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우리의하와이여행일정마지막날,아니좀더엄밀하게말하자면하루종일을말했
을때마지막날이고,다음날도오전까지는시간이있지만일단완벽하게즐길수있는날은
이제겨우하루만남은셈이니마지막날이라고해두자.
그날우리는오하우섬의남쪽과북쪽,서쪽은어느정도구경했으니이제하나남은동쪽,그
중에서도오하우섬관광에꼭“MustSee”장소로들어가는“카일루아비치”에가서해수욕
을하기로결정했다.그래서일찍도시락에간식을준비해그곳으로향했다.
그리고역시듣던대로환상적인해변가와바다의풍광을즐기며아주즐거운시간을보냈
다.평소해수욕보다는수영장에서수영을하는걸선호하는나지만여행의마지막날이기도
하고,또남편이해수욕을워낙좋아하는사람인지라기분도맞춰줄겸나역시바닷가에들어
가파도타기(본격적인파도타기가아닌,그냥파도가밀려오면몸을띄워파도를즐기는정
도.ㅎ)도하고아무튼모처럼바닷가에서해수욕과선탠을만끽했다.
그렇게시간을좀보내면서해변에서있다보니또더위가느껴져남편과함께바닷가로들어
가해수욕을즐기고있는데,갑자기등에날카로운면도칼로예리하게찢기는듯한아픔이전
해졌다.아릿한느낌에난물속에서폴짝폴짝뛰면서남편에게등을봐달라고했고,남편은
놀래며등을보더니파란실같은해파리촉수가내등에달라붙어있다며황급히손으로
떼어냈다.
난너무놀래서물속에서빠져나왔고,남편도곧뒤따라오더니내등이조금부풀어올랐다
고내게말하는게아닌가?‘아니이럴수가!우째이런일이내게벌어진단말인가?수많
은사람들중에왜하필내게촉수가달라붙어날괴롭혀?’하는생각이들면서마구억울한느
낌이드는거다.거울로내등을볼수도없으니궁금하기도하지만우선은이렇게물리면어
떻게조치를해야하는건지그게걱정이되기시작했다.
남편말로는그냥물로씻어내면된다지만그래도혹모르니해변에서일하고있는안전요원
들에게가서물어보기로했다.그래서난그들을찾아가있었던일을이야기하고어떻게해
야하는지를물었는데,그들역시그냥샤워를하고조금있다보면괜찮아질거라는대답뿐.
그래서조금불안한마음을가진채그때부터는그곳에서그냥선탠만하면서시간을보냈다.
그런데시간이가면서가라앉기는커녕점점부풀어오르는거다.그래도뾰족한수가없
으니일단은어찌되는지진행과정을지켜보기로했다.
이미예기치않았던사건이라면사건,우환이라면우환이생긴뒤라지금까지좋았던여행의
마지막날찜찜한일이생겨기분이조금찝찝해지긴했지만그래도그와중에난이런생각
이또드는거다.‘아니~이렇게남들은겪지않는,확률적으로도드문일이내게생긴
다면나라고로또에당첨되지말란법도없겠넹!~’이라는다소황당한포부내지어이없
는기대감이.
아무튼그렇게그곳에서시간을좀보내다다른해변도몇군데들렸는데흡사우리의제주와
많이닮았다는느낌을받기도하면서동해안(정확하게는동남해안)을조금돌다호텔로돌아
왔다.
그리고그날저녁우리는KAL호텔에서경영하는“서울정”이라는한식당에서저녁식사를
했는데,그곳에서우린우리의막걸리를맛볼수있었다.내가사는몬트리올에선어디에도
없는그귀한막걸리를!술을못마시는내가소량이나마마실수있는알코올류는바로백
세주와산사춘,그리고막걸리인데재작년부터우리의막걸리가그렇게좋아졌다.뭐랄까?
목구멍에넘기고난다음혓바닥을다시면특유의향이전해지며고향을떠올리게되
는그느낌이좋고,실제누룩이남겨놓은그내음도참좋다.
하지만엄연히느낌과실제상황은다른지라생각으론한잔을당당히다마실수있을것
같은데사실은몇모금마시다남편에게건네줬다.때론한잔정도는다마실수도있는데
그날은왠지술이잘안받더라는….ㅎ그래서아까운막걸리를남편에게넘기고난오랜
만의한식먹기에매진했다.
저녁식사를마치고우린근처다른호텔들을또구경하다가,거리의악사들도구경하다가,
또갤러리아면세점에서화장품도몇가지구입하고이곳저곳을구경하다호텔로돌아왔다.
그런데먹거나구경할땐잊어버렸던해파리습격사건이남긴상처는계속부어오르다결국
나중에는슬슬간지러워지기에다음날결과를두고보기로했다(낮에이미간지러울때바
르는연고를사서열심히바르긴했지만).
그리고다음날,우린근처초밥집에서점심으로먹을초밥을사서공항으로향했다.많이
아쉽지만이제는우리가집으로돌아가야할시간이므로.동시에가족들과재회할시간이
기도하니그곳에더남아있어도좋겠지만가도그다지나쁠건없을뿐만아니라오히려또
다른기쁨이기다리고있는집으로우린결국돌아왔다.진탕먹고,즐기고,예기치않았던
끔찍한두가지일(생애처음시도했던스노클링이악몽으로변했던것과해파리촉수가몸
에달라붙었던)까지경험했던추억을한아름껴안고말이다.
짧다면짧은11박12일간의여행에서도이렇게희비가엇갈리고드라마틱한일들이벌어졌
는데,우리네긴인생에서는얼마나많은일들이벌어질것인가라는다소철학적인물음을
달고나는긴비행시간을견뎠고,결국무사하게집에도착했다.그리고호텔에서와는또
다른,아주편안한잠속으로깊이깊이빠져들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