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하면서도 알싸한 맛! 잘 짜진 한 편의 블랙코미디, 영화 “돈의 맛”
BY sophia7903 ON 9. 28, 2012
제목이그러하니나도오늘영화리뷰의제목을맛으로한번표현해봤다.임상수감독의영화
‘하녀’의2탄이라고부를수있는또다른‘하녀’(에바,노비서)와‘하남’(주영작,윤회장)의이
야기‘돈의맛’은분명내게텁텁하면서도알싸한맛을선사했다.
우선텁텁했던맛으로말하자면,이영화에등장하는인물들의역겨운행각이몹시도날불쾌
하게만들기도하다가,또잘은모르지만‘정말돈이넘쳐나다보면저럴수도있을까~?’라는
의구심이들기도하다가,돈의노예로살아가는대부분의등장인물들을보는게여간텁텁한
게아니었다.
하지만한편으로는‘있는자들’의거만함의극치를,그들의안하무인적태도를너무도무심히
있는그대로보여주는감독의명징한사유가참신선했고,재치넘치고함축적인,하나도놓칠
게없는대사와때론화려한듯때론절제된듯한미장센,그리고역겨운행각을교묘히비트는
블랙유머가무척이나알싸한맛을선사한것또한사실이었다.
이영화정말재미있다.난영화를보면서수없이터져나오는웃음을삼켜야했는데,그들이
나누는대화,그들의행동이‘이보다더웃길순없다!’고생각하고있고,영어와한국말의
묘미를제대로살린대사는그야말로깨알같은재미를더해준다.게다가신인배우김강우의
섬세한연기,노장은여전히살아있음을보여주는능글맞음의연기대가백윤식,끝까
지섬찟한나쁜여자를제대로보여주는윤여정,비굴한노비서역의황정민,모두가
기가막힌캐스팅이아닐수없었다.
물론재미와함께영화가시사하는바절대녹록하지않다는것도인정해야하는데,영화는재
미와시사점을적절히오가며임상수감독의역량을제대로보여주고있고,그게바로이
영화의뛰어난점이라감히말하고싶다.또한전작‘하녀’에이어잘못된인간성을바로잡고자
하는감독의기술이더한층세련되어진느낌이강하다.더불어주인공인하남주영작을통
해감독은그래도여전히세상엔희망이살아있다는걸말하고자한다고느꼈다.주영
작은결국하남에서당당한삶의주인공으로거듭나니까.
이영화는‘돈의맛’이란제목이붙어있긴하지만어쩜‘모욕의맛’이라는제목을붙여도크
게틀리지않을듯하다.영화에서보여주는건처음부터끝까지모욕에관한이야기므로.
예를들어자기입으로직접돈때문에결혼했고돈맛에중독돼살아온자신의인생이
모욕이었다라는걸고백하는윤회장이그러하고,출세좀해보고자늙은안주인을거
절할수없었던비서주영작의‘원나잇서비스’가그러하고,그밖에주인의눈치를살피
며시키는건뭐든다하는하녀와하인들은물론,그들을부리는이들조차자기들도
모르게스스로를모욕하면서살아가고있는듯보였으니말이다.
돈으로상대를수족처럼부리면서그들의깍듯한서비스를받는게자신의인간됨됨이와는전
혀상관이없다는걸,그들을돈의노예로만들어인간성을상실한로봇으로만들어가고있다
는걸모르면서,부리는이들은노예들의고분고분함에자신의존재감을확인하고있으
니이또한얼마나자아에게모욕적인행위인지그걸모르는그들은진정모욕적인삶
을살아가고있는게맞다.
또한그집안에서그나마제정신가진딸나미의입을통해자기반성을살짝비치기도하지만
결국인간은철저한습관의동물이라는걸등장인물들은여실히드러내보는데,천한신분과
고귀한신분이원래부터존재했듯이착각하며살아가는백여사와그녀의망나니아들윤철은
실제로자신이일구지도않은부를누리며여러사람에게민폐만끼치고,그런그들에게복종
하며떡고물을기대하는하녀와하남역시그들에의해길들여진모욕적삶에아무런반성이
없으니그들모두는모욕적삶을지극당연한삶의방식으로받아들이며타성에젖어있는
것이다.
결국영화가말하고자하는것은‘돈의맛’에길들여진다는건‘모욕의맛’에길들여지는
것이고,그런삶에서자신이주체가될수없다는건너무도자명한일.그걸깨고자한다면
유혹,즉상습적관습에서과감히벗어날수있어야한다는그것아닐까?그것에성공한
인물로는주영작과윤나미를,실패한인물로는윤회장을비롯한몇몇을보여주면서말이다.
사족으로,이영화를즐길수있는또다른거리는원작‘하녀’의몇장면(주인공이었던김진
규와주증녀얼굴이보인다)과거기에영감을받아임상수감독이만들었던영화‘하녀’의장
면들(전도연과어린나미를연기한아역배우)이등장하는것과함께,전작‘하녀’의어린소
녀가자라이영화에서딸나미(김효진분)가된것이있겠다.더불어이영화화면들하나같
이다너무도예쁘다.
그리고조금다른이야기긴하지만,내느낌에아마도이어지는연작이또탄생하지않을까
싶은데….‘모욕3부작’이라는프로젝트하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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