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항에서 대게 먹고 덕구온천에서 몸 풀다!

다른때에비해짧은일정의이번고국나들이에서모두세번의여행을다녀왔었는데,지난번제

주에이어두번째로어머니와동생과여행을떠난곳은바로경북죽변이었다.그곳에서

우리는대게를맛봤는데,흔히들대게하면“영덕을떠올리지만이번에확실히알게된사실

이있으니,우리나라대게의최대집산지가영덕이라면최대주산지는바로울진이고,이곳

죽변항은울진바로밑에있으니당연히대게가풍성하단사실.

그렇다면왜울진으로가지않고하필죽변으로가게된걸까?그건죽변이란곳이우리어

머니의외가가있던곳인지라어머니께서옛추억을떠올리면서이번나들이를단순한먹거

리와물좋은곳을찾아떠난것보다는조금격상(?)시킬수있는최적의장소이었기때문이

란이유하나와우리가가고자했던덕구온천에서가장가깝게항구를끼고있었기때문인

,그걸증명하듯어머니께선그곳에서외가에관한소식을이곳저곳에물어보기도하셨다.

우리눈에는그런어머니의모습이조금어처구니가없기도했지만(이미어머니외가쪽사

람들의번영은어느정도끝이나기도했고,그곳을떠난사람들도꽤나많을테니),과거의

추억을더듬으며사뭇그리움의눈길로주변을탐색하시는모습을보면서딱잘라그러시지

말라고말씀드릴수는없었다는슬픈진실을전한다.

그건그렇고,우리는그곳에있는다른식당에비해단지사람이좀더붐비는것같단이유

하나로대중횟집이란식당엘우연히들어가게됐는데,그곳에서맛본반찬들,그중에서

도특히꽁치를넣어만든그고장특유의김치맛에홀딱반하고말았다.어머니께서는이

부분에있어서도역시옛추억에잠기시는듯한표정으로그래바로이맛이야!내가어릴

때먹어봤던그맛~”하시면서달뜬모습을보여주셨다.그리고얼마나행복한표정으로열

심히김치먹기에매진하시던지우리둘은합창으로그만드세요.그러다정작메인요리인

대게는못드시겠네!”라고외칠수밖에없었다는농담같은사실이또존재한다.

드디어대게가한가득남긴쟁반이나왔고일단먼저한마리씩각자앞에가져다놓고열심

히대게를분해하기시작했는데,생각보다속이꽉차진않아약간의실망감을느낄수도있

었지만실은우린전혀그런내색없이대개해체작업(?)에몰두할수있었다.왜냐면대게의

속이차고안차고의문제보다더욱중요한문제가있었으니그건우리세모녀가이런순간을

함께만끽하고있다는그사실,그리고어머니과거의일부로어머니와함께돌아가봤다는기

억을평생간직하게될거라는걸우리셋모두또렷이인식하고있었기때문이었다.

여행을함께하면그사람의성격을더잘알게된다는말이있는데,그말은수십년을함께

했던우리세모녀에게도해당되는것이,바로대게먹기에서여실히드러난사실들,즉거침

없이게를분리해먹어대는나와달리우리어머니께서는침착하게,정리도하시면서누구줄

사람없나살피시면서드시고,또동생은열심히게살을파서모아놓곤결국나중엔못먹겠

다고어머니와나에게왕창건네는거다.ㅎㅎ

아고~이렇게우리가족은나만빼곤늘서로주고받느라따뜻한건다식혀서,시원한건다

미직지근하게만들어먹곤한다.그런우리가족의풍습(?)은예나지금이나하나변한게없

는데,난왜그게그렇게나촌스럽고동시에불합리해보이는지말이다.전후때처럼먹는게

모자라는때도아니()고,그냥각자가각자먹을만큼만알아서먹고,정을나누는건그저

한두번정도로끝내면안될까가나의평소희망사항이기도하고,아무튼나라도그아수라

(?)에서빠지는걸그나마다행으로여기고있다.

그렇게배도불리고,사랑도불리고,희망사항도불리면서우린결국대게여섯마리를아작

내고그곳을떴다.나중에끓여나온매운탕은말그대로맛만한번보고말이다.그리고늘

항구주변에오면울엄니께서빼놓지않고살피시는작은가자미말린것,그밖에대구와양

미리,그리고이름도기억나지않는생선말린것등을산다음우린덕구온천으로향했다.

사실이번여행은다른때와는좀달리준비가철저하지못했는데,그로인해호텔을예약하지

못했던우리는우선덕구호텔에가서하루숙박비를알아보곤외관이나시설대비너무비싼

요금에그냥그아래있는덕구콘도로방향을바꿨는데,결과적으로나인간적으로그콘도는

정말너무했다는생각을지금까지지울수가없다.

