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글쓰는걸배워본적도없고,그래서배워야할게너무도많지만그럼에도오랜시간블러그
를하다보니제소식을알고제가쓴소설을궁금해하시는분들이계셔서부끄러운마음을무릅쓰고
캐나다한인문인협회에올려진걸그대로옮겨봅니다.캐나다한인문인협회에들어가시면글을보실수
있지만절차가번거로우실것같아서라는걸이유로,또제글을읽으시고조언을주시면제자신피드
백도되고좋을거라는기대로말입니다.관심가져주신모든분들께감사드립니다.
2013년신춘문예입선소설
인생은도가니(MeltingPot)/이정생
1.유진
나의이름과얼굴이어울리지않는다고생각하기시작한건어느정도철이들었다고볼수있는내나이여섯살때의일이다.
주변에보이는대부분의아이들이나와는어딘가달라보이는것도그렇고,특별히나의찢어진듯날카로워보이는눈이예전부터맘에들진않았지만그때까진내이름과얼굴이어울리지않는다는생각은하지못했었다.
그런데여섯살이되었을때우연히TV를보다가거기나오는나와비슷하게생긴여자아이가나나주변아이들과는전혀다른이름을가지고있다는걸알게됐다.
그리고생전처음들어보는낯선이름과그아이를보면서왠지그둘이잘어울린다는느낌을받게됐다.
그러면서동시에나의이름과얼굴은어쩐지균형잡히지않은내강아지‘루비’의얼굴과몸매를닮았다는생각이순간들었다.그래서그날,나는일터에서돌아온엄마에게이렇게물었다.
“엄마,내이름은내얼굴과어울리지않아.왜그런거지?”
나의이말에엄마는잠시놀란얼굴을하더니내게이런질문을던졌다.
“누가너에게그런말을한거니,아니면네가스스로그렇게생각한거니?”
난그건그냥내머리속에서나온것이라고대답했고,그런생각을하게된이유에대해서는제법소상하게이야기했다.그랬더니엄마는냉장고로가서차가운우유를꺼내두잔을따라나를엄마옆에앉게한후,한잔을내게내밀며말했다.
“이우유를마시면서우리이야기좀나눠볼까?”
그렇게해서그날나는지금의엄마,아빠를만나게된사연을듣게되었다.
결혼후아무리노력해도아이를가질수없었던엄마,아빠가입양기관에보내졌던나를‘한국’이라는나라에서데려온이야기전부를알게된거였다.
그리고그이야기를듣는순간,나는TV에서보았던나와비슷하게생긴아이를내심부러워하고있었다.그렇다고지금까지의내생활이불만스럽다거나그런건아니었지만자기를낳아준부모와자기가태어난땅에서살고있을그아이와나는결코같을수없다는생각이순간스쳤다고나할까?
이쯤에서우리엄마,아빠에대한소개를조금해볼까한다.
우리엄마와아빠는두분다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는일을하고있고,사교적이라기보다는늘조용히혼자만의사색이나책읽기를즐기는분들이고,내가잘못했을때엔아주침착한어조로나를야단치시는많이온건한분들이다.
하지만엄마에비해아빠는나에대한욕심이좀지나친편이라내가학교성적이좀떨어졌다싶으면당장큰일이라도나는듯날훈계하고,가끔은큰소리로내게화를내기도한다.그리고엄마는차분하고이지적이지만,완벽주의자같은면모를가지고있어서차라리때로는솔직하게감정을드러내는아빠를상대하기가더편하게느껴질때도많은데,아무런말없이그저완고한눈으로나를바라보는엄마가더두렵게느껴지는걸보면이건전적으로옳은판단이라여겨진다.
우리부모님의양육방식은대체로자유주의에가깝긴하지만그들이정해놓은어떤기준에서벗어나는것에대해서는호된꾸지람도아끼지않는,말하자면자유주의와원리원칙주의를절충하는식이다.
그리고두분다자신들의사고와가치관에대한자부심이꽤강한편이고,생활방식이나준법정신또한대단히건전하신분들이라이런자신들이양육하는자식또한그들의의식과행동양식과상당부분같아야하고그들의뜻을이해하고따라와줘야한다고생각하시는분들이다.
