!
아무튼이렇게여러가지로이영화는지나치게현실감이농축되어있어관객들에게놀라움과
그에따른허무한실존적삶을되돌아보게하지만그건어디까지나영화가우리들에게부여할
수있는하나의성찰적코드로서의역할이지우리들을마냥허무스러운자조와자괴로빠지게
하려는의도는아닐것이다.그런점에서이영화는모처럼비루한현실을우리들이직시
할수있도록효과적으로잘짜여진내공이아주탄탄했던영화라는것에한표를던지면
서동시에큰박수를보낸다.또한임상수감독의차기작품과그의행보를주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