우선아주오래전에지은것이라(호텔방을들여다보진않았지만아마호텔도크게다르진

않을것같단예감이들기도하고)시설엉망진창에다(이건웬만한모텔이훨!낫다는,예를

들어요즘그렇게낡은TV를여전히간직하고있는곳도있었나?)낡고(목욕탕하며,가스버

너가왠말?),도저히실수로들어왔으니하루밤이상은절대잘수없을정도로방음도엉망

이기까지!

내생애다시숙박하고싶지않은그곳에일단짐을풀고동생과나는그나마위로를삼을거

리를하나발견했다.그건바로콘도뒤에있는덕구계곡등산로인데,왕복한두시간

도산책코스론딱이지만아쉽게도이미날이너무저물어버려우린살짝맛만보고돌아

와야했다는슬픈뉴스를또전한다.

그리고그날은점심을워낙배불리먹어저녁은도저히먹을수가없어그냥콘도에서군것

질로요기를하고,내가그토록꿈꿨던온천도못하고잠자리에들수밖에없었다.동생이

피곤하다면서,또어머니혼자만계시게하기뭐하다는핑계를대면서내일가자고날설득

하니할수없이그러자고할밖에.그렇게덕구에서의첫날밤은허무하게날아갔다!

그리고드디어다음날아침,난사실한번더본격적으로등산로를다녀오고싶었지만이번

에도또역시사정상일찌감치서둘러짐을챙기고우리는아침식사를마친다음그곳을나

와미리알아둔(식사를하면서근처깨끗한모텔을식당에서소개받았다)모텔로향했다.

곳도시설은깔끔하지만방에위풍이세고바닥은뜨겁고WiFi도잡혔다,안잡혔다문제가

많다는걸나중에알게됐지만일단어머니께서움직이시기엔콘도보다편해보여그나마다

행이라면다행이라여기면서우린근처불영사로고고씽~

불영사의연못은추위로꽁꽁얼어있었는데,날이풀리면정경이멋질것같단느낌이강했다는거.

산세하며,아주아담하면서도포근하게병풍처럼둘러쌓인산아래명당에자리잡은불영

는신라진덕여왕때지여진오래된사찰로,원래는구룡사라는이름을바꿨다고전해지

는데서쪽산위부처의형상을한바위의그림자가연못에비쳐이름을그리한것(佛影寺)

이라고돼있었다.그곳에도착하기까지계곡이굽이굽이돌아있는것이여름에는꽤나많

은사람들이그곳을점령할거같단생각을하면서다소힘들게(식사후급커브길을달렸더

)그곳에도착했는데,막상가보니고요하면서도그윽한멋이충분히매혹적이라정말와

보길잘했다는생각이들었다.

그곳에서우리세모녀는바가지로시원한샘물도퍼마시고,잠시앉아풍광에젖기도하고,

또나는연못주변을한바퀴돌며산책도하다돌아왔다.그리고관광에는별관심이없는

어머니와동생과함께모텔로돌아와그냥TV도보다,낮잠도좀자다하면서시간을때우다

이른저녁식사를하러바로건너편식당에갔는데,그집은흑돼지만취급하는곳으로주인

아저씨의프라이드가가히하늘을찌를정도였지만그곳음식을맛본우리들은충분히그럴

만하다는데의견을같이했다.

우린삼겹살과양념불고기두가지를시켜봤는데돼지고기의육질과맛도그렇고,같이나온

찬도그렇고맛이아주훌륭했다.그리고첨에다소퉁명스러워보이던주인장께서도알고

보니꽤다정다감하신분이셨다는발견까지,참세상에는흥미로운일들로가득하단생각이

또불현듯뇌리를스쳤다는거아니겠는가?

그곳에서적당히배부르게,기분좋게식사를마친우리는모텔로돌아왔고,드디어그날밤

동생과나는그유명하다는(우리나라에서자연용출온천은이곳단한곳뿐이라니!)덕구온

천에몸을담글수있었다.물에들어가자마자몸이벌써매끄러워지고있다는걸확연히느

낄수있을만큼그곳의물은가히기가막히게좋았다.그리고역시한국의사우나는캐나다

의그것과비교할수없을정도의시설을자랑한다는생각이멈추지않았다.아마도캐나다

에돌아가면가장그리워할것중하나가바로한국의사우나일거다!란걸예감하면서….

기분좋게사우나를마친동생과나는서둘러어머니가계신모텔로돌아왔고,시원한몸과

마음으로잠자리에들었고,그렇게둘째날을마쳤다.그리고드디어서울로떠날마지막사

흘째되는날,우리는이른아침으로버섯전골을먹고,다시한번죽변항에들러물회와도

로목탕을이른점심으로먹고서울로출발했다.

우리가묵었던모텔바로뒤에는이렇게멋진계곡이또있었다.

많은추억과사변과풍성한느낌을담은드넓은가슴과머리,영양가넘치는음식들을담은

위장과혈관들,그리고약알칼리성자연용출수에담갔던몸전체를단아하게유지하면서,

더불어그윽한행복감에마냥스스로도취하면서말이다.

이번고국방문에서깨닫게된일이또있는데,그건바로우리의산이너무도소담스럽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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