두분께선또내가한국출신이니한국어를배우는게좋지않겠느냐고내나이일곱살부터내게줄곧권유하셨는데그때마다번번히난아직준비가안되었다는변명으로거절했었다.그리고이일은그분들의의사에따르지않았던나의첫항명이었던걸로난지금까지기억하고있다.
그럼이번에는내자신에대한이야기를조금해야겠다.
내이름은유진가뇽.내가살고있는곳은캐나다의동부에위치한퀘벡주,몬트리올이다.유진가뇽이내얼굴과어울리지않는다는걸발견한내나이여섯살이후로다소혼란스러운삶을살아온건사실이지만,그래도난그이름이나와대체적으로잘어울린다는생각을하면서지내오고있다.지금난열여섯살이고,세콩대어5학년에재학중이다.
되돌아봤을때지금까지는얼추아빠,엄마가원하는방향으로내자신잘자라왔다고여겨진다.학교생활도그만하면충실하게한편이고,때론부모님을기쁘고자랑스럽게만들어줬던순간도있었으니까.
하지만언젠가부터,아니엄밀히말하자면나란존재와얽힌탄생의비하인드스토리를알게된그순간부터나는진정한나와겉으로보이는나사이의괴리감사이에서심각한고민에휩싸여왔음을고백하지않을수가없다.지우려고해도도저히지울수없는괴물같은형상하나가내가슴속으로깊숙이들어와버려서나는그것에맞서야했으니까말이다.
게다가나는나의정체성을제대로알아내고싶었지만그건애초에불가능한일로여겨졌다.내가알고있는것들과그밖에내가알지못하는것들,그리고무의식,또는잠재의식,그것말고도앞으로내가더알아야할것들,그외아마도영원히내가알아낼수없을지도모르는것들을생각하며나는자주가쁜숨을몰아쉬곤했다.차라리내존재의비밀에대해서몰랐었더라면더좋았을걸하고생각해본적도있긴하지만,그건엄밀히말해서불가능한이야기라는것도잘알고있다.
진실을,더군다나눈에확드러나는진실을영원히감출수는없는법일테니까.
여섯살이후로나는아빠,엄마보다는지금은이세상에존재하지않는나의애완견루비와생사고락을같이했다고보는게더옳을것이다.물론아빠,엄마라는존재에의지하고그들과쌓았던유대감이깊었던것도일면사실이지만,실질적으로내가느꼈던위안또는일종의동류의식비슷한감정에대해말하자면그건루비와더깊었던게진실에가깝다.
그런의미에서보자면나의삶은루비가세상을떠난몇달전,무한한상실감으로크게한번휘청거렸던경험이있다.아니얼마전까지도그여파는대단한것이었다라고말하는게더옳겠다.
루비와의만남에대해말할것같으면루비는동생을원하던내게엄마,아빠가준깜짝선물이었는데,루비가처음우리집에들어온그날의느낌을나는결코잊을수가없다.새하얀강아지가꼬물거리며자그마한쿠션위에서고개를파묻고있던모습,그건내가세상에태어나처음으로맞닥뜨린생명체와의교감이었고,생명의신비를내게느끼게해준첫경험이었다.
새하얗고보드라운털에쌓인생명체가꼬물거릴때마다나는손가락의힘을있는대로다빼고그생명체를쓰다듬었다.
그런데가만히살펴보니그생명체는몸에비해얼굴이좀크다는느낌이들었다.
하지만그럼에도그얼굴은또너무도순박해보여나는단박에그강아지가나의최고의친구가될걸그즉시예감할수있었다.
그렇게만난루비와나는12년을함께동고동락했다.루비는내가가는곳은학교를제외하곤어디든따라다녔고,잠도늘내옆에서잤다.심지어내가샤워를할때조차아빠는못들어와도루비만큼은늘내곁에서나를지켜볼수있는특권을가진유일한이성(?)이었다.
내가학교에가는아침이면루비는문앞을지나스쿨버스앞까지나와서나를배웅했고,내가학교에서돌아올때가되면창문곁에서나를기다리고있던나의충실한벗이자영혼의동반자였다.불어식표현으로하자면루비와나는영혼을반씩나눈<DouceMotié>였다.
그러다교통사고로루비를잃고나서난한동안망연자실하여삶의의욕을모두잃어버렸었다.그건내가가진모든것을다잃은느낌바로그것이었는데세상에서오롯이나만의것을,내가가진모든거라고믿었던걸다잃어본사람이라면나의이말이뭘의미하는지아마이해할것이다.
거의몇달을잘먹지도,자지도못한나는점점바싹말라갔다.동시에나의신경은아주예민해져별것아닌일에도곧잘화가나고,눈물이나곤했다.
그때나는나의껍데기와나의실체가분리되는느낌을경험했다.
의무적으로하고있는식사,배변,사회생활이실제의나는아니라는것을발견하게된것이다.
눈을뜨고있어도눈을감은것과다르지않다는걸,웃고있는것과울고있는게결국은같은것일수도있다는걸그때처음으로알게됐다.
그때,그렇게난나의행위와의식의부조화를경험했다.하루하루가죽지못해이어나가는형국이었는데아무리아빠,엄마가날위로하고걱정해도,내게는그들의말을귀담아들을여력이없었다.그냥루비와함께내실체도죽은거라믿었다.
적어도그당시에는이게나의솔직한심정이었다.하지만그누가그랬다지?아무리큰기쁨과슬픔도결국은<이또한다지나가리라~>라고.그말처럼나또한시간이흐르면서루비를잃은슬픔이점점옅어져갔는데,어찌보면그건극히자연스러운현상일수도있겠지만당시그런사실을의식하는순간이다가올때면난내감성의경박함,무심함에환멸을느끼곤했다.그리고어떻게그토록깊었던슬픔이퇴색할수있는것인지그게그저믿을수없을만치신기할따름이었다.
이렇게루비를잃은상실감에서완전하게벗어나지못하고있던어느가을날이었다.
그때나는풍성한햇살을받아은색융단을깔아놓은듯보드랍게펼쳐져있는교내잔디에드러누워하늘에떠다니는구름중에혹시루비의보드랍고복슬복슬한털의형상을닮은게어디있나열심히살펴보고있는중이었다.
그런데갑자기푸른하늘이테두리만보이면서가운데에왠낯선동양아이의얼굴이나타나나의시야를방해했다.나는얼른잔디에서몸을일으켜그아일쳐다봤고,처음본그아이는아주친근하게내게말을걸어왔다.
“뭐좀물어보려고하는데,너한국애맞지?”
한번도들어본적이없는언어로내게말을거는그아이를가만히뜯어보니그는내얼굴과흡사하게생긴동양아이였는데,어투가하도친밀해서나또한초면임에도낯설지않은느낌으로이렇게대답했다.
“나는네가무슨말을하는지전혀알아들을수가없어.”
불어와영어로번갈아말하는나를보더니그아이는웃음을툭터트리며,
“아,참!여기캐나다지.그중에서도불어가우세한퀘벡,몬트리올!내가잠시깜박했네.얼굴만보고한국애라고생각해서아임소리,데졸레!”
그가일단미안하다는예의를갖추는걸보니막되어먹은아이는아니라는게증명된셈이라나도가볍게따라웃어줬다.그랬더니이번에는그아이가영어로내게다시물었다.
“너혹시여기행정사무실이어디에있는지아니?”
“응.저기보이는벽돌건물안에있어.”
“그래?아유,바로옆에두고헤맸네.알았어.고마워.참,그런데네이름이뭐니?”
내또래로보이는그아이는내곁에풀썩주저앉으며영어로내게다시물었다.
“내이름?유진.유진가뇽.”
“아!너프렌치캐내디언이름을가지고있구나?내이름은이현이야.만나서반갑다.그런데너한국사람아니니?”
그아이가한국사람이라는말을했을때난약간움찔했는데,왜냐면나는그때까지내자신을한국사람이라고생각해본적이단한번도없었기때문이었다.
하지만그가그렇게물으니내가한국사람인건지,아니면캐나다사람인건지내자신도그것에대한정확한답을모르고있다는생각이문득떠올랐다.
얼굴만보자면한국인이맞